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이틀 만에 시금치 81%, 애호박 49% 올랐다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08.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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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도매가격 급등
정부, 예년 추석 공급량 1.4배 물량 푼다
11일 오전 8시 40분께 집중호우가 내리고 난 뒤 충남 보령시 오천면에 있는 논이 침수돼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8시 40분께 집중호우가 내리고 난 뒤 충남 보령시 오천면에 있는 논이 침수돼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에 폭우가 휩쓸고 가면서 가뜩이나 시름하고 있는 물가에 더 큰 비상이 걸렸다. 주요 농산물 도매 거래가격이 불과 이틀 만에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면서 폭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기습 폭우로 농산물 출하에 차질이 계속되면 추석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예년보다 성수품 공급을 40% 늘리고 650억원의 할인쿠폰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불과 2~3일 만에 채소 가격 두 자릿수 증가세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번 주 들어 채소 가격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중도매인이 거래하는 도매시장에서 서울 지역의 시금치 4㎏ 가격은 지난 8일 4만2500원에서 지난 10일에는 7만7700원으로 올랐다. 가격 증가율은 81%에 달한다. 같은 기간 애호박(20개 묶음)은 2만6500원에서 3만9500원으로 49% 뛰었다. 청양고추(10㎏)도 4만2700원에서 4만9000원으로 14.7%의 증가세를 보였다. 불과 2~3일 만에 가격이 껑충 뛴 것이다.

도매 가격 상승은 일부 채소 소매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의 애호박 1개 가격은 지난 8일 1500원에서 지난 10일에는 1830원으로 올랐다. 22%가 오른 것이다. 같은 시장에서 상추 100g은 1250원에서 1500원으로 20%가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대형마트나 전통시장 등에서 판매하는 소매 가격은 아직 오름세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도매 가격이 오르면 소매가도 뒤따라 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곧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번 호우로 인해 침수된 논과 밭이 상당해 농산물 가격이 더욱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주 초부터 이어진 호우로 지난 10일 기준 전국에서 232㏊(헥타르·1㏊=1만㎡) 규모의 농작물이 침수됐다. 축구장 면적의 325배에 해당한다. 농작물의 경우 벼 침수 면적이 164㏊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채소(44.8㏊), 밭작물(10.6㏊), 인삼(9.6㏊) 순으로 뒤따랐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논은 물이 빠지고 난 뒤 벼의 병해충 예방을 신속히 진행하면 생육에는 큰 지장이 없다”면서 “다만 시설(하우스) 채소나 작물의 경우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행히 고랭지 재배 지역에는 피해 접수 규모가 크지 않아 출하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비 예보가 내주까지 예정돼 있어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채소 물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채소 물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20대 추석 성수품 23만 톤 공급 발표

문제는 비가 그친 후다. 배추, 무, 감자는 침수 후 다시 더위가 시작되면 무름병·탄저병 등 병해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들 작물을 비롯해 시설 재배 채소 등의 농산물 출하가 여의치 않을 경우 추석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최악의 물가난도 예상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6.3%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채소류의 상승률은 25.9%에 달했다.

정부는 11일 배추와 무, 사과, 배, 마늘 등 20대 추석 성수품 23만 톤을 공급하는 내용이 담긴 ‘추석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예년 추석 공급량의 1.4배에 달하는 물량으로 20대 성수품 평균 가격을 현재 수준보다 7.1%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20대 성수품을 중심으로 할인쿠폰도 발행한다. 총 650억원 어치다. 지난해 추석 공급량 대비 1.8배로 역대 최대 규모다. 쿠폰의 할인율은 20~30%다. 1인당 사용 한도는 기존 1만원(전통시장·직매장 2만원)에서 2만~4만원으로 늘어난다.

이날 ‘제5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은 “고물가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명절 기간 장보기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도록 역대 최대 규모로 추석 성수품을 공급을 하고 정부도 할인 쿠폰 등으로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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