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에 로스쿨 준비생도 당했다”…대학가 전세사기 주의보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2.08.2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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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빌린 전세금 날려…“로스쿨 학비로 써야 하는데” 전전긍긍
새학기 앞두고 ‘전세사기’ 불안 급증

로스쿨 진학을 꿈꾸는 서울대 학부생 김아무개씨(남, 27)는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월세가 아까워 서울 신림동 고시촌의 1억3000만원짜리 전셋집을 구했다가 보증금을 날릴 위기에 처해서다. 1년 전 김씨는 과외와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부모님께 빌린 돈을 합쳐서 간신히 전세 보증금을 마련했다. 나중에 학부를 졸업하면 전세금을 빼 로스쿨 학비로 쓸 계획이었다.

그런데 A씨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올해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나가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는데, 갑자기 집주인이 연락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때보니 집주인도 바뀐 상태였다. 바뀐 주인마저 연락을 받지 않았다. 일부 융자마저 있는 상태라 소송을 걸어도 보증금 전부 돌려받을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처음 겪는 스트레스 탓에 로스쿨 입시 준비조차 손에 잡히지 않는다. 

연세대 학부생 강아무개씨(남, 26)도 올해 초 전세사기를 당할 뻔 했다. B씨는 올해 초 부모님 도움으로 서울 관악구의 빌라를 보증금 1억8000만원에 전세계약을 했다. 그런데 계약한 날 집주인 명의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 부동산에선 ‘몰랐던 일’이라고 잡아뗐다. 결국 변호사를 통해 계약 해지할 수 있다는 것을 듣고 4개월 지나서야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피해 학생들은 물질적 피해는 물론 정신적 피해도 상당하다. 몇백만원에서 몇억원대의 큰돈은 학생이 쉽게 구하기 힘든 돈이어서 그 충격도 훨씬 크다. 김씨는 “당장 부모님에게 말씀도 못 드리고 있다”고 막막함을 표했다. 강씨는 “운이 좋아서 보증금을 돌려받았다”면서도 “4개월 동안 거의 잠도 못자고 불안에 떨면서 정신쇠약도 왔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빌라촌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한 빌라촌 모습 ⓒ연합뉴스

최근 김씨나 강씨와 같은 일이 대학가에서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전통적인 전세 사기가 급증하는 데, 특히 경제활동 경험이 부족한 대학생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어서다. 대학생들은 부동산 정보에 취약한데다 경제 활동 경험이 많지 않아 쉽게 속을 수 있어서다. 

이들처럼 전세 사기를 당한 다른 학생들의 피해 호소글도 대학교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대학생은 “월세가 푼돈으로 생각돼도 아까워, 카카오전세대출로 대출을 받고 집에 들어갔는데 봉변을 당했다”며 “부동산 말을 전적으로 믿은 것이 너무 후회된다”고 밝혔다. 다른 학생은 “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에서 작정하고 사기 치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겠나”라고 허탈함을 표했다.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집을 구하려던 학생들도 불안을 호소하는 분위기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부동산중개인은 “대학들이 대면 수업으로 방침을 바꾼 후 집을 찾는 학생들이 많아졌지만, 다들 깡통전세를 비롯한 전세사기에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보증보험이 가능한 집에 들어가야 하는데, 보증보험을 들 수 있는 기준이 까다롭다”며 “또 공시가격 등은 직장인들도 익숙하지 않은 내용인데, 대학생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전세 사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앞선 사례에서 강씨를 도와줬던 A변호사는 “등기부등본을 계약 전은 물론 잔금을 치를 때까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전셋집의 정확한 시세 파악과 함께 보증보험 여부를 재차 강조했다. 또 LH 안심전세대출 등 ‘정부나 공기업에서 시행하는 대출’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해당 대출은 자체 심사를 통해 집주인의 자금내역을 조사하는 등 안전한 편이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계약 후 전입신고를 통해 확정일자를 받아 대항력을 키우는 것도 숙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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