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경제 빙하기’ 닥쳐온다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5 07:35
  • 호수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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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과 내년 초에도 추가 금리 인상 전망
한국 경제 내년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10월7일 미국의 9월 고용지표가 발표됐다. 미국 노동부는 9월 한 달 동안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26만3000개 증가했다고 밝혔다. 8월의 31만5000개보다는 적지만 블룸버그가 전망한 26만 개보다는 많았다. 9월 실업률은 3.7%의 8월보다 더 떨어져 3.5%를 기록했다. 뉴욕증시는 실업률이 더 낮아졌다는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8%, 다우 지수는 2.1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8% 하락했다. 주식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올해 들어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전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사설 환전소 모습ⓒ연합뉴스

9월 고용지표 발표 후 3대 지수 동반 하락

보고서 발표 이후 연준의 4회 연속 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불과 8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0.25%에서 3.25%까지 뛰었지만, 미국의 경제 상황은 아직도 전방위적인 경기 침체와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지금의 인플레이션 지표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할 여지를 주지 않고 있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8.2% 올라 시장 전망치인 8.1%를 웃돌았다. 골치 아픈 건 지난 9월 물가 상승을 서비스 섹터가 주도했다는 점이다. 서비스 섹터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가 쉽지 않다. 임금 상승 압박이 서비스 가격을 끌어올리기 때문에 고용시장이 나빠져야 한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CPI 상승률은 8월 6.3%에서 9월 6.6%로 올라 4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인플레이션이 잡힐 때까지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출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그럼 연준의 금리 인상은 과연 어느 수준까지 갈까. 원래 지난 8월까지 시장의 금리 인상 전망치는 올 연말에 3.25〜3.5%, 내년 말 3.75〜4.0% 수준이었다. 하지만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예측도 바뀌었다.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 공개된 연준 내부의 올해 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4.4%다. 기준금리가 3~3.25%인 지금 상황에서 연준이 11월에 0.75%포인트를 올리고 연말에 0.5%포인트를 추가로 올리면 전망치대로 4.25〜4.5%가 된다. 시장은 연준보다 약간 더 비관적이다. 현재 시장이 보는 좀 더 나쁜 시나리오는 이렇다. 연준은 올해 안에 두 번 더 0.7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다. 여기에 내년 1월 다시 0.25%포인트를 추가로 올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내년 1월 미국 기준금리는 4.75~5%가 된다. 최악의 경우, 내년 1월에 0.25%포인트가 아니라 0.5%포인트를 추가 인상하게 되면 기준금리는 5~5.25%까지 높아지게 된다.

일단 이 정도 수준까지가 현재 시장이 예상하는 연준의 금리 인상 상한선이다. 아무리 미국 연준이라도 실물 부문의 상황을 무시한 채 계속 금리를 인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면 그때 환율도 꺾일 수 있다. 과거에도 달러화 강세가 멈추는 건 금리의 추가 인상이 없으리라는 게 확실해져야 했다. 다음에 중요한 반전의 변수는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시기다. 금리 인상이 멈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상황이 달라지려면 금리가 내려야 한다. 물론 이건 그 시점의 경제지표에 달린 일이지만 우선 물가가 잡혀야 한다. 무엇보다 근원 인플레이션이 하락해야 연준이 금리정책의 전환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사정이 낫다. 우리나라의 경우 근원 인플레이션이 7월 3.9%, 8월 4.0%, 9월 4.1%를 기록했다. 현재 5%대 후반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1월부터는 4%대에 접어들고, 내년 2분기에는 3%를 약간 밑돌 정도로 낮아질 전망이다. KDI도 올 3분기에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고 4분기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내년 하반기에는 물가 안정 목표치인 2% 근방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 최종 기준금리도 미국보다는 낮아 한국은행은 3.5%를 예상한다. 시장이 금리 인상을 전망하는 상한선도 4%에는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금리를 내리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미국 기준금리와의 차이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측 기관마다 시점은 다르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대로 잡히는 때는 우리보다 늦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빨라도 내년 4분기는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되면 내년 안에 연준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진다.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은 역시 그만큼 많이 늘어난 유동성의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충격에 대규모로 확대됐던 유동성 공급과 재정지출의 영향이 여전하다. 2008년 1조 달러 미만이었던 연준의 대차대조표상 보유자산은 현재 9조 달러다. 그동안 8조 달러를 쏟아부었다는 뜻이다. 미국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규모도 엄청나다. 심지어 지난 8월 의회에서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도 7000억 달러의 재정지출을 야기시킨다.

내년 말쯤 물가가 잡힐 때까지 어느 정도나 경기가 나빠져야 하는 건지는 알 수 없다. 가파른 금리 인상은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경기 침체는 다시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일정 수준의 경기 둔화는 불가피하다. 둔화의 정도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상당 기간 전방위적인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있다. 영국처럼 실수를 저지르는 나라도 나타날 것이다. 경제 규모 세계 5위의 영국이니까 그 정도로 넘어갔지 다른 나라였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美 연준 금리 인하 시기가 변곡점

미국 경제도 타격을 피할 수는 없다. 연준은 2023년의 실업률 최고치를 4.4%로 예상한다. 여기까지는 감수하겠다는 뜻이겠지만 실제로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연준도 심각한 경기 침체는 바라지 않겠지만 기준금리가 5%까지 오른다면 고용시장이 받는 충격은 달라진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 4분기부터 미국의 일자리 증가 속도가 5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에는 일자리 감소 추세가 6개월간 이어져 매달 17만5000여 개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경제는 겨울과 함께 어려운 시기를 맞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2.7%로 올해의 3.2%보다 낮을 것으로 예측했다. 경기가 나빠지면 교역량도 줄어든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내년 세계 교역량 증가율이 1%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수출이 국내총생산의 42%를 차지한다. 수출 감소에 부동산 경기 하락, 내수 침체가 겹치면 경제가 불경기를 벗어나기는 힘들다. IMF는 한국의 2023년 경제성장률을 2%로 예측했다.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는 곳도 많다. 올 4분기나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도 있다. 가계와 기업의 고통이 크겠지만 대신 물가상승률은 그만큼 낮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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