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외교 좌표’ 제시해 ‘중국발 역풍’ 최소화해야”
  • 김종일·구민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4 10:05
  • 호수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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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재단 사무총장
“MB 때처럼 ‘녹색성장’ 외쳐놓고 ‘기후악당’ 되면 안 돼”
“경제안보 핵심은 미·중…둘 다 상대하는 외교부가 주도해야”

☞ 앞서 보도된 「“전술핵·핵무장 비현실적…‘강화된 확장억제’ 시스템화 해야”」에서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우리의 불가피한 선택은 불가피하게도 중국과 러시아의 강한 반작용을 불러온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뚜렷한 친미 노선은 그만큼의 중국발(發)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여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가 지금으로선 잘 안 보인다.”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재단 사무총장은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에 딱 하나만 조언을 한다면’이라는 질문에 이런 문제의식을 먼저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외교가 설 좌표와 나갈 방향을 먼저 제시하고, 이를 기준점으로 구체적 사안에 대응할 것을 조언했다. 그러면 미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도 한국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생기고, 그에 맞게 기대치도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외교에 일관성과 일체성, 예측가능성, 지속가능성이 생겨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도 보다 안정될 수 있다고 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았다. 평가를 하기엔 이른 시점이다. 또 저는 지난 대선에서 다른 진영에서 활동했다. 평가에 신중을 기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에 딱 하나만 조언을 한다면. 

“새 정부는 지금의 국제질서와 북한의 도발 등을 감안해 미국과의 공조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맞는 방향이다. 북한에 좀 더 터프하게 대응하는 기조도 보이고 있다. 역시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제가 관심을 갖는 지점은 우리의 이런 불가피한 선택이 또 역시 불가피하게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의 공조도 무한대는 아니다. 그 속도와 강도를 정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지금 우리의 과제는 미국과의 공조를 어느 선까지 밀고 갈지를 정하는 일이다. 동시에 중·러의 역풍에 대처해야 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먼저 사안별로 그때그때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법이 있다. 미·중, 미·러, 남·북·미 관계를 감안해 한국이 설 좌표와 나갈 방향을 먼저 제시하고, 이를 기준점으로 해 구체적 사안에 대응하는 방법도 있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들은 전자의 방법을 썼다. 그러다 보니 사안에 따라, 상대의 대응에 따라 미·중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되면 상대는 ‘한국은 압력을 가하면 따라온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지금 새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친미 노선을 지향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선 그만큼 반발이 심할 수 있다.”

좌표를 제시하면 무엇이 다른가.

“한국은 미국과 동맹이다. 미국과 가깝되, 중국과 러시아와도 그리 멀지 않은 좌표와 지향점을 정하고 일관된 행보를 해야 한다. 그러면 미국은 우리가 어느 선까지 공조에 응할지를 알게 된다. 중·러는 한국이 어느 선 이상으로는 자신들을 멀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된다. 즉 미국과 중국, 러시아 모두 한국에 대한 외교적 기대치를 조정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외교노선과 정책에 일관성이 생긴다. 일체성과 예측 가능성, 지속 가능성도 생긴다. 미국은 물론 중·러와의 관계도 좀 더 안정화될 것이다.”

‘자유’를 앞세우며 가치외교를 선보이는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 평가하나.

“방향성은 맞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가치 지향적 외교를 하지 않았다. 보수정부·진보정부 모두 마찬가지였다. 현재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나 정치·경제·문화적 발전 등을 고려하면 지금보다 더 가치 지향적인 외교를 해야 한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말과 행동의 괴리가 커져서는 안 된다. 괴리가 커지면 일관성이 흔들리고 궁극적으로는 신뢰를 잃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이명박 정부 때 ‘녹색성장’을 엄청나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지금 국제적으로 한국은 ‘기후악당’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가치 지향적인 레토릭과 실제 행동과의 괴리가 심각하다. 이 갭을 줄여야 한다. 레토릭의 수위를 낮추든지 행동의 수위를 높이든지 둘 중 하나는 꼭 해야 한다.” 

‘경제안보’의 중요성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무엇을 제일 보완해야 할까.

“지금 제기되는 경제안보 이슈의 대부분은 중국과 관련돼 있다. 미·중 갈등 사이에서 그간에는 정치와 안보적 이슈 등이 많이 제기됐지만 이제는 경제 이슈의 비중이 상당히 커졌다. 즉 안보에 영향을 미칠 만큼 경제적 영향이 커졌고, 그렇기에 전통적 외교안보에 경제가 융합적으로 다뤄져야 하는 시기가 됐다. 윤석열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안에 경제안보를 다루는 작은 부서를 만들고, 총리 직속으로 신흥안보위원회를 둔다고 했다. 나머지는 다 그대로다. 좀 더 통합적으로 다뤄야 한다.”

통합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의미는.

“일체감 있게 움직여야 한다. 한 부서에서 경제안보 이슈를 다루고, 이를 대통령실이 총괄해야 한다. 대통령이 인식을 갖고 의지를 보여야 한다. 통합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건 경제부처가 다루라는 의미가 아니다. 중국을 상대하는 부처가 다뤄야 한다는 뜻이다. 대중·대미 정책의 맥락에서 봐야 한다. 재외공관이 다 외교부에 있는데, 힘 있는 다른 부처에서 경제안보를 다룬다? 이건 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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