두 얼굴의 장흥군…물축제장은 ‘활짝’, 군청사는 ‘빗장’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8.11 16: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도한 외부인 청사 출입 통제 논란…전남 22개 시군 중 유일
장흥군 “청사 폐쇄라는 불상사 막기 위한 조치…다른 의도 없어”

전남 장흥군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2년째 군민들의 군청사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로 중단됐다가 2년 만에 재개한 물축제장은 ‘활짝’ 열어준 반면, 군청사는 여전히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어 코로나 전염 위험이라는 같은 상황인데도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남 장흥군이 2년째 군민들의 군청사 출입을 과도하게 통제하고 있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흥군은 지난 2020년 9월부터 민원실과 군의회청사, 별관 입구에 콘테이너로 만든 임시 민원인접견실 4동을 설치하고, 1층 로비와 민원실을 제외한 모든 공간의 출입을 1차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전남 도내 21개 시·군이 자유롭게 청사 출입을 허용한 상황에 비춰볼 때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장흥군청 청사 앞에 설치된 컨테이너 민원접견실 ⓒ시사저널 정성환
전남 장흥군이 2년째 군민들의 군청사 출입을 과도하게 통제하고 있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흥군은 지난 2020년 9월부터 민원실과 군의회청사, 별관 입구에 콘테이너로 만든 임시 민원인접견실 4동을 설치하고, 1층 로비와 민원실을 제외한 모든 공간의 출입을 1차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전남 도내 21개 시·군이 자유롭게 청사 출입을 허용한 상황에 비춰볼 때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장흥군청 청사 앞에 설치된 컨테이너 민원접견실 ⓒ시사저널 정성환

임시로 시작한 ‘컨테이너 민원접견실’ 2년째

장흥군은 지난 2020년 9월부터 군청사 광장에 임시 민원인 접견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군은 민원실과 군의회청사, 별관 입구에 콘테이너로 만든 임시 민원인접견실 4동을 설치하고, 1층 로비와 민원실을 제외한 모든 공간의 출입을 1차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민원인은 방문 목적과 부서, 신원확인 등을 거쳐야 컨테이너 박스 민원접견실에서 담당 공무원과의 상담이 가능하다. 다만, 민원접견실 운영을 위해 청원경찰 4명을 기동 배치해 민원 안내를 돕고 있다. 

이는 민원인이 군청에 들어와 직원들과 접촉할 상황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군청을 찾는 민원인과 직원 간 접촉을 최소화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군청사 집단감염을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민원인들의 빈번한 사무실 출입으로 인해 발생할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 하락을 막겠다는 취지도 포함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임시’자를 떼지 못한채 운영되고 있다. 청사 출입통제는 전남도청을 제외한 도내 22시·군 가운데 장흥군이 유일하다. 전남의 일선 시·군이 올해 초 청사 통제를 푼 것에 비춰 볼 때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원인 A씨는 “코로나 확산 이후 군이 청사 출입 통제를 강화했고, 방문 목적과 대상, 신원 확인 절차 등을 거치면서 일반 군민들이 위압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며 “기관의 첫 이미지가 되는 청사 앞에 흉물스럽게 컨테이너 민원접견실이 놓여 있고, 특별한 통제가 필요 없는 곳까지 공간 전체를 제한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주민 B씨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청사에 빗장을 걸어 잠근 것은 군민들을 잠재적 감염병 환자로 취급하는 행위”라며 “비좁은 컨테이너에서 군청 직원을 기다리는 동안 마치 짐짝 취급당하는 느낌을 받아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고 말했다. 

비판의 화살은 김성 군수를 향했다. 소통과 위민행정을 강조한 자신의 정책 기조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읍내 한 카페 주인은 “김 군수는 취임사에서 자신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가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군민에게 믿음과 감동을 주는 책임·섬김 행정을 구현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군수가 매일 출퇴근하면서 군청 이미지를 깎아먹는 컨테이너 박스를 볼 터인데 눈에 안 들어온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보고도 모른 척했다면 그가 외친 섬김 행정 구현은 한낱 헛구호에 그친 꼴이다”고 일침을 놨다.   

 

일부 군민 “자신들만의 성(城), ‘통제의 맛’ 못 잊었나”

일각에선 청사 출입 제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지만 민원인을 맞은 직원이 사무실로 돌아가 여타 직원과 대면 접촉할 경우 군청사가 코로나 집단 감염 위험에 노출되기에는 마찬가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군청 직원들이 민원인들을 귀찮게 여겨 통제 해제를 꺼려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장흥군이 최근 물축제를 개최한 것과 대조된다. 장흥군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7일까지 탐진강과 편백숲 우드랜드를 배경으로 지역 최대 축제인 정남진 장흥 물축제를 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개최된 이번 축제에는 주최 측 추산 50만 명이 다녀갔다. 행사 기간 내내 장흥 탐진강변 고수부지에 마련된 물싸움장에서는 수백 명의 관람객들이 어우러져 물싸움을 펼쳤다. 마치 가수 싸이의 ‘흠뻑쇼’를 그대로 옮겨 놓은 분위기였다. 

장흥군의 청사 출입 통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물축제를 개최한 것과 비교해서 엇박자 행정 논란이 일고 있다. 장흥군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7일까지 탐진강과 편백숲 우드랜드를 배경으로 지역 최대 축제인 정남진 장흥 물축제를 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개최된 이번 축제에는 주최 측 추산 50만명이 다녀갔다. 행사 기간 내내 장흥 탐진강변 고수부지에 마련된 물싸움장에서는 수백명의 관람객들이 어우러져 물싸움을 펼쳤다. 마치 가수 싸이의 ‘흠뻑쇼’를 그대로 옮겨 놓은 분위기였다. 6일 오후 장흥 탐진강변에서 열린 흠뻑쇼 장면 ⓒ 시사저널 정성환
장흥군의 청사 출입 통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물축제를 개최한 것과 대비되면서 엇박자 행정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오후 장흥 탐진강변에서 열린 흠뻑쇼 장면 ⓒ 시사저널 정성환
6일 오후 장흥 탐진강변에서 열린 물싸움 장면 ⓒ시사저널 정성환
6일 오후 장흥 탐진강변에서 열린 물싸움 장면 ⓒ시사저널 정성환

같은 상황 다른 태도…코로나19 대응 이중 잣대 논란

개막 첫날 열린 살수대첩 거리 퍼레이드에서도 1만여 명의 관광객과 지역민이 어우러진 가운데 물싸움을 벌이며 물축제장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마스크가 없었고 거친 숨소리만 난무했다. 일단 맨얼굴을 드러내거나 턱 마스크를 한 수많은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수년 만에 축제 개최에 몰입하다보니 행정안전부가 물놀이 축제에 대한 방역 등 관심 제고 차원에서 자료 제출을 요구하기 전까지는 방역에 대한 긴장감마저 떨어진 모습이었다. 장흥군이 물축제를 재개한 것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청사 출입 통제를 강화한 상황에 비춰볼 때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가수 싸이의 지난 6일 여수 ‘흠뻑쇼’ 공연에 다녀온 45명은 전날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현재 이들에 대한 PCR검사가 진행 중이다. 해당 공연에 다녀온 코로나19 확진자는 66명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싸이의 여수 공연에는 2만 8000여 명이 운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50만 명이 다녀 간 장흥물축제 관련 확진자의 현황조차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행정안전부는 지난 1일 장흥군에 물축제 관련 안전관리 내역과 관련된 11건의 자료 제출을 전남도를 통해 요청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개막식 행사에 불참했다.  

장흥군은 코로나 확산에 따른 청사 집단감염을 예방해 지역행정과 방역 컨트롤 타워 유지를 위한 필요성이 커져 통제를 하고 있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는 입장이다. 장흥군 관계자는 “2년 전 코로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청사 폐쇄라는 혹시 있을지 모를 불상사를 사전에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민원인 접견실을 운영하는 것 일뿐 다른 의도는 없다”며 “코로나 위기 상황이 아직 해제되지 않아서 유지하고 있으나 군 보건소와 협의를 거쳐 청사 출입 통제 해제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