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핵무장 비현실적…‘강화된 확장억제’ 시스템화 해야”
  • 김종일·구민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4 10:05
  • 호수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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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재단 사무총장
“확장억제 구체화해 ‘한미 연합훈련’과 ‘작계’에 반영해야”

현재 한국 사회의 북핵 대응 담론은 뜨겁다. 한쪽에서는 강경한 대북 정책을 주문한다. 일각에서는 자체 핵무장과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주장 등을 포함하는 강한 대응도 함께 요구한다. 미국이 동의하지 않는 만큼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안이다. 다른 한쪽에선 북한과 다시 대화의 장을 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자는 목소리를 낸다. 북한이 응하지 않을 것이기에 역시 현실성 있는 대안은 아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정권과 진영을 불문하고 모두 입을 모아 ‘안보에는 만에 하나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두 발을 현실에 딛고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바로 북핵이다. 대안 모색을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고, 차가운 머리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엄혹하고 혼란스러운 안보 위기 상황에서 길잡이가 되어줄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면에서 시사저널은 양극단의 대안은 지양하고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나가게끔 해줄 통찰력 있는 전문가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재단 사무총장을 찾았다. 위 총장은 외교부에서 36년간 북방외교·북핵 등 굵직한 사안들을 다루며 정세 판단과 전략 수립 능력을 쌓은 대표적 북핵·북미통으로 평가받는다. ‘베테랑 프로 외교관’이란 표현이 딱 어울린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주러시아 대사를 역임한 그는 이념과 진영에 휘둘리지 않고 냉정한 판단을 무기로 전략적 외교를 펼쳐왔다. 지난 대선에서는 ‘실용외교’라는 기치 아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실용외교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활동했다.  

위 총장은 10월19일 서울 성북구 한반도평화만들기재단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최근 일련의 북한 도발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이제는 미국을 설득해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가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지금 그 결과물이 ‘압도적 대응’ 같은 수사에 그치고 있다면서, ‘말로만 확장된 억제’가 아닌 구체적이고 강화된 확장억제 방안을 마련해 이를 실제 한미 연합전력 운용 과정이나 작전계획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위 총장은 “확장억제와 유리된 연합훈련이나 작계가 운용되게 해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시사저널 임준선

북한의 도발이 핵과 연계돼 점점 강도가 세지고 있다. 그간의 도발과는 무엇이 다른 건가. 

“여러 면에서 많이 다르다. 우선 그간 북한의 도발은 미사일 발사 ‘실험’이었다. 새로운 미사일의 역량을 실험하는 차원이었다. 이번에는 개발된 미사일을 갖고 ‘핵공격 작전’을 실제 운용하는 방식의 도발을 감행했다. 타격 목표도 과거와 달랐다. 불특정 대상이 아니라 한국의 군사시설을 직접 타격 대상으로 겨눴다. 타격 목표 중에는 한국 내 미군기지는 물론 일본을 상정한 곳도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라는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 지도했다. 과거의 여느 실험과는 다른 차원이다.”

북한의 의도와 전략은 무엇이라고 보나.

“일련의 북한 도발엔 한국과 미국, 일본 모두에 보내는 시그널(신호)이 있다. 한·미·일 모두에 각각의 위협적 행보를 함으로써 각국의 이해관계를 다르게 만드는 일종의 ‘디커플링 전략’을 구사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고려할 때, 미국도 피격될 가능성을 실제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즉 미국이 대응한다면 미국도 위협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줘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약화와 한미 간의 이간을 겨냥했다. 동시에 일본의 가담도 주저하게 만드는 효과를 노렸다. 동시에 한국 내 대북 기조에 대한 갈등을 심화시키며 남남 분열도 노렸다고 본다.”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까.

“핵실험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편이다. 북한의 과거 행태를 해석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해석해 보면 그렇다. 북한은 2017년 6차 핵실험을 했다. 당시에도 많은 미사일을 시험했다. 자신들의 핵 수준을 완성하고 그걸 보여주는 방식으로 도발 수위를 끌어올렸다. 그렇게 상승된 입지를 갖고 한국과 미국에 담판을 짓자고 치고 나왔다. 지금도 도발 수위를 끌어올리려 한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북한은 지금 미사일 역량도 선보여야 하지만 핵무기 역량도 보여줘야 한다. 개발한 다양한 미사일에 탑재할 다양한 핵무기를 보여줘야 한다. 즉 핵실험을 통해 핵미사일과 핵탄두 역량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핵실험이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더 위력적’이라는 반론도 있다. 또 핵실험이라는 카드를 소진하면 향후 레버리지로 삼을 수단이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 

“북한에 그 얘기는 썩 통하지 않는다고 본다. 북한은 칼을 칼집에 넣고 위협한 적이 사실 없다. 늘 칼집에서 칼을 꺼내 휘둘렀다. 북한은 자신들이 칼을 칼집에서 꺼내 휘둘렀기 때문에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6차 핵실험까지 했기 때문에 미국과 정상회담을 할 수 있었고, 싱가포르 회담이라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북한이 이제 와서 칼을 칼집에 둘 이유가 없다. 또 카드가 소진되는 것도 아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숫자 제한이 있는 게 아니다. 7차 핵실험 이후 8차, 9차 핵실험에도 나설 수 있다. 도발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스케줄은 어떻게 전망하나. 

“북한의 핵실험 타이밍을 추정하는 일은 조심스러운 일이다. 핵심은 핵실험으로 미국에 대한 시그널을 어떻게 하면 극대화할까, 동시에 중국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어떻게 최소화할까다. 그 타이밍을 볼 것이다. 북한이 우방인 중국을 의식해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일정(10월16~23일)을 피하는 배려는 할 수 있다. 하지만 큰 제약은 받지 않는다고 본다. 역시 미국 중간선거 날인 11월8일(현지시간)도 의식은 할 수 있다. 꼭 중간선거 이전에 할 거라고 보지 않는다. 후에 할 수도 있다.”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도발 국면이 대화 국면으로 진행됐는데,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전개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한은 우선 자신들이 핵미사일 위협 역량을 충분히 보여줬는지를 판단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정치 동향과 한국의 움직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결정을 내릴 거다. 다만 바이든 정부 내에서 다시 대화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바이든 행정부가 입장을 다시 유연하게 바꿀 가능성이 크지 않고, 북한 입장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이 미지수인 상황에서 대화를 할 유인이 적다. 즉 앞으로 2년간은 긴장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 그 이후엔 북한의 대화 전환 가능성이 있다.” 

이제 당장 급한 일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할 수단을 확실히 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 군의 낙탄 사고 등으로 불안감이 고조됐다. 지금 우리의 역량은 충분하다고 보나.

“우리만의 대응으로는 항상 충분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첫째로는 우리 자체 대응 역량을 발전시키고 점검해야 한다. ‘킬체인(Kill Chain·유사시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을 선제 타격하는 한국군 대응책인 3축 체계의 하나)’이 그중 하나다. 다양한 무기도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한미 연합전력으로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재래식 무기에 의한 것이라 핵에 맞선 대응으로는 충분치 않다. 여러 옵션(선택지)이 있겠지만 가장 합리적인 대안은 미국의 ‘확장억제’를 잘 동원하는 것이다. 미국의 확장억제를 동원하고, 필요하면 핵추진 항공모함 등과 같은 전략자산을 잘 정비해 억지력을 충분하게 해야 한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최근 국내에선 전술핵 재배치와 자체 핵무장 등에 대한 주장이 터져나오고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핵무장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옵션이다. 우리가 핵무장을 시도하면 당장 국제적 압박과 제재를 만나게 된다. 대외의존도가 엄청난 우리가 이를 견딜 수 있을까. 또 미국이 앞장서 반대하는 일을 관철해낼 수 있을까. 설사 이 모두를 뚫어낸다고 해도 핵무장을 끌고 갈 수 있는 정치적 동력이 과연 존재할까. 핵무장을 주장하는 일부 여당 의원이 있지만, 그들이 여야는 물론 진영과 이념 등으로 쪼개진 국민 여론을 하나로 만들어 국제적 제재와 압박 속에 수많은 희생을 감수하면서 해낼 수 있을까. 여기까지 해낸다고 해도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까. 현실적으로 핵무장은 어렵다.”

전술핵 재배치는 어떤가.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 당장 미국이 강하게 반대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전술핵을 다 철수시켰는데 한국 상황만을 고려해 움직이긴 어렵다. 지난 대선 때 지금의 여당 쪽에서 전술핵 재배치 이야기를 하니까 당시 마크 램버트 미국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가 ‘해당 공약을 발표한 사람들이 미국의 정책이 무엇인지도 모른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또 전술핵을 들여오는 효용을 따져봐야 한다. 전술핵이 미국 본토에 있나, 괌에 있나, 한국에 있나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의지다. 한국에 전술핵이 있어도 미국의 의지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아울러 전술핵을 배치하면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파기된다. 동북아 전체가 핵을 가지려는 약점이 생긴다. 또 전술핵이 배치되면 중국과 러시아는 자신들을 향한 것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크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때와 마찬가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불가능하다는 건가.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전술핵이 사용되고 그 후 담론이 달라지고, 미국 내 전략적 사고가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남은 실효성 있는 대안은 결국 확장억제다. 

“그렇다. 사람들이 자주 범하는 오류가 전술핵 배치와 확장억제를 다르게 보는 거다. 전술핵 재배치도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일부다. 모든 확장억제에서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미국의 의지다. 미국의 의지를 끌어올려 우리가 필요할 때 주저 없이 미국의 확장억제를 쓸 수 있게 신뢰관계를 맺는 게 핵심이다. 이제 북핵 관련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확장억제의 신뢰도를 높이는 구체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저 ‘믿으라’는 미국의 메시지로는 안 된다. 지금 미국의 확장억제는 ‘걱정 마라. 틀림없다’ 정도의 약속이다. 원론적이다. 좀 더 구체적인 방향과 확실한 내용이 있어야 한다. 시스템화돼야 한다. 국내적으로 국민을 안심시키고 일각의 핵 보유 여론을 무마하며,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주어 오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먼저 한미 최고위급에서 확장억제의 신뢰도를 높일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도출해야 한다. 이게 우선이다. 그리고 이를 실무선으로 하달해야 한다. 그래야 핵무기 운용 협의를 꺼리는 미국의 관료적 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다음으론 확장억제 논의를 구체화해야 한다. 경우의 수에 따라 확장억제를 가동시킬 절차와 타격 목표 등에 대한 구상이 나와야 한다. 이렇게 구체화된 확장억제 협의 내용이 한미 연합전력 운용 과정이나 작전계획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확장억제와 유리된 연합훈련이나 작계가 운용되게 해선 안 된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협의에 응해 줄까.

“그래서 역내 미국의 동맹과 함께 연대해 움직이는 방법도 염두에 둬야 한다.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수요가 있는 미국의 동맹국은 우리 말고도 많다. ‘일대일’ 구도의 협의가 잘 안되면, ‘일대다’ 구도로 논의를 시도해볼 수 있다.”  

☞ 계속해서 「“‘한국형 외교 좌표’ 제시해 ‘중국발 역풍’ 최소화해야”」 기사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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