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물폭탄’은 없었다…자꾸 빗나가는 예보, 왜?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8.1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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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변동성 커져
“예보관 부족문제 시급” 지적도
북쪽에 형성된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중부지방을 비롯한 전국에 많은 비가 예보된 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들이 기상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북쪽에 형성된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중부지방을 비롯한 전국에 많은 비가 예보된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들이 기상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기상청 없어도 되지 않을까요? 국민의 피같은 세금인데…"

"한반도가 기상 예측하기 최악의 조건이라네요. 봐줍시다."

15일 밤부터 16일 새벽까지 서울 등 수도권에 강한 폭우가 쏟아질 것이라던 일기예보가 빗나가자,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이다. 추가 수해가 없는 것은 다행이지만, '광복절 물폭탄'에 긴장 태세로 있던 시민들이 틀린 예측을 내놓은 기상청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상예보가 자꾸 빗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상청은 15일 오전 북한지방에서 정체전선이 남하하면서 오후 3~6시 사이에 수도권과 강원도, 충청권에 30~100㎜ 비가 내일 것이라고 예보했다. 지난주 80년 만의 폭우로 침수 등 피해가 컸기에 지자체와 시민들은 긴장 태세였다. 행정안전부와 산림청, 서울시 각 구청에서도 집중호우, 강풍 예보와 안전 유의 문자를 계속해서 보냈고, 시민들은 휴가 계획을 취소하거나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집에 머물렀다. 

이날 저녁 6시30분 무렵 서울지역에선 돌풍과 함께 강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지만 10~20분 정도 내리다 그쳤다. 저녁 8시30분 기상청은 서울·인천·경기 북부의 강수량을 5㎜ 내외로 바꿨고, 호우 예비특보도 해제했다. 이날 서울에 내린 총 강수량은 0.9㎜밖에 되지 않았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13일에도 수도권, 강원 영서 등 중부지방의 강수량이 10~60㎜일 것이라고 예보했지만 실제 서울과 강원도 홍천의 강수량은 4㎜, 1.3㎜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그렇잖아도 어려운 기상예측이 최근 더 어려워졌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기상예측은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고 정확히 계산해 내는 것이 어려운데, 과거에 비해 강수 예측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내릴 수 있는 강수량이 100㎜이라고 했을 때, 과거에는 10~20㎜씩 지속적으로 내려 100㎜를 채우는 패턴이었다면, 현재는 80~90㎜가 한꺼번에 내리고 휴지기를 거쳐 나머지가 내리는 형태로 강수패턴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인과관계는 과학적인 검증을 더 거쳐야 하지만 기상 이변의 원인은 기후변화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유희동 기상청장은 지난주 서울 동작구 등 폭우 사태와 관련해 "1시간 141.5㎜ 집중호우는 기후변화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도 최근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의 기상학자 만벤드라 K. 듀베이 박사의 지구 온난화 관련 보고서를 보도하면서 기상 이변 사례로 한국의 폭우와 유럽의 폭염 등을 거론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4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집중호우 대처 및 피해수습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집중호우 대처 및 피해수습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변화 등으로 날씨 예측이 어려워진건 분명하지만 예측률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개선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도 15일 집중호우 예보로 열린 심야 점검회의에서 기상청장에게 "이상 기상현상과 기록적 폭우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기상예보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국내 기상예보관의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손 교수는 "기후변화 문제 등이 커지면서 기상 관련 일을 하고싶은 사람들은 많은데 예보관을 희망하는 이들은 적은 실정"이라면서 "전체 의사 수가 늘어도 항상 인력이 부족한 응급실을 예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예보관은 병원 응급실과 같이 24시간 가동되는 시스템에서 적은 인력으로 힘든 일을 소화해내야 하다보니 직업선호도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기상청도 오래 전부터 제기돼온 예보관 부족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유 기상청장은 최근 예보관 교대근무조를 1개조 추가해 총 5개조로 교대근무하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전국적으로 최소 33명의 예보관이 더 필요하다"면서 "1개조라도 보완되지 않으면 지금 시스템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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