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천궁’은 北 스커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을까
  • 이영종 뉴스핌 통일전문기자(북한학 박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4 12:05
  • 호수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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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 원점 정밀타격용인 ‘현무-5’도 곧 공개
“MD 능력 신뢰할 수준”이라지만, 100% 무력화는 쉽지 않아

미국은 왜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지 않을까. 최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쇄 도발을 지켜본 서울의 군사 전문가들은 이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이나 초대형 방사포(KN-25)를 비롯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즉각 탐지해 공해상에서 요격한다면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고 핵과 미사일에 대한 한국과 주변국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요격 능력 등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처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전직 군 핵심 인사는 “미국의 요격 능력은 충분하다고 보지만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미·일의 미사일 방어 능력을 공연히 노출시키고 불필요한 분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인사는 미군이 적성국뿐 아니라 림팩(RIMPAC) 등 연합훈련에 참가하는 우방국의 첨단 장비와 운용 시스템까지 철저히 파악하는 등 치밀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유사시 북한 미사일에 대한 미국의 대응에 신뢰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10월9일 이른 새벽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한 가운데 이날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형 3축 체계를 의심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불안감은 누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9월25일 평안북도 태천에서 동해상으로 쏘아올린 미사일 참관을 시작으로 10월12일 평남 개천의 사거리 200km 장거리 전략 순항미사일 시험발사까지 8차례나 집중적인 도발에 나섰다. 특히 태천에서 감행된 미사일 발사는 저수지 수면 아래서 마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RBM)을 쏘아올리듯 이뤄져 유사시 한미의 사전 탐지 및 대응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기간 중 강원도 원산 갈마반도 인근에서는 장사정포 부대를 동원한 포병 화력훈련이 벌어졌고, 10월 중하순에 걸쳐서는 우리 군의 호국훈련 등을 빌미로 북한군 전방부대의 무더기 포사격이 이어졌다.

북한이 호국훈련 중이던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에 나선 전례를 거론해 북한의 국지 도발 가능성까지 일각에선 점쳐진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 불안을 키운 건 우리 군의 부실한 대응 문제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10월4일 강원도 강릉의 한 기지에서 쏜 현무-2C 지대지 탄도미사일이 목표점인 동해상으로 날아가기는커녕 뒤편으로 1km 비정상 비행을 한 뒤 군부대 내 체력단련장(골프장)에 추락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여기에다 그 직후 한미가 각각 2발씩 쏜 에이태큼스(ATACMS) 전술지대지미사일 중 한국군이 발사한 한 발이 동해상 가상 표적으로 날아가다 신호가 소실돼 추적 장비에서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잇단 부실에 북한 선전매체가 “각 계층 속에서 비난과 야유, 조소가 쏟아지고 있다”고 비아냥거릴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에도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을 골자로 한 한국형 3축 체계를 의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우리 군 당국은 물론 전문가들도 평가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고도화되고, 최근 들어 속도를 높여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응력을 갖춰가는 과정에서 일부 시행착오와 결함이 나타났지만 무기력하거나 결정적 결함이 있는 건 아니란 얘기다.

한국의 북한 미사일 대응이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비롯한 주한미군 전력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10월18일 “전술핵에 대한 이야기가 푸틴에게서 시작됐든 김정은에게서 시작됐든 무책임하고 위험하다”고 한국에 대한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한국의 독자적 대응 능력 확보 주장에도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사드와 함께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중거리 지대공 요격미사일 천궁(M-SAM2)이 결합된 한미 연합전력으로 상하층 동시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해 LIG넥스원이 생산하는 천궁은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을 안정적으로 요격할 수 있는 단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천궁은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 35억 달러 규모의 판매를 하는 등 해외 방산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북한의 잇단 도발과 위협을 제압한다는 차원에서 정부가 공개를 검토 중인 현무-5는 도발 원점을 정밀타격으로 초토화시킬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최대 8톤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현무-5는 지하 100m의 깊은 갱도에 있는 적 지휘부와 표적을 파괴할 정도의 관통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월1일 국군의 날에 흐릿한 영상으로만 공개됐는데, 곧 실물을 드러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지하 국가위 기관리센터에서 열린 긴급 NSC 상임위원회에 참석, 북한의 중거 리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대응 방안을 점검하고 있다.ⓒ연합뉴스

‘발사의 왼편’ 더한 확장형 3축 체계 운용도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이나 무력화와 관련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건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이란 개념이다. 이는 미사일 발사의 4단계, 즉 ‘발사 준비→발사→상승→하강’ 과정에서 발사가 이뤄지기 전 단계(왼편)인 준비 시점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무력화하는 방안이다.

발사 준비에 들어간 징후가 보일 경우 악성코드나 EMP(전자기펄스) 폭탄을 이용해 핵심 전자장비를 무력화시키거나 해킹 등으로 아예 발사가 이뤄지지 못하게 하는 방안이다. 또 발사 원점을 고각 발사 운동에너지탄으로 초토화하거나 갱도, 이동식 발사대(TEL) 등을 파괴하는 작전도 포함된다.

군 당국은 이미 기존의 3축에 ‘발사의 왼편’ 개념을 더해 확장형 3축 체계로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도발이 고도화하고 한미의 탐지와 요격을 회피하려는 지능적인 전술 개발이 진행되는 데 맞춰 우리 군도 MD 방어체계의 업그레이드를 포함한 다각적인 방안을 미군 측과 협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사일과 요격 체계 개발은 현대판 창과 방패의 전쟁이다. 상대를 제압하거나 억제할 최강의 공격 능력을 갖추면서 적의 공세에 완벽하게 맞설 방책을 함께 갖는다는 건 글자 그대로 모순(矛盾)이다. 분명한 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감행된다면 이를 남김없이 맞혀 떨어트리거나 무력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김정은의 도발 의지를 꺾을 철저한 방책을 동맹국과 함께 짜내면서 핵 개발과 미사일에 대한 북한의 셈법을 바꿀 담대한 정치·외교적 방도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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