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범이 소방수로? 권성동 거취 놓고 與 ‘부글부글’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08.12 13:00
  • 호수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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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대표 사퇴·비대위 불참 요구 커져…버티는 권성동
이준석 법적 대응·김성원 실언 등으로 여전히 헤매는 국민의힘

국민의힘이 8월9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됐다. 집권 100일도 안 돼서의 일이다. 비대위원장에는 당내 최다선인 5선의 주호영 의원이 임명됐다. 비대위 출범의 절차적 하자와 이준석 대표의 거취 등을 놓고 논란도 있었지만, 결국 국민의힘은 추락한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지율 수습을 위해서는 지금 체제로는 안 된다는 데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출범이라는 큰 결론 속에서도 여전히 당내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 중심에 바로 ‘권성동 책임론’이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의 위기를 자초한 장본인인데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고, 비대위에 참여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이다. 시사저널이 접촉한 다수의 여권 관계자가 “지금의 위기에 가장 큰 빌미를 제공한 권 원내대표가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8월1일 당 대표 직무대행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8월1일 당 대표 직무대행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권성동, 현재의 위기에 가장 큰 책임”

국민의힘 내부에선 권 원내대표의 연이은 실책이 지금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첫 실책으로는 더불어민주당과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협상 과정이 꼽힌다.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물론 당내 반대 여론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협상에 임했고,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합의했다가 번복하는 촌극을 벌였다. 당시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물론 여권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권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고집한 점도 좋지 않은 여론에 한몫했다. 성 상납 의혹에 휩싸인 이준석 대표가 당 윤리위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자 당 내부에서는 향후 ‘지도 체제’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차기 지도부 선출 때까지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느냐,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느냐를 두고 견해가 엇갈렸지만, 권 원내대표는 직무대행 체제를 고집했다. 집권 초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점에 한 사람이 대표직과 원내대표직을 다 맡는 것은 과중하다는 등의 우려가 컸지만, 권 원내대표는 결국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는 약 3주 만에 불명예스럽게 막을 내렸다.

권 원내대표의 ‘입’도 문제였다. 그는 직무대행직을 맡은 직후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과 관련해 반복된 실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지인이자 자신의 지역구인 강원도 선거관리위원의 아들 우아무개씨가 대통령실에 채용된 것과 관련해, 자신이 추천한 인사라고 해명해 ‘채용 압력’과 ‘9급 공무원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그는 우씨 채용과 관련해 “장제원(의원)한테 물어봤더니 대통령실에 안 넣었다고 그래서 내가 좀 뭐라고 했다. 넣고 압력을 가했더니 자리가 없다고 그러다가 나중에 넣었다고 하더라”고 말해 ‘채용 압력’ 논란을 자초했다. “난 그래도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더라.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다. 한 10만원 정도. 내가 미안하더라”는 발언은 공무원 수험생 등에게 큰 반발을 샀다. 큰 논란이 일자 권 원내대표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치명적 결정타는 윤 대통령과의 문자 메시지 유출이 입혔다. 권 원내대표는 7월26일 본회의장에서 윤 대통령과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그 내용이 언론에 포착됐다.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이준석 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습니다”라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 내용은 큰 파장을 불러왔다. 20%대로의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물론 당의 비대위 전환도 결국 이 사건의 나비효과라는 분석이 많다. 법적 대응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준석 대표의 최근 반발에도 빌미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직에서 사퇴하면서 비대위로 체제 전환이 이뤄졌으나, 당 내부에선 그가 원내대표직도 내려놔야 한다는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 모든 사태에 권 원내대표 책임이 가장 크지 않나. 이 정도까지 됐으면 원내대표직도 사퇴하고 2선으로 물러나는 게 당연하다”며 “비대위 전환은 당이 위기 속에서 다 새롭게 시작하자는 것인데 권 원내대표가 왜 버티고 있나”라고 성토했다. 

 

“재신임 받아야” 목소리도 높아져 

또 다른 의원도 “다수의 의원이 권 원내대표가 그대로 지도부에 남아있는 것이 결코 당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며 “그간 노력도 분명 있었지만, 정치는 책임을 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최근 떠오른 화두는 권 원내대표의 비대위 참여 여부다. 원내대표는 당연직 비대위원으로 비대위에 참여하지만, 당내에선 권 원내대표가 직을 유지하더라도 비대위에는 참여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권 원내대표의 비대위 합류는) 당에 불이 나서 소방수를 불렀는데, 방화범이 불을 끄겠다고 소화기를 갖고 온 꼴”이라며 “당헌·당규상 원내대표가 비대위에 참여하는 걸 막을 수는 없다. 다만 권 원내대표 본인이 ‘선당후사’ 정신으로 결단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는 이런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그는 최근 국회에서 ‘비대위 배제론’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라며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신중한 태도다. 주 위원장은 8월9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원내대표가) 당연직으로 (비대위에) 참석하게 돼 있는 경우 비대위원장으로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에는 “(권 원내대표 참여 여부를) 고민해 보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커지는 논란 속에서 당내에선 권 원내대표가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MBN 인터뷰에서 권 원내대표가 재신임을 받는 방안을 언급하며 “(재신임에서) 통과되면 다시 한번 더 굳건하게 리더십을 가지고 여러 가지 당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중진 의원도 통화에서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재신임 평가를 받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라고 했다.

8월11일 수해 복구 봉사 현장에서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실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채널A 갈무리
8월11일 수해 복구 봉사 현장에서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실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채널A 갈무리

이렇듯 국민의힘은 비대위 전환 이후로도 여러 논란을 쉽게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이준석 대표가 7월10일 비대위 전환 및 지도부 해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것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파장이 예상된다.

아울러 비대위 전환 직후 터진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의 실언도 국민 분노를 키우고 있다. 8월11일 당 소속 의원·인사들이 함께 수해 피해 지역 봉사활동에 나선 현장에서 김 의원이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한 장면이 방송사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논란이 커지자 주호영 위원장은 김 의원에 대해 당 윤리위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한편 휴가에서 복귀한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지지율 회복을 위한 방안 찾기에 몰두하고 있지만 최근 폭우 사태에 대한 미숙한 대응으로 여론은 더 악화일로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더 커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은혜 전 당선인 대변인 등 윤 대통령과 손발을 이미 맞췄던 측근 인사들이 다시 중용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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