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이어 이재명? 고개 드는 野 ‘대표 교체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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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는 정치 탄압 주장하던 野, 유동규 ‘폭로’에 긴장
‘포스트 이재명’으로 비명계 거론…이낙연‧박용진‧강훈식 등

대선 당시 불거졌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재발화하는 모양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법 선거자금 의혹’으로 번지면서다. 이 대표의 최측근이라 불렸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대선 경선자금 8억원을 건넸다”고 폭로했다. 이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천천히 말려 죽이겠다”고 언급, 이 대표를 겨냥한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이에 여권뿐 아니라 야권에서도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과 이 대표가 ‘공동 운명체’로 묶인다면, 자칫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당 전체가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아직 공론화 단계는 아니지만, 당내 친이낙연계와 친문재인계를 중심으로 ‘포스트 이재명’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 압수 수색이 진행 중인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던 중 잠시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 압수 수색이 진행 중인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던 중 잠시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동규 ‘입’에 긴장하는 민주당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정치권의 해묵은 화두다. 지난 대선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의 ‘약한 고리’로 끊임없이 언급돼 왔다. 그러나 숱한 논란에도 이 대표는 압도적인 당심을 업고 당 대표 자리에 올랐다. 검‧경의 수사에도 이 대표가 비리의 주범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인사들이 검찰의 수사망에 연이어 걸려들면서다. 유동규 전 본부장의 증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지난해 10월 구속됐다가 20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유 전 본부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대표에게 불리한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지난 21일 이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남욱 변호사 등 이른바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받은 돈이 ‘이재명 대선 캠프’로 흘러갔고, 이 대표도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가) 김문기를 몰라? (나랑 김문기랑) 셋이 호주에서 같이 골프 치고 카트까지 타고 다녔으면서”라며 “(정 실장과) 유흥주점에서 술을 한 100번은 먹었는데 술값 한 번 낸 적이 없다. 그것만 해도 얼마일까”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공사개발1처장과 함께 2015년 1월 9박11일 일정으로 다녀온 호주·뉴질랜드 해외 출장을 언급하며, 이들의 관계를 부인한 과거 이 대표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앞서 이 대표는 ‘대장동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김 전 처장과 관계에 대해 지난해 12월 방송 인터뷰에서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김 전 처장을) 알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처장은 지난해 말 숨진 채 발견됐다.

유 전 본부장은 또 이 대표의 ‘심복’으로 불리는 김용 부원장과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향해 “내가 그들하고 10년을 같이해 너무 잘 알고 있다”며 “그래서 내가 입 다물고 있기를 (그들은) 바랐던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9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막바지에 대장동 의혹이 불거졌을 때 휴대폰을 버린 행위에 대해서도 “일주일도 안 된 휴대폰 버리라고 XX해가지고”라며 ‘누군가’의 지시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21일 출석한 재판을 마친 뒤 중앙일보에 ‘오늘 이재명 대표가 한 푼도 안 받았다고 기자회견을 했다’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재판 중에 잠시 기사를 봤다. 굉장히 재미있더라”며 “의리?(웃음) 그런데 이 세계는 그런 게 없더라. 내가 착각 속에 살았던 거 같다. 구치소에서 1년 명상하면서 깨달은 게 참 많다. 내가 너무 헛된 것을 쫓아다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의 잇따른 폭로에 이 대표 측은 즉답을 피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여당과 검찰의 ‘야당 탄압’으로 현 상황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당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일방(유 전 본부장)의 주장일뿐 (이 대표가 연루됐다는) 결정적 증거로 볼 수는 없다”면서도 “수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 차원의 자체조사도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박용진(왼쪽부터)·이재명·강훈식 더불어민주당 대표 예비후보가 2022년 7월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최종 후보로 선출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박용진(왼쪽부터)·이재명·강훈식 더불어민주당 대표 예비후보가 2022년 7월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최종 후보로 선출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민주당’은 위험하다?…野 ‘비명계’ 불만 가중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윤석열 정부에 대항하겠다는 태세다. 검찰이 대통령실과 여당의 ‘의중’을 읽고 표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민주당은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도 보이콧했다. 헌정 사상 야당이 시정연설에 불참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다만 물밑에선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을 뒷받침할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을 확보하면, 당이 이 대표와 결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새어 나온다. 당이 검찰 수사 결과를 불신한 채 이 대표 ‘방탄’에만 집중하다가는, 총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조국 사태’ 여파로 참패했던 선례가 회자되기도 한다.

김해영 전 최고위원은 24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관련해 내부 결속을 강조한 당 지도부를 향해 “특정인을 지키기 위한 단일 대오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단일대오가 그 지향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물론 그러한 단일대오의 힘도 다수의 폭력으로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사용돼야 할 것입니다) 특정인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그러한 단일대오에는 저는 동의할 수 없다”고 썼다.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한 우려는 지난 대선 후보 경선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비명계인 박용진 의원, 강훈식 의원 및 이낙연 전 대표, 친이낙연계인 설훈 의원 등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우려했다. 또 친문재인계로 꼽히는 홍문표, 전해철 의원도 대선 패배에 대한 ‘이재명 책임론’을 공개 거론하기도 했다. 이들 모두 최근 검찰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비명계 사이에선 ‘당 대표 교체’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당 대표 교체는) 최악의 시나리오고 시기상조의 이야기”라면서도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고 0%의 가능성이란 없다. 모든 경우의 수를 준비해야 하는 게 당의 운명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특정 1인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 준비된 리더들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기소되거나, 사퇴할 경우 민주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가동할 것이란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언급된다. 시점에 따라 총선을 대비하는 관리형 비대위가 꾸려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이 ‘포스트 이준석 체제’를 준비했던 과정을 민주당이 밟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대표가 내려온다면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재선의원들이 기회를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와 경선에서 겨뤘던 박용진 의원과 강훈식 의원 등이 언급된다. 다만 이 대표와 맞먹는 ‘중량급’ 주자들이 부재하다는 게 문제다.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와 경쟁했던 이낙연 전 대표는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으며 내년에야 귀국할 예정이다. ‘친문 적자’로 꼽히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수감 중이고, 김부겸 전 총리는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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