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이사회 ‘출석 꼴찌’ 총수는 누구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08.1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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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순…해외 출장 등 이유로 불참
국민연금 “출석률 75% 미만 사내이사 재선임 반대” 으름장

5대 그룹 총수 가운데 올 상반기 이사회 참석률이 가장 낮은 인물은 누구일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순으로 참석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그룹에선 업계 특성상 잦은 해외 출장 등으로 불가피하게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18일 주요 기업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상반기 이사회 출석률은 각각 80%, 33%다. 정 회장은 5차례 열린 현대차 이사회에 1회 참석하지 못했다. 6차례 열린 현대모비스 이사회에는 4회 불참했다. 5차례 열린 기아의 이사회 출석률은 60%(2회 불참)다. 이사회 총 16회 가운데 7번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3개사 이사회의 평균 출석률은 57%이다. 정 회장은 현재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기아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정 회장이 출석하지 않은 동안 이사회에서 가결된 안건은 해외 계열회사 설립 승인이나 미국 신규 투자 법인 현물 출자 등이었다.

정 회장의 낮은 이사회 출석률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정 회장의 3개사 이사회 평균 출석률(43%)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총 9차례 개최된 현대차 이사회 5번 참석해 56%의 출석률을 기록했고, 11차례 열린 현대모비스 이사회에는 6번 불참해 45%의 출석률을 보였다. 기아 이사회(7회)에는 2번만 참석해 29%의 출석률을 나타냈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요한 해외 출장 등의 일정이 겹쳐 종종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사회 참석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정 회장은 올 상반기 이들 회사로부터 총 32억5000만원(현대차 20억원, 현대모비스 12억5000만원)의 보수를 지급받았다. 정 회장은 기아의 사내이사도 맡고 있지만 기아로부터는 보수를 받지 않는다.

뒤를 이어 낮은 이사회 출석률을 보인 총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신 회장은 현재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롯데제과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신 회장의 올 상반기 이들 회사의 평균 이사회 출석률은 74%다.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은 올 상반기 각각 8회와 6회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 가운데 신 회장은 2번씩 불참했다. 출석률은 각각 75%, 67%다. 신 회장은 5회 열린 롯데제과 이사회에는 1번 불참해 80%의 출석률을 기록했다.

신 회장의 이사회 출석률은 지난해보다 높아졌다. 지난해 신 회장은 9차례 열린 롯데지주 이사회에 5번 불참해 44%의 출석률을 보였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제과 이사회 출석률은 각각 73%, 77%였다. 지난해 3개사 이사회 평균 출석률은 64%다.

신 회장은 올 상반기 등기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이들 3개사를 비롯해 미등기 임원으로 있는 호텔롯데 등의 계열사로부터 총 102억85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5대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많은 보수를 수령했다.

다른 총수들은 우수한 출석률을 보였다. SK㈜의 대표이사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올 상반기 이사회 출석률은 100%다. 7차례 열린 이사회 모두 참석했다. 최 회장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에서 회장 직위를 맡고 있지만 미등기 임원이다. LG그룹 지주사 LG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올 상반기 5차례 이사회에 모두 출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미등기 임원으로 이사회에 출석하지 않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국민연금 “사내이사 출석률 75% 미만 재선임 반대”

사내이사들의 잦은 결석에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은 칼을 꺼낸 상황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3월 이사회 출석 관련 내용이 포함된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을 개정, 의결했다. 기존에는 사외이사에 한해 이사회 출석률이 낮은 인사에 대해 재선임을 반대하도록 했는데, 이를 사내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까지 확대한 것이다.

기금운용위가 명시한 출석률은 ‘직전 임기 이사회 참석률 75%’다. 이사회 출석률이 75% 미만인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겠다는 의도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7월부터 적용됐다. 다만 이사회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재계 측 반대 의견을 수용해 불출석 사유 등을 주총 소집 공고 등에 공시하면 이를 고려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총수들의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에 대해 박상인 서울대 교수(행정대학원)는 “우리 재벌 대기업의 이사회가 전문경영인을 견제하는 기능을 갖춘 미국식 이사회 역할을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한국의 소유 지배 구조에서 이사회의 역할이나 기능을 기대한다는 것은 가능성 없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수 일가의 이해가 달려 있는 사안이나 보수 등과 같은 안건을 주주총회에서 제동을 걸 수 있는 소수주주 동의제 등과 제도가 도입돼야 이사회의 위상이 높아지고 참석률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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