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 압력에도 가계 부담 고려했나…0.25%p 올린 한은 속내는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08.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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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25일 기준금리 0.25%P 인상…“물가 상승압력, 기대 인플레이션 이어져” 설명
금리 역전 우려에도 경기 둔화, 가계 부채 등 고려해 빅스텝 배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치솟는 물가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하지만 지난달에 이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은 자제했다. 미국과 금리 역전 우려에도 국내에 미칠 파장을 더욱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높였다. 올 4월, 5월, 7월에 이어 이날까지 사상 최초로 네 차례 연속 인상을 단행했다. 금통위는 “국내외 경기 하방위험이 증대됐지만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압력과 기대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어 고물가 상황 고착을 막기 위한 정책 대응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금리 인상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금리 인상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상태였다.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 오름세가 꺾일 때까지는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3%를 기록하며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관건은 인상 폭이었다. 지난 17일(현지 시각) 지난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미 연준의 긴축의지가 확인됐다. 미 연준이 내달 최소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주초 벌어진 환율 급등으로 한은도 선제적으로 인상 폭을 늘려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은은 최소한의 인상을 선택한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7월 27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연준 본부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7월 27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연준 본부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은, 금리 역전 우려 감당 가능 수준 판단한 듯”

김영한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미국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한풀 꺾이는 등 연준이 다음 달 자이언트스텝을 고집할 유인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0.25%포인트보다 높게 무리하게 인상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 역전만 고려해 인상할 경우 가계부채를 포함한 채권 부실화 우려가 커져 통제 불능한 금융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부채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금리 인상 정책을 펼 때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경기 둔화 가능성과 대출자들의 상환 부담 가중 등의 문제로 두 달 연속 빅스텝을 단행하기는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다만 최근 며칠 사이 환율이 올라가 금통위 내 빅스텝 관련 소수의견이 존재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금통위의 금리인상으로 한국(2.50%)과 미국(2.25∼2.50%)의 기준금리 상단이 같아졌다. 하지만 다음 달 미 연준의 최소 빅스텝 전망에 금리 역전은 시간 문제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환율 변화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의 우려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경제학)는 “9월 FOMC 이후 10월 금통위 개최 사이의 기간이 약 2~3주”라며 “베이비스텝 결정은 한은이 이 기간 동안 금리 역전 우려는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9월 FOMC는 오는 9월 20~21일, 다음 금통위는 10월 12일 개최된다.

한은은 당분간 베이비스텝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0.25%포인트씩 인상하겠다는 것이 기조”라고 재확인했다. 빅스텝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충격이 오면 원칙적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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