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기밀 유출’ 파장, 쌍방울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은 누구인가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2.08.19 14:30
  • 호수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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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딛고 자수성가했지만… 쫓기고 쫓기는 인생

쌍방울그룹의 수사 기밀 유출 직후 해외로 출국한 김성태 전 회장은 여느 기업인들과 다른 길을 걸어왔다.  전북 남원 출신인 그는 6남매 중 장남으로 어린 시절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그가 장남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잠시 어둠의 세계에 몸담았다고 한다. 이후 서울 강남 일대에서 사채업으로 크게 성공했다. 주로 코스닥 시장에서 기업 인수합병(M&A)에 관여하는 인사들에게 월 10~20% 넘는 고리로 돈을 빌려줬다. 

그러다 김 전 회장이 기업인으로서 발돋음한 인생 최대의 변곡점이 찾아왔다. 사채업 등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2010년 직접 기업 인수합병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그렇게 인수한 기업이 바로 쌍방울이다. 김 전 회장이 한때 재계 서열 57위의 기업 회장이 된 것이다. 김 전 회장에게 쌍방울 인수는 그 무엇보다 의미가 컸다고 한다. 어려운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자신이 나고 자란 전북의 대표 향토기업 오너가 됐기 때문이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019년 4월 전북 군산시에서 열린 새만금 주행시험장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새만금개발청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019년 4월 전북 군산시에서 열린 새만금 주행시험장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새만금개발청

하지만 김 전 회장의 호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가 2013~2014년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던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으로 강도 높은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다. 한동안 수사망을 피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이 김 전 회장의 은닉 자금을 찾아내면서 결국 자수했다. 재판 과정에서 2015년 불법 대부업 운영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다행히 김 전 회장은 주가조작 사건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으면서 감옥살이는 면했다.

이후 한동안 김 전 회장의 행적은 묘연했지만, 쌍방울은 조용히 사세를 불렸다. 카메라모듈 제조사 SBW생명과학(2016년), 속옷 기업 비비안(2019년), 반도체 검사장비 제조사 미래산업(2019년), 소프트웨어 유통사 디모아(2020년), 연예기획사 아이오케이컴퍼니(2020년) 등 상장사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면서 쌍방울은 기업집단으로서의 면모를 갖춰 갔다.

이 과정에서 김성태 전 회장의 존재가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특히 쌍방울은 이스타항공과 쌍용차 같은 대어급 기업이 매물로 나올 때마다 인수전에 참여해 큰 화제를 모았다. 쌍방울의 대주주와 한동안 세간에서 멀어졌던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에게 이목이 집중된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김 전 회장의 이름이 입방아에 오른 건 그가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리면서부터다. 그는 1조6000억원의 금융 피해를 낳은 라임자산운용 사태 당시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에게 브로커 엄아무개씨를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씨는 쌍방울 미래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지낸 김 전 회장의 최측근이다. 아울러 지난 대선 당시 여야 간 공방이 치열했던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에도 김성태 전 회장의 이름이 등장하면서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김성태 전 회장은 또다시 쫓기는 신세가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쌍방울그룹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돌입하면서 그 역시 수사망에 올랐다. 지난 5월 김성태 전 회장이 돌연 해외로 출국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는 아직도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김성태 전 회장이 제 발로 한국에 들어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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