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취임 급물살…‘합병 과정 의혹’ 재판은 부담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08.1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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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부회장’ 직함 떼고 연내 회장직 오를 가능성
‘경영권 승계’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상존해
지배구조 개편 통한 확실한 변화 의지 보여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20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공장 시찰을 안내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20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공장 시찰을 안내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취업 제한 족쇄가 풀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에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경영 일선 복귀는 물론 10년째 달고 있는 부회장 직함을 떼고 회장 승진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라 부담도 적지 않다. 결국 ‘4세 승계 포기’를 천명한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건희 회장 취임일 맞춰 회장직 오르나

이번 사면 복권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영 전반에 나설 수 있게 됐다. 2019년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지 2년10개월 만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연내 등기임원 선임은 물론 회장직에 오를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올해 하반기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사실상 총수 역할을 맡아왔지만 10년째 부회장직은 유지했다. 현재 4대 그룹 중 총수가 회장 직함을 달고 있지 않은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 삼성을 제외한 주요 그룹이 3~4세 경영 체제를 구축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회장 취임 시기를 놓고 11월 혹은 12월로 내다보는 전망이 많다. 오는 10월 25일 고 이건희 회장 2주기가 지난 후 신변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 가운데서도 11월1일 혹은 12월1일이 점쳐진다. 11월1일은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이고, 12월1일은 고 이건희 회장의 1987년 삼성 회장 취임일이다. 양일 모두 삼성에 의미 있는 날짜인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적어도 오는 11월 중으로 회장직 승계를 공식화하고 취임과 동시에 12월 초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를 통해 그룹 내부 재정비에 나서지 않겠냐는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취업 제한이 사라지면서 경영 일선에 나설 수 있게 됐지만 이 부회장의 법적인 부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자신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려 제일모직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는 부당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0년 공소가 제기된 이 사건은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피고인 자격으로 매주 목요일 법정에 출석해야 해 법무부 승인에 따른 해외 출장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은 공판에 직접 출석할 의무가 있다.

회계 부정과 부당 합병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해 오전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계 부정과 부당 합병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해 오전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수 일가 없이도 그룹 운영되는 구조 만들어야”

재계에서는 이 같은 우려를 다소나마 해소하고자 이 부회장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2018년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냈지만, ‘총수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63%에 불과해 외부 공격에 흔들릴 수 있다. 금융회사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8.51%)을 보유해 금산분리 원칙을 위반하고 있는 상황도 해소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주도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의 역할도 주목된다. 지난 1월 준법위 수장에 오른 이찬희 위원장은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삼성이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추진할 것이고, 외부 전문가와 내부 구성원 의견을 경청해 합리적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구나 이 부회장은 2020년 대국민 사과를 통해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며 4세 승계 포기를 천명했다. 새로운 삼성의 청사진을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변화의 과도기에 있는 인물”이라며 “총수 일가가 경영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그룹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적인 책임이 없는 준법위를 넘어서는 각 계열사 감사위원장이 한데 모이는 조직을 만들어 준법위 역할을 맡도록 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정관을 바꿔 각 계열사 감사위원이 독립적으로 선임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진정성 있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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