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조국사태’ 될라…민주당의 ‘이재명 방탄’ 딜레마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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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李 수호 위해 ‘野 탄압’ 프레임…배경에 압도적 당심
당심과 민심 괴리 우려에…野 일각 “李 결자해지” 목소리도

“‘이재명 열심히 했구나. 민주당 괜찮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9월30일 TV조선이 주관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방송토론회에서 ‘대장동 이슈, 민주당에 선거 호재인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동그라미 푯말을 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공공개발하겠다고 5년을 싸운 것이 이재명”이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경쟁자였던 추미애 법무부 전 장관도 동그라미 푯말을 내세웠다. 반면 이낙연 전 대표와 박용진 의원은 엑스 푯말을 택했다.

이 대표가 호재라고 장담했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1년 뒤 그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관련 의혹의 키맨으로 불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증언과 맞물려, 사건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다.

‘사법리스크’는 지난 대선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제기된 우려다. 이에 이번 사태가 이 대표 사퇴로 즉각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게 야권 내 중론이다. 관건은 검찰 수사다. 이 대표가 연루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된다면 ‘민심’이 이 대표에게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이에 야권 일각에서도 당이 ‘이재명 지키기’에 섣불리 매진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 압수 수색이 진행 중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던 중 잠시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 압수 수색이 진행 중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던 중 잠시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심이 곧 민심?…“李 손절 이유 없다”

민주당은 24일 본격적인 전시 태세에 돌입했다. 검찰이 여의도 중앙당사 내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시도한 것에 반발해 국정감사 일정을 보류하고 규탄에 나섰다. 민주당은 25일 예정된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수사를 정부와 여당의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표적 수사로 규정한 것이다.

이 대표 역시 자신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에 돌파 의지를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내일이) 대통령 시정연설인데 오늘 이렇게 압수수색을 강행하겠다고 하는 데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좀 어렵다”며 “도의는 사라지고 폭력만 남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제안한 ‘대장동 특검’을 거론하면서 “정쟁적 요소는 1년이 넘었기 때문에 특검에 맡기고 민생에 집중하자는 것”이라며 여권의 특검 수용을 거듭 촉구했다.

민주당이 ‘강대강’ 대치를 밀어붙일 수 있는 배경에는 최근 민심 추이가 있다. 24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0.2%포인트 하락한 32.9%를 기록했다. 정당지지도에선 민주당이 48.4%를 기록, 35.3%를 얻은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민주당이 민심을 등에 업고 ‘야당 탄압’ 프레임을 내세울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의원은 “윤 대통령의 취임 후 행보가 정의롭고 공정했다면 우리(민주당)가 이렇게 강하게 반발했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민심과 민주당의 당심이 다르지 않다. 숫자(여론조사 수치)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가 민주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수사를 받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우리가 대표를 손절할 이유는 없지만, 국민이 대통령을 손절할 명분만 있다”고 선을 그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 대표로서는 민심만 받쳐준다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설사 구속되더라도 이기는 싸움”이라며 “(민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초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李 연루 증거 나올 시 ‘민심’ 움직일 수도

관건은 검찰의 수사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지난해 4월부터 8월사이 네 차례에 걸쳐 불법 정치자금 현금 8억47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자금이 당시 민주당 대선 경선 자금으로 쓰였는지 의심하고 있다. 만약 이 자금 중 일부가 이 대표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정황이 나온다면 민심이 급변할 가능성도 있다.

야권 내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중인 상황에서 ‘이재명=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앞세워 당이 이 대표 보호에 나서는 것은 너무 큰 ‘위협’을 감수하는 것이란 주장에서다.

이에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님 그만하면 되었습니다. 이제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 주십시오”라는 글을 남겼다. 김 전 의원 발언에 야권 인사 대부분이 반발하는 모습이지만, 비명계‧친이낙연계에서는 김 전 의원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도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조국의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과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수사가 시작되자, ‘조국 수호 집회’ 등을 벌이며 반발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조 전 장관 부부를 둘러싼 의혹 중 상당수가 사실로 판명됐고, 민주당은 4·7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바 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한 사람의 비리가 당 전체의 비리로 전환하면, 한 사람의 리스크가 당 전체의 리스크가 된다. 조국 사태 때 전철을 또 밟게 되는 것”이라며 “이 대표가 결자해지 해야한다. 동시에 민주당은 ‘포스트 이재명’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2512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조사한 결과다. 이번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전화(ARS)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2.0%다. 응답률은 3.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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