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태풍’ 덮친 고시촌 식당…“시험보다 밥값이 더 고민”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2.08.2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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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식당, 어쩔 수 없이 가격 올리자 매출 급감…“공시생 감소로 또 타격”
경제적 문제 등으로 잠정 휴업 중인 신림의 한 고시식당 ⓒ온라인 커뮤니티
경제적 문제 등으로 지난 7월부터 잠정 휴업 중인 신림의 한 고시식당 ⓒ온라인 커뮤니티

‘고물가 태풍’이 고시촌도 휩쓸었다. 공무원시험 준비생(공시생)들은 시험보다 ‘밥값’이 더 스트레스라고 토로한다. 이들을 주 타겟으로 운영되는 고시식당들도 한숨이 늘고 있다. 폭등한 식자재 값과 빈곤한 공시생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다. 또 최근 정부의 공무원 감축 기조 등에 따른 ‘공시생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식당도 늘고 있다.

24일 찾아간 고시식당들은 메뉴 가격을 소폭 올렸는데도 매출이 급감했다고 토로했다. 서울 노량진의 고시식당 ‘밥ㅇㅇ’은 고물가 여파로 지난 1월 한 끼 가격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매출은 가격 인상 전과 비교해 30% 가량 떨어졌다. 비싼 식자재비까지 고려하면 순이익은 더 급감했다. 해당 식당을 운영 중인 A씨는 “최근 공시생 감소로 학생들이 작년 대비 40% 가량 줄었다”며 “특히 저번 주에 경찰 채용시험도 끝나 당분간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서울 신림에선 일반식당 전환이나 폐업을 결정한 고시식당도 일부 보였다. ‘ㅅ’ 고시식당 관계자인 B씨도 “코로나로 힘들었는데 고물가까지 겹쳤다”며 “특히 공시생도 감소하는 추세인데 (가게를) 폐업해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도 공시생들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통계청이 지난 7월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일반직 공무원 준비생 비중은 1년 전인 2021년 7월 대비 약 6만8000명 감소했다.

23일 서울 정릉에 위치한 '청년밥상 문간'에서 청년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청년밥상 문간 제공
23일 서울 정릉에 위치한 ‘청년밥상 문간’에서 청년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청년밥상 문간 제공

빈곤 학생들을 위해 비영리 목적으로 운영되는 청년식당도 상황은 어렵다. 서울 정릉에 있는 식당 ‘청년밥상 문간’은 고물가에도 김치찌개 가격을 3000원으로 고수하고 있다. 《유퀴즈》 등에도 출연한 ‘문간’은 여러 단체의 후원을 받아 적자를 매우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 식당도 고물가 이후 적자가 20%가량 늘었다. 결국 기존의 후원금 규모로는 적자를 충당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이 식당의 관계자인 이성구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은 “가격 변동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고물가를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주머니 사정이 딱한 학생들이 밥을 먹고 감사하는 마음을 포스트잇에 남기고 간다”며 “식당도 힘들지만, 고물가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도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도 전했다.

앞선 식당들을 자주 이용하는 청년들도 부담이 늘고 있다. 신림 고시촌에서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김동현(26)씨는 “자주 갔던 식당들도 500~1000원씩 가격이 올랐다”며 “고물가 때문에 부모님 지원만으로는 공부에 매진하기 힘들다. 과외 등을 안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노량진에서 7급 공무원 2차 시험을 준비 중인 김진영(24)씨도 “시험보다 밥값이 더 고민되긴 처음”이라며 “가격이 계속 오르진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올해 못 붙으면 내년에도 수험 생활을 해야 하는데, 현실이 너무 막막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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