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1주일 만에 시금치 54%, 애호박 45%↑…추석 물가 어쩌나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08.1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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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채소를 진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채소를 진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지나간 뒤 물가 상승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폭우 일주일 만에 일부 채소들의 가격이 50% 이상 급등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지만 대다수 농축산물이 이미 평년보다 20~30% 오른 상황이라 실제 체감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시금치 4㎏의 도매가격은 7만2980원을 기록했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10일(4만7100원)보다 54%가 올랐다. 애호박 20개의 도매가격도 같은 기간 3만5160원에서 5만1180원으로 45%가 뛰었다. 상추 4㎏와 오이 10㎏ 가격도 각각 35%, 29% 올랐다.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데는 폭우가 큰 영향을 미쳤다. 집중 호우로 재배지가 침수되고 작황이 부진해 산지 출하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측은 “강우와 고온다습한 날씨 여건으로 중부지방에서 주로 나오는 오이, 애호박, 풋고추, 토마토 등의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8월 첫째 주에 비해 19% 오른 무를 비롯해 깐마늘, 양파 등을 수급조절 매뉴얼 위기 단계(주의, 경계, 심각) 가운데 ‘심각’ 단계로 보고 있다.

막상 출하되더라도 날씨 영향으로 품질이 떨어지고 있는 점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 중 하나다. 감자의 경우 젖은 물량이 많아 박스 안에서 썩는 수량이 늘어나면서 좋은 품질의 감자를 찾는 중도매인들의 주문물량이 늘어난 상황이다. 폭우로 인해 출하지가 줄어든 오이는 반입된 물량조차 오이 끝부분이 무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봄철 때 이른 불볕더위와 가뭄으로 올해 전반적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폭우까지 겹치면서 밭작물을 중심으로 한 농산물 가격은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요가 늘어나는 추석이 가까워지면서 현재 가격은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추경호(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3일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에서 출하가 진행 중인 고랭지 배추 작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13일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에서 출하가 진행 중인 고랭지 배추 작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랴부랴 추석 대책 마련했지만 효과는 미지수 

정부는 20대 성수품 가격을 지난해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20대 성수품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추석 기간과 비교해 7.1% 올랐다. 품목별로는 무(42.8%), 배추(33.7%), 감자(33.6%), 양파(25.2%), 배(23.7%), 사과(16.7%), 마늘(11.7%) 등의 가격이 크게 뛰었다.

정부는 성수품 가격을 지난해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배추, 무, 양파, 마늘 등 정부 비축분을 비롯해 23만 톤 상당의 성수품을 공급할 방침이다. 평시의 1.4배에 달하는 물량을 풀어 추석 물가를 안정시켜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장바구니 물가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상황에서 체감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16일 기준 파 1㎏의 전국 평균 도매가격은 현재 2992원으로, 지난해보다 108.3% 올랐다. 무 20㎏ 역시 전년 대비 95.7%가 뛴 상태다. 1만5700원에 거래된 배추 10㎏는 지난해(9750원)보다 61%가 올랐다.

정부는 비축분 방출에 더해 650억원 규모의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을 지급해 대형마트나 온라인몰, 전통시장에서 20~30%의 가격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상당수 품목의 가격 상승률을 더 크다는 점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인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대대적인 민생안정대책이 되레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의 매출 신장에만 기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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