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리스크에도 與野 지지율 꿈쩍 않는 이유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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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위기에 野 지지층 결집…‘이탈층’ 흡수 못하는 與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현 정부 들어 최저치를 달리던 지난 7월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은 ‘이나땡(이재명 나오면 땡큐)’이란 말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야권의 최전선에 설 경우 여권으로선 지지율 회복을 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부각된다면 여론의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현재, ‘이나땡’은 현실이 됐을까. “그렇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주효한 평가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점차 이 대표 본인을 정면 겨냥할 정도로 고조됐으나, 여권의 지지율은 정체된 흐름을 보여서다. 오히려 “야권 지지율이 예상보다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격적으로 현실화하고 있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여야 지지율에 어떠한 변화를 줄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는 모습(왼)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는 모습(왼)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 연합뉴스

이재명 사법리스크 현실화에도 여야 지지율은 ‘요지부동’

24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 결과(미디어트리뷴 의뢰, 17~21일 조사, 2512명 대상), 정당 지지율에서 양당의 희비가 엇갈렸다. 민주당은 2.0%포인트 오른 48.4%, 국민의힘은 1.0%포인트 떨어진 35.3%이다. 오차범위(±2.0%포인트)를 고려하면 양당 모두 보합세에 가까운 흐름을 보였지만, 세부 등락 수치에는 차이를 보인 셈이다. 같은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10주 연속 30% 초반 선에서 제자리걸음이다.

ⓒ 리얼미터 제공
ⓒ 리얼미터 제공

다른 조사에서도 흐름은 마찬가지다. 21일 발표된 한국갤럽(18~20일, 1000명) 조사 결과, 윤 대통령 지지율은 27%로 3주 연속 20%대 후반을 기록했다. 정당 지지도의 경우 민주당은 5%포인트 떨어졌지만, 국민의힘은 1%포인트 오른 33%였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5주 연속 30% 초반 선으로 기록됐다. 

이 같은 흐름은 당초 여권의 구상과는 동떨어진 움직임이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은 국민의힘을 휘감았던 ‘이준석 전 대표 리스크’를 마무리하고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띄우면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현재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체제로 당내 권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지만, 지지율은 꿈쩍 않는 실정이다.

ⓒ 한국갤럽 제공
ⓒ 한국갤럽 제공

여야 정쟁에 이탈한 무당층 최고치...“중도 민심 확보전 펼쳐야“

여권의 지지율이 요지부동인 1차적 이유로는 야권의 ‘여론전’이 꼽힌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수사는 윤석열 정부에서 기획된 ‘정치 탄압’이란 입장이다. 이를 구호로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인사를 포함한 대장동 특검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를 향한 비난의 화살을 여권으로 일정 부분 돌리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야권의 선방으로 여권이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해석이다.

동시에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으로서 능력치를 보이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사법리스크’라는 정치 현안 이외에도 북한의 도발과 경제 위기라는 대내외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집권여당의 메시지가 실종됐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민생에 드라이브를 걸고 싶어도 여야 정쟁에 발이 묶여있으니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며 ”민생 실종에 대한 책임론은 집권여당과 윤 대통령에게 실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등 의원과 당직자들이 2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열린 '검찰독재 신공안통치 민주당사 침탈 규탄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중앙당사 압수수색 시도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등 의원과 당직자들이 2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열린 '검찰독재 신공안통치 민주당사 침탈 규탄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중앙당사 압수수색 시도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실제 윤석열 정부 들어 무당층 비율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앞선 한국갤럽 조사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은 28%를 기록,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5월2주차 18%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리얼미터에서도 무당층 비율은 8.0%에서 11.0%포인트로 증가했다. 각 진영에서 이탈하고 있는 민심을 여야가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무당층 민심이 어느 진영으로 쏠리는 지가 향후 여론의 흐름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검찰 수사 진척 상황과 민생 쟁점 법안의 처리 여부가 민심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시사저널에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털어내긴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은 제2의 길을 서둘러 모색해야 한다“면서도 “국민의힘이 도로 한국당처럼 강경일변도 태도를 보이면 자살골 넣는 것과 다름 없다. 민생에 초점을 두고 중도층을 챙겨야한다”고 조언했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삼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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