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은 그대로인데”…고물가에 더 허덕이는 저소득층 노인들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2.08.1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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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급식소 사정도 여의치 않아…“예산 늘려도 식비 감당 어려워”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거주지인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쪽방’에서 한 노인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거주지로 불리는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쪽방’에서 한 노인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요새 대부분 식당 한 끼에 만원인데, 연금 30만원으로 한 달 버티기 힘들죠.”

영구임대주택에서 홀로 사는 A(82) 할머니는 최근 ‘끼니 때우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한다. A할머니는 월 30만원씩 기초 연금을 받고 있다. 여기에 자녀들이 보태주는 생활비를 합치면 한 달 70만원으로 생활한다. 이 가운데 임대주택 임대료와 관리비만 해도 20만원이 훌쩍 넘는다. 이에 A할머니는 식비를 아끼려고 오늘도 무료급식소로 발길을 돌린다.

최근 A할머니처럼 끼니 해결에 고충을 겪는 저소득층 노인이 늘고 있다. 고물가로 채소 등 식자재 가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는 소득의 42%를 식비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의 절반 가까이가 식비로 나간 것이다.

17일 만난 B(72)씨도 고물가로 작년 같은 밥상을 차리기가 어렵다. 그는 “공무원 연금으로 월 200만원 대를 받고 있다”면서도 “아직도 아이들한테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어 식비까지 감당할 여력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내랑 가끔 라면이나 도시락 같은 간편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고령층 청소노동자와 경비원들도 고물가 속 식비 부담을 피하진 못했다. 청소노동자인 C(67)씨는 “예전엔 마트에 가도 부추 한 단이 1000원이었는데, 이젠 3500원까지 올랐더라”며 “카드 값도 지난 달 120만원까지 나왔다. 작년에는 100만원 대를 넘지 않았는데”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기초연금은 작년에 비해 몇천원밖에 오르지 않았다”며 “그래서 고기반찬도 일주일에 한두 번 먹을까 말까 한다”고 토로했다. 아파트 경비원인 D(70)씨도 “식비만 지출 내역에서 70%를 차지한다”며 “단골집인 기사식당도 가격이 올라서 지출이 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런 지원금도 못 받는 노숙인들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80대 노숙인 E씨는 “근처 무료급식소를 여러 곳 전전하며 겨우 끼니를 때우고 있다”며 “근데 요새 가는 한 급식소는 끼니 수가 3끼에서 2끼로 줄었다. 그리고 고기도 잘 안 보이고 질이 약간 낮아진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17일 서울 용산구의 한 무료 급식소에서 노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변문우
17일 서울 용산구의 한 무료 급식소에서 노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변문우

이들의 식사 문제를 도와주는 무료급식소도 최근 사정이 여의치 않다.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운영되는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급식 예산을 1년 새 1800만원에서 2500만원까지 늘렸다. 또 상추 등 채소도 저렴한 대체제로 바꾸고 있다. 그럼에도 식비 지출을 감당하긴 어렵다. 강소윤 급식소 총무는 “예산은 700만원 가까이 늘었지만 급식 메뉴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고물가가 지속되는 한 급식 질을 올리긴 힘들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서울역 인근 무료급식소인 따스한 채움터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해당 시설에서 근무하는 신진희 사회복지사는 “고물가로 고기반찬도 줄이는 등 식단 질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끼니 수도 코로나 이후로 2끼로 줄였는데, 고물가 추세 때문에 당분간 이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은 현 정부 기조에서 해당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팀장은 “저소득 노인 분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선, 이들이 실질적 노후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며 “또 공공근로나 경비 근무를 하시는 분들의 현실적 급여 수준도 상승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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