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상황 아니다”…법원, 왜 이준석 손 들어줬나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8.2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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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표 가처분 일부 인용…주호영 직무집행 정지
비대위 전환 과정 ‘하자’ 및 정당민주주의 훼손 지적
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왼쪽)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8월25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왼쪽)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8월25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두고 당과 전면전을 벌인 이준석 전 대표가 '1차전'에서 사실상 완승했다. 법원이 이 전 대표의 비대위 전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다. 법원은 국민의힘 비대위 전환 과정에서의 하자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주호영 비대위'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는 26일 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전국위원회 의결 중 비상대책위원장 결의 부분이 무효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전국위 의결로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된 주호영이 전당대회를 개최하여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할 경우 당원권 정지 기간이 도과되더라도(지나더라도)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국민의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비대위 출범이 불가피한 '비상상황'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에 따라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 비대위 전환 조건을 규정한 당헌 96조1항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국위 의결이 ARS 방식으로 이뤄진 점 등은 위법 또는 중대한 하자로 볼 수 없지만 '비상상황' 판단에 대해서는 이 전 대표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 전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는 '당 대표 궐위'가 아닌 '사고'라고 당에서 결론을 냈고, 최고위원들이 8월2일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전국위 소집 안건을 의결한 것 등에 비춰보면 기능이 상실되지도 않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특히 "당 대표 6개월 사고와 최고위 정원의 반수 이상 사퇴의사 표명이 비상상황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으로 당 대표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전국위에서 최고위원 선출로 최고위원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정당 내부의 의사결정은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정당 자율성의 범위를 벗어났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의결로 수십 만 당원과 일반 국민에 의해 선출되고 전당대회에서 지명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지위와 권한을 상실시키는 것은 정당의 민주적 내부질서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경위를 살펴보면 당 기구의 기능 상실을 가져올 만한 외부적 상황이 발생했다기보다는 일부 최고위원들이 당 대표 및 최고위원회의 등 국민의힘 지도체제의 전환을 위해 비상 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어 "이는 지도체제를 구성에 참여한 당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원은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최고위·상임전국위·전국위 의결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은 당사자적격이 없어 내용을 판단하지 않고 각하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지난 10일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냈다. 이 전 대표 측은 지난 17일 열린 심문에서 배현진 의원 등이 최고위원 사퇴를 선언한 후에도 최고위에 참석, 비대위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 개최를 의결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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