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 “‘한국의 톰 크루즈’라는 말 듣고 싶다”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8.20 13:00
  • 호수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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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막을 수 없는 인간 병기 ‘카터’로 인생 캐릭터 갱신

배우 주원이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강렬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넷플릭스 영화 《카터》는 의문의 작전에 투입된 ‘카터’가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을 되찾고 미션을 성공시켜야만 한다는 내용의 액션 장르다. 극 중 주원이 맡은 ‘카터’는 자신의 이름도, 나이도 모른 채 전 세계를 초토화시킨 바이러스의 유일한 치료제인 소녀를 데려와야 하는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눈을 떠 보니 머리 속에 정체 모를 장치가 박혀 있고, 입안에는 살상용 폭탄이 장착된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귓속에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만 의지해 움직이는 모습은 팽팽한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주원은 그동안 드라마 《각시탈》 《굿 닥터》 《용팔이》 《앨리스》, 영화 《그놈이다》 등 작품마다 변신을 꾀해 왔다. “단 하루라도 액션을 하지 않는 날이 없었다”는 주원의 말처럼 ‘인간 병기’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3~4개월의 혹독한 사전 트레이닝을 받았다. 7kg가량 벌크업은 기본이고, 아슬아슬한 맨몸 액션부터 카 체이싱, 오토바이 등 고난도 훈련을 거쳐 생동감 넘치는 날것 그대로의 액션을 선보인다. 파격적인 노출도 불사한다. 《카터》는 영화 《악녀》(2018)를 연출한 정병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정 감독은 “주원은 지금까지 본 남자 배우 중 가장 액션을 잘하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넷플릭스 제공

파격적인 작품이다. 대본을 읽고 어떤 느낌이 들었나.

“‘이게 가능해?’ ‘한국 대본 맞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케일이 남달랐고, 액션을 과연 이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원 테이크 스타일로 영화를 찍는다고 해서 더욱 놀라웠다. 그 작업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용팔이》 《앨리스》 등에서 액션 연기를 선보인 적은 있지만, 이번 《카터》가 가장 거칠고 남성미도 강렬하다.

“기초체력을 키우고 몸을 만들었다. 30초짜리 장면의 합을 수없이 반복했다. 촬영에 들어갔을 때 무리 없이 액션을 할 수 있게 석 달이 넘는 기간 동안 고강도 훈련을 반복해서 했고, 합을 맞췄다. 그것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힘들었다. 촬영을 위해 오토바이 자격증도 땄다. 카터는 남성스럽고 어떤 일이 닥쳐도 이겨낼 것만 같은 캐릭터다. 그래서 목소리 톤에도 변화를 줬다.”

7kg 증량한 이유는 무엇인가.

“원 테이크 영화는 보이는 것, 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보여지는 모습이 카터다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운동을 꾸준히 해왔지만 근육으로만 체중을 불리는 건 힘들다. 최대한 운동 강도를 올렸고, 먹는 것에도 신경을 썼다. 지방과 근육량을 함께 늘렸다. 그 상태에서 문신 분장이 들어가니 카터의 느낌에 가까워졌다.”

파격적인 노출도 있다.

“카터의 모습이나 나체 설정들은 애초부터 대본에 있었다. 사실 노출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카터에게 나체 설정은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아마 남자라면 군대에서 경험한 느낌을 알 것이다. 몇백 명이 쭉 서서 샤워하지 않나. 그때 그런 느낌이 든다. 내가 군대에 왔구나, 내 조국은 내가 지킨다 뭐 그런(웃음). 군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모든 상황에 복종하게 된다. 카터도 그것과 비슷했을 것이다. 기억을 잃었기에 내가 누구고, 여기가 어딘지 몰랐다. 주변엔 나체인 사람들만 가득하다. 귀에서 들리는 누군가의 목소리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카터를 몰아넣기 위한 하나의 장치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주원씨가 독보적으로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부담은 없었나.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제가 타이틀 롤이고, 카메라 역시 카터를 따라가는 시점이다.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 행복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지금도 다시 가고 싶은 현장이다.”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강렬한 변신이다. 과감한 변신을 시도한 이유도 궁금하다.

“배우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지금까지 작품을 하면서 다양한 변화를 해왔고, 그 변화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많다. 입시를 할 때도 면접관이 왜 배우가 왜 되고 싶으냐고 물으면 다양한 삶을 살아서 좋다는 말을 대부분 한다. 팬분들도 도전하는 모습을 좋아할 거라 생각한다. 요즘 콘텐츠 산업이 급변하고 있다. 누군가는 새로운 것에 계속 도전하고 있다. 우리 영화가 그 새로움에 한몫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NETFLIX 영화 《카터》의 한 장면ⓒ넷플릭스 제공

《카터》로 하여금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건 무엇인가.

“액션으로 시작해 액션으로 끝나는, 원 테이크 스타일의 확실한 컬러를 가진 영화다. 한국에서도 이런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걸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 그 누구도 쉽게 도전하지 못한 것을 우리가 시도했고, 우리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고 획기적인 작품을 선보인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이번 작품으로 얻은 것, 배운 것은 무엇인가.

“이 작품을 경험한 것 자체가 얻고 배운 것이다. 제 주변의 많은 영화 관계자분들이 《카터》를 보고 ‘어떻게 찍었어?’라고 많이들 물어보신다. 오랜 시간 업계에서 일하셨던 분들인데도 궁금해 하시더라. 동료들에게 ‘획기적이다’ ‘축하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 현장에 내가 있었다는 게 행복하다. 그게 얻은 것이다. 감독님, 스태프들도 소중한 인연이 됐다.”

《카터》를 통해 얻고 싶은 수식어가 있을까.

“다양한 얼굴의 배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 한국의 톰 크루즈. 이런 수식어가 붙으면 좋을 것 같다.”

어느덧 데뷔 16년이 됐다.

“꾸준히 작품을 해 왔고, 천천히 밟아나가고 있다. 스스로는 만족스럽다. 반짝 스타보다는 길게 대중과 호흡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다. 데뷔 때와 마음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아, 불안감은 없어졌다(웃음). 나는 늘 도전하는 배우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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