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은 미국의 생물 무기?…“러시아, 전세계에 선전 중”
  • 장지현 디지털팀 기자 (vemile4657@naver.com)
  • 승인 2022.08.2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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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 “美에 ‘비도덕적’ 프레임 씌우려는 의도”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한국분리주 전자 현미경 사진 ⓒ질병관리청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한국분리주 전자 현미경 사진 ⓒ질병관리청

러시아가 최근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확산에 대해 미국 정부의 생물 무기라는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1일(현지 시각) 미국의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최근 러시아 국방부와 러시아 관영 언론사들이 이같은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리나 야로바야 러시아 하원 부의장은 지난 4일 원숭이두창의 미국 유출설을 주장하며, 세계보건기구(WHO)가 이에 대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고르 키릴로프 러시아 국방부 화학·생물·방사선 방어사령관은 지난 5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미국의 자금 지원을 받은 나이지리아의 연구소나, 우크라이나의 생물학 실험실에서 나왔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FP는 러시아의 이같은 선전전에 대해 “러시아가 현재 진행 중인 원숭이두창의 세계적 확산과 전혀 무관한 사안들을 입맛대로 끼워 맞춰, 마치 미국이 이번 사태의 배후인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뮌헨안보회의에서 미국·중국 정부 당국자들이 포함된 전문가 패널들이 2022년 5월부터 원숭이두창의 확산 상황을 가정해 생물학적 위협의 피해를 줄일 방안을 논의했었는데, 실제로 원숭이두창이 올 5월을 기점으로 급격히 확산했다는 것이다. 단순한 우연에 불과한 일이지만, 러시아 당국자들은 이를 빌미로 원숭이두창의 유행이 미국 탓이라는 주장을 전 세계에 퍼뜨리고 있다는 것이 FP의 설명이다.

FP는 또 러시아가 전염병 확산 상황에서 미국을 배후로 지목하는 음모론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최근 코로나19에 대해서도 미국 실험실에서 유출된 바이러스 탓이라고 주장했고, 과거 구소련 시절에는 미국 정부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유발하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만들어내 흑인을 향한 무기로 활용한다는 허위 정보를 유포한 일도 있다. 이에 대해 FP는 “러시아의 선전전에는 미국은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비도덕적인 국가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평가했다.

FP는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선전전 관련 정보에 대해 언론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의 ‘가짜 깃발 작전’을 간파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일찍이 공개해 러시아와의 정보 전쟁에서 우위에 섰던 것처럼,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여론전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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