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윤 대통령, 기왕 이렇게 된 바에는…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oxen7351@naver.com)
  • 승인 2022.08.19 17:00
  • 호수 17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왕지사(旣往之事), 우리 말로는 ‘엎질러진 물’이다.

취임 100일을 넘긴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의 늪에 빠져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공자도 기왕지사는 탓하지 말라고 했으니 탓하는 차원은 아니고 차분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세 가지 사안을 들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모습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모습ⓒ연합뉴스

첫째는 “내가 대통령이 처음이라서”라는 발언이다. 예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던 “대통령 못해 먹겠다”에 버금가는 실언이다. 나라 최고지도자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되는 말이다. 이 말로 대통령이 갖춰야 할 무게, 즉 장(莊)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둘째는 권성동 의원의 휴대폰을 통해 공개된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적나라한 발언이다.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는 표현은 눈을 의심케 했다. 그간 대선 과정에서 속을 썩인 이 전 대표를 큰 형님처럼 끌어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속내가 여과 없이 드러난 것이다. 게다가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점점 커가던 시점에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는 표현은 지금 정국을 대통령이 얼마나 오독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셋째는 이준석 전 대표가 말한 “이 새끼 저 새끼” 발언이다. 대통령실에서도 아무런 반박이 없는 것으로 볼 때 개연성이 있다는 뜻이리라. 우리가 ‘프레임’ 운운하지만 힘을 받는 프레임엔 진실에 부합하는 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는 윤 대통령이 갖고 있었던 ‘통 큰 이미지’를 한 방에 날려버렸다. 흔히 큰 정치인에게 기대하는 그런 도량이 윤 대통령에게 없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대통령은 조금 신비적 요소를 갖고 있어야 사회의 복합적 갈등을 풀어내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시비(是非)를 너무 명확히 하면 오히려 갈등만 증폭시킨다. 그런데 이상 언급한 세 가지 일로 해서 집권 초기 대통령 특유의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을 잃어버렸다.

여기까지다. 이미 엎질러진 물. 늘 외치던 ‘공정과 상식’ 중 공정은 많이 손상당했지만 상식은 남아 있다. 매사 상식에 준하는 진단과 해법을 잘 찾아내 실행에 옮기는 대통령만 돼도 성공한 대통령까지는 몰라도 실패한 대통령은 되지 않을 수 있다. 상식을 척도로 삼더라도 지금 우리 사회엔 척결해야 할 비상식이 난무하고 있다.

아마도 그 첫째는 지난 정권이 손을 놓아버린 부패 문제일 것이다. 권력과 결탁하거나 기생해 수많은 부패범죄가 일어난 정황 증거들이 수두룩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권은 덮기에 급급했다. 물론 새 정부하에서 일어나는 부패 문제에 대해서는 스스로 엄정해야 함은 물론이다. 다행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인식과 의지를 보여주고 있어 기대를 걸어 본다. 게다가 대통령도 처음 정치 참여 선언을 하던 날 문재인 정권을 “약탈 정권”이라고 선언하지 않았던가?

기왕지사, 맹자 말에서 지혜를 얻기를 바란다. “하늘이 장차 사람에게 큰일을 내리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사람의 마음을 힘들게 했고 그의 육체를 고달프게 했으며, 그의 배를 굶주리게 했고 그 몸을 곤궁하게 만들었으며, 하는 일마다 어긋나고 뒤엉키게 만들었다. (하늘이) 그렇게 한 이유는 마음을 분발케 하고 타고난 본성이나 성질을 강인하게 만들어 그들의 부족한 능력을 키워주기 위함이었다. 사람은 늘 잘못을 범하지만 그 후에는 능히 고칠 수 있고, 마음이 고초에 시달리고 심한 번민을 겪은 이후에는 (심기일전해) 더욱 분발하며, 그런 번민이 얼굴에 나타나고 목소리에서 드러난 이후에야 남들에게도 전해지게 된다.” 그러면 지지율 회복은 시간문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br>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