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의 명암…새로움과 두려움 사이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08.26 10:00
  • 호수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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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합니다’ 실현할 ‘169석 입법권력’ 확보
‘사법 리스크’ 뛰어넘을지가 관건…‘당 혁신’이 최대 과제

지금은 이재명의 시간이다. 모든 이슈의 중심에 그가 자리한다. 당내 수많은 논의와 갈등, 이해관계 조율의 핵심에 이재명이 자리한다. 권력을 차지한 집권여당도 그를 주시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렇게 더불어민주당발(發) 뉴스의 주어와 목적어 모두를 이재명이라는 세 글자가 차지하고 있다. 지금, 민주당은 이재명을 중심으로 돈다. 

2022년 8월28일은 민주당에 새로운 질서가 탄생하는 날이다. 이 의원은 8월26일 기준 제1야당을 2년간 이끌 지도부를 선출하는 8·28 전당대회에서 새 당 대표로 선출될 게 확실시 된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새로운 질서를 상징한다. 지난 10년간 민주당의 주류였던 친문(親문재인)계는 지난 대선 패배 후 구심점을 잃고 급속도로 힘이 빠졌다. 권력은 공백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 공백을 지금 이재명이 지배하고 있다. 10년 전 ‘변방의 장수’로 불리던 이 의원은 이제 민주당의 새로운 주류로 우뚝 설 기회를 잡았다. 

8월13일 부산항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두 손을 번쩍 들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의 시대’가 상징하는 새로운 질서

‘이재명의 시대’가 열리는 걸까. 이 의원에게는 화제적·문제적·논쟁적 정치인이란 평가가 붙는다. 호불호가 확실하다. 그를 좋아하면, 좋아하는 정도가 상당하다. 민주당에서 지금 그만큼 강한 팬덤(지지세)을 보유한 정치인은 문재인 전 대통령 말고는 없다. 좋아하는 이유도 구체적이다. ‘이재명 정치’의 내용(‘이재명은 한다’라는 특유의 돌파력)과 형식(사이다 정치) 모두에 대한 호감도가 굉장하다. 

반면 싫어하면, 싫어하는 강도도 세다. 현재 민주당에서 그만큼 안티 팬이 많은 정치인도 찾기 어렵다. 누군가에겐 좋은 이유가, 그대로 또 싫은 이유가 된다. ‘이재명 정치’의 내용(사법 리스크·책임 회피)과 형식(팬덤 중심·일방주의) 모두는 늘 아슬아슬하게 느껴진다. 반감도 꽤 크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질서를 낳는다. 새로운 주류의 등장은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다. 169석을 가진 제1야당에 새 철학과 노선이 제시될 것이며, 그에 기반한 정책과 전략이 새롭게 나오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재명의 민주당’ ‘이재명 정치’의 명암은 한동안 대한민국을 뒤흔들 뜨거운 감자가 될 게 틀림없다. 그리고 그 명암은 이재명과 민주당,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시사저널이 지금 ‘이재명의 명암’을 살펴보는 이유다. 

 

입법권력 쥔 ‘이재명은 한다’의 방향성에 ‘주목’

‘이재명의 민주당’에는 두 가지 기회이자 무기가 있다. 우선 짚어야 할 점은 당내 권력투쟁이 종결됐다는 점이다. 이제 앞으로 2년간은 ‘이재명의 시간’이다. 당헌 개정 등을 두고 여전히 갈등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민의힘이 ‘윤석열당’으로 거듭나는 과정 속에서 겪는 갈등 수위를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정리됐고, 될 것이라는 해석과 전망이 가능하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분당 시나리오’ 등도 빠르게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당내 투쟁 종결은 현재 야권에 ‘이재명의 대체재’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친문은 구심점을 잃었다. 이 의원은 차기 총선의 공천권도 행사한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말 그대로 빠르게 ‘이재명 체제’로 재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 이전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보다는 앞으로의 선거에 대한 준비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게 될 것이다. 드디어 이 의원은 ‘흔들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두 번째 기회이자 무기는 169석이라는 국회 의석수다. 압도적인 의석수를 앞세우면 ‘이재명의 정책’을 실제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다. “다음 총선에서 이기면 구현하겠다” “대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면 반드시 해내겠다” 등의 구호 대신 즉시 해낼 수 있는 정치적 여건이 마련돼 있는 것이다. 

이 의원이 강조한 ‘이기는 민주당’과 ‘유능한 민주당’의 방법론도 입법권력을 통한 민생 과제 해결일 가능성이 높다. 이 의원과 가까운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의 민주당’의 성패 열쇳말로 ‘성과’를 꼽았다. ‘이재명은 한다’를 이제 ‘민주당은 한다’로 업그레이드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재명의 민주당’이 민생 행보에서 성과를 내면 한동안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 

핵심은 방향성이다. ‘이재명은 한다’에서 ‘속도’는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정책 수용성’이다. 민심이 보기에 ‘한다’의 방향성이 납득돼야 박수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재명의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자산과 가치를 계승하기보다는 자신만의 비전을 새롭게 선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민주당은 최근 당 강령에서 ‘소득주도성장’을 ‘포용성장’으로 바꾸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우상호 비대위’가 ‘이재명의 민주당’이 새로운 도화지에 그림을 그릴 수 있게 사전 작업을 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의원과 가까운 김병욱 의원은 최근 ‘재벌 개혁’을 당 강령에서 빼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민주당에서 하기 힘든 제안이다. 도발적이다. 김 의원은 “‘재벌 개혁’이라는 표현을 강령에서 계속 사용함으로써 특정 기업 주체들에게 강력하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있고, 이로 인해 정서적으로 ‘반기업적인 정당’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과거부터 유지해 왔던 정책적 방향에 대해 재점검하고 현시대에 맞는 개념과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는 설명도 내놨다. 

이재명의 선택은 무엇일까. 그의 길은 어디를 향해 있을까. ‘이재명은 합니다’를 넘어설 ‘민주당은 합니다’는 어떤 모습일까. 바로 여기에 이재명의 도전과 기회가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1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인천 계양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5월8일 당시 출마선언을 하고 있는 모습ⓒ시사저널 박정훈

‘왜 이재명인가’ 보여줘야 사법 리스크도 대응 가능

지금 ‘정치인 이재명’ 앞에는 두 개의 큰 고비가 기다리고 있다. 곧바로 마주할 큰 산은 ‘사법 리스크’다. 검경은 대장동 개발 특혜, 성남FC 후원금, 변호사비 대납, 이 의원 배우자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수사 등을 본격화하고 있다. 수사는 이 의원을 향해 점점 전방위적으로, 고강도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최종적인 사법적 판단까지는 시간이 아직 한참 남았다. 중요한 것은 여론의 움직임이다. 검경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고비 때마다 여론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이재명의 민주당’은 바다 위 조각배처럼 풍전등화 신세가 될 수도, 항공모함처럼 별일 없이 평온한 항해를 유지할 수도 있다. 

정치는 사실의 영역이 아닌 인식의 영역이다. 대중은 이슈 자체보다는 이슈를 다루는 태도를 더 중요하게 본다.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정당한 수사’와 ‘정치보복’ 프레임 중 어느 구도가 더 강하게 작동할까. 이 의원의 사법적 논란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 의원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로 관전 포인트가 이동할 것이다. 결국 관건은 이 의원의 리더십 문제로 귀결된다. 자신을 향한 위기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위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정반대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마지막 한 방이 될 수도 있다. 

이 의원 입장에서는 ‘이재명이 사는 길이 민주당이 사는 길’이라는 논리를 민주당 전체에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 정치검찰의 수사가 야권 전체를 겨냥할 수 있는 만큼 특정 정치인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논리다. 현실은 어떨까. 결코 녹록한 상황은 아니다. 민주당 내에는 ‘왜 이재명을 지켜야 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이 의원 스스로가 보여주는 게 ‘사법 리스크’ 정국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의원이 자신을 향한 무수한 공격을 뚫고 당 대표직에서 굳건히 버티더라도,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 기다리고 있다. 이 의원은 최근 전국 단위 선거에서 3연패한 정당을 변화와 쇄신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 당 혁신에 실패하면 차기 총선 승리 여부는 기대할 게 못 된다. 사실 당의 재건은 그 자체로 무한도전에 가까운 미션이다. 선명 야당에서 대안 야당으로, 계파 갈등을 용광로 정당으로, 악성 팬덤을 숙의 민주주의로 바꿔내는 일은 그중 하나만 성공해도 다행스러울 만큼 어려운 과제다. ‘당 대표 자리는 독이 든 성배’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변화된 위상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재명의 시간’은 역설적이다. ‘당 대표직’은 이제 과거 ‘아웃사이더 이재명’이 가졌던 강점을 희석한다. 그는 더 이상 도전자가 아니다. 역대 민주당 대선후보가 얻은 최다 득표인 1614만 표를 얻은 대선주자로서, 차기 총선과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할 수권 능력을 증명해 내야 한다. 

민심은 왕관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는 자를 결코 인내하며 지켜봐주지 않는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다시 잃어버린 신뢰와 기대를 회복할 수 있을까. 대선주자 이재명의 운명도 결국 여기에 달려 있다. 민심을 다시 가져와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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