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엑스포 유치에 외교·기업·문화 역량 등 국가 총력 모아야”
  • 감명국 기자·김동현 영남본부 기자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22.08.23 10:00
  • 호수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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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제도시 부산’ 큰그림 그리는 박형준 부산시장
“부산은 동북아 물류·금융의 허브로서 글로벌 도시로 탈바꿈할 것”

[시사저널 감명국 기자 · 김동현 영남본부 기자]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340만 인구의 최대 항구도시인 부산은 그 수식어에 부합하는 위상을 갖지 못한 게 사실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역대 시장들 또한 서울시장·경기지사 등에 비하면 지명도가 떨어졌고, 지역 발전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기대에도 현저히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역대 도지사들마다 대권주자로 발돋움했던 경남지사보다도 못하다는 시민들의 자조 섞인 불만도 상당했다. 그런 점에서 박형준 시장이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서 부산의 기대감은 한껏 높아졌다.

박 시장이 지금 심혈을 쏟고 있는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면 부산은 명실공히 동북아 물류·금융의 허브로서 완전한 글로벌 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탈피하는 첫 번째 지역 거점으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를 추진하는 배경 또한 그렇다. 전국 균형발전을 위한 메가시티의 추진은 올해 시사저널이 주최하는 ‘굿시티포럼’ 행사의 주제이기도 하다.

박형준 시장은 “임기 중에 부산을 글로벌 허브도시로 만들겠다”며 “엑스포를 계기로 국제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8월11일 부산시청 시장집무실에서 가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2030년은 우리나라가 세계 7대 강국으로 갈 수 있는 기점”이라며 “그 기폭제 역할을 부산이 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향후 4년 시정(市政) 운영의 핵심 정책으로 ‘수도권 블랙홀 현상 해소’를 꼽았다. 그는 “규제를 과감히 완화하는 특구 정책을 펴 기업들이 오게 해야 하는데, 부산에 기회를 만들어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산을 허브도시로 만들기 위해 물류 공항이 꼭 필요한데, 그동안 정치적 이유 탓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며 “가덕도신공항을 엑스포 개최 이전에 열어야 의미가 있다.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8월11일 부산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는 박형준 시장 ⓒ시사저널 최준필

무엇보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 총력을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산은 과거 아시안게임과 APEC 등 국제행사를 많이 유치했던 곳이다. 또 국내에선 대전과 여수에서 엑스포를 개최한 바 있다. 그럼에도 특히 2030 엑스포 유치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에 추진하는 엑스포는 대전엑스포나 여수엑스포와 같은 인정엑스포가 아니라 5년마다 한 번 열리는 등록엑스포다. 등록엑스포는 우리나라가 처음 시도하는 것이고, 인정엑스포의 5배 규모다(엑스포는 등록엑스포와 인정엑스포 두 종류로 나뉜다. 등록엑스포는 ‘0’과 ‘5’로 끝나는 해에 열리며 종합박람회다. 인정엑스포는 등록엑스포가 열리는 사이 사이에 개최되며 특정 분야에 한해 소규모로 열린다).

엑스포까지 유치하면 우리나라는 세계 3대 이벤트인 올림픽과 월드컵, 엑스포까지 개최하게 되는 세계 일곱 번째 국가가 된다. 2030년 대한민국이 세계 7대 강국으로 갈 수 있는 기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꼭 유치해야 한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은 적자 행사일 수 있으나 엑스포는 흑자의 특성을 지닌다. 특히 6개월간 진행되기 때문에 올림픽·월드컵보다 경제 효과가 훨씬 크다. 우리가 땅을 제공하면 주요 국가들이 직접 돈을 들여 건축하는 장점도 있다. 이런 특성 탓에 엑스포를 계기로 국제도시로 자리매김하는 사례가 많다. 상하이(2010년 개최)와 두바이(2020년 개최)가 대표적이다. 부산을 국제도시로 키워야 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부산을 글로벌 허브도시로 만들겠다.”

엑스포의 유치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하나.

“문재인 정부 말기에 본격적으로 유치전에 뛰어들다 보니 총력을 기울이지 못했다. 이것은 국정과제이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참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추진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외교 역량과 함께 우리 기업들이 가진 역량, 우리 문화의 장점들을 최대한 집중해야 한다. 3박자가 갖춰지면 유치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보다 1년 빨리 뛴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가 주요 경쟁국이다. 우리는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얼마든지 역전할 수 있다. 자신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

지방선거에서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또한 부산엑스포 유치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수도권 중심적 생활이 익숙한 분들은 인천공항이 있는데 왜 가덕도신공항을 얘기하느냐고 자연스레 말한다. 하지만 가덕도신공항은 20여 년 전부터 얘기가 나왔다. 부산을 글로벌 허브도시로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물류 인프라 공항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그때부터 시작됐다. 가덕도신공항은 단순 여객 공항이 아니다. 부산항의 장점을 살려 항공 물류를 결합시키는 물류 공항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고, 공항이 허브 기능을 할 수 있다. 항공 물류가 없는 곳은 국제도시가 되기 어렵다는 게 시대적 흐름이다. 물류와 금융을 바탕으로 신산업이 성장하고, 문화와 관광이 덧붙여진다. 그래야 인재들도 몰려든다. 부산을 허브도시로 만들기 위해 물류 공항이 꼭 필요한데, 정치적 이유 탓에 이제 방침이 정해졌다. 가덕도신공항은 엑스포 개최 이전에 개항해야 의미가 있다.”

가덕도신공항 개항을 두고 현재 중앙정부와 부산시 사이에 이견이 있나.

“국토교통부는 안전한 길을 택하려 하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건설하려고 한다. 국토부는 지난 사전 타당성조사에서 2035년까지 공항을 짓겠다고 했다. 그런데 부산시가 여러 전문가와 내부 검토를 거친 결과, 노력하면 2030년 이전에 개항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문제는 의지와 행정 역량의 문제다. 엑스포를 개최하기로 했으면 그 이전에 개항하는 게 낫다. 국토부도 패스트트랙이 있으면 찾아보자며 동의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가능한 한 빨리 건설할 방법을 강구하겠다. 매립 방법과 플로팅 공항을 동시에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시장께서 “부산은 세계 2위의 환적항이고, 세계 물동량의 75%가 부산 앞바다를 지난다”고 했다. 특히 홍콩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면서 그 역할을 부산이 대신할 것이란 기대가 컸다.

“바로 그거다. 항만 물류만 있었지 물류공항이 없었다. 공항뿐 아니라 금융 기능도 있어야 한다. 최근 세계금융도시평가에서 부산이 급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작년 52위권에서 금년 30위권으로 올라섰다. 여기에 산업은행 이전과 디지털자산거래소와 같은 디지털 금융 기능이 선제적으로 이뤄지면 부산이 금융도시로서 위상을 드높일 수 있다. 또 물류와 금융이 합쳐지면 새로운 산업들이 들어온다. 이미 울산과 경남 창원이 우리나라 대기업 제조 단지로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지 않나. 그걸 기반으로 부산의 금융까지 합친다면 남부권 전체가 또 하나의 글로벌 허브권이 될 수 있다.”

이번에 시사저널 제5회 굿시티포럼의 주제로 ‘메가시티’를 선정한 이유도 부·울·경 메가시티 등 지역 활성화의 필요성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울산·경남의 다소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논의가 부진한 듯하다.

“말씀하신 대로 부·울·경 메가시티는 수도권 중심의 성장과 지방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4월 부울경특별연합 설립 시 협약을 통해 중앙정부로부터 최대한의 행정·재정적 지원을 약속받았다. 또 메가시티 추진이 현 정부의 국정과제로도 선정됐다. 지금이 부울경특별연합 추진의 최적기라고 생각한다. 메가시티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3개 시·도의 생활권과 경제권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앞으로 교통망이나 인프라가 확충될수록 더 긴밀해질 것인데, 메가시티로 시너지를 가속화하자는 입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산·울산·경남의 협력이 관건이다. 부·울·경 간 공동사업들이 경남이나 울산에 큰 도움이 되는 게 확인돼야 한다는 입장인데, 일부 타당한 면이 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울산·경남 단체장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부·울·경 상생을 위한 미래지향적인 발전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 결과(7월25일~8월1일)를 보면, 부산 시민들은 지역경제 활성화(22.6%)와 일자리 창출(20.6%) 등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지난 10년간 수도권 블랙홀 현상이 굉장히 심화됐다. 말로는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얘기를 했지만, 실제 현상은 수도권으로 집중됐다. 그 과정에서 청년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지방시대를 열고자 하는 정부 의지와 혁신형 지역발전, 이 두 가지가 결국 맞물려야 한다. 각 지역이 몸에 맞는 옷을 입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인프라도 있지만 교육과 지방정부 자율성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규제를 과감히 완화하는 특구 정책을 펴 기업들이 오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지역 입장에서는 서울보다 살기 좋은 곳을 만들 수 있고, 시너지 효과를 가질 수 있다. 부산에는 서울이 가지지 못한 큰 장점이 있다. 바다를 가진 도시와 갖지 않은 도시는 차이가 크다. 살기 좋은 여건들을 만들면 굳이 수도권으로 올라갈 필요가 없다. 지역에서 자리를 잡도록 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한데, 이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제대로 된 권한을 이양할 때 가속할 수 있다.”

결국 예산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무엇보다 예산 사용 권한을 주는 게 중요하다. 국고보조 비율이 높은데, 상당 부분은 정부 공모 예산이다. 그러면 국비를 따기 위해 필요한 것이든 아니든 다 뛰어들게 돼 있다. 이런 예산은 지역 현실에 맞지 않는다. 포괄적 예산을 지방정부에 주는 게 맞다. 중앙정부는 막강한 통제권을 가지면 안 되고, 예산을 지방정부가 제대로 쓸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부산시는 그 상징성에 비해 큰 정치인이 안 나왔던 것 같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미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상황인데.

“지금 그런 얘기를 할 건 아닌 듯하다. 우선 부산을 글로벌 허브도시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광역단체 중 부산의 고령화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계획대로 부산이 글로벌 허브도시가 되면 많은 사람이 모여들 수밖에 없다. 그것을 구현해 부산이 도약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는 데 우선하겠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도 안 돼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고 있다. 정부·여당이 지지율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보나.

“굉장히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 오히려 초기에 이렇게 한번 크게 위기를 맞으면, 그걸 극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힘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도움이 될 만한 얘기를 전달하고 있다.”

선거 핵심 공약으로 소개한 어반루프를 둘러싼 부산 내 여야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 야당이 국토부가 추진하는 ‘하이퍼튜브 기술개발 테스트베드 공모’에 부산시가 응모하지 않은 것을 들며 사실상 헛 공약이자 시민 사기극이었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비판은 사실에 근거해야 하는데, 전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것을 비판하니 여기서 반박하기도 민망하다. 결론적으로 어반루프는 잘 진행되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에서 동부산까지 15분에서 20분까지 주파할 수 있는 신교통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취지고, 현재 용역을 진행 중이다. 용역 결과 문제가 없으면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반면에 이번에 국토부가 공모한 것은 서울~부산 간 하이퍼튜브다. 우리도 검토했지만, 이것과 어반루프는 별개다. 2030년용이 아니라 그 이후 한참 뒤에 할 수 있는 사업을 공모하는 것이기에 부산은 경남 쪽에서 하도록 오히려 밀어준 것이다. 이걸 안 했다고 어반루프 자체를 포기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내용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부산이 미래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센텀2지구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서는 방산업체 풍산 의 이전 부지 확보가 시급하다. 당초 기장으로 풍산을 이전하려던 계획이 기장군의 반발로 무산된 시점에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열심히 찾고 있고, 풍산과도 계속 협의 중이다. 중요한 것은 제2센텀지구를 만들기 위해 풍산은 2025년까지 이전해야 된다. 이전 계획에 이상이 없도록 할 것이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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