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슈룹》은 조선시대판 《스카이 캐슬》”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9 13:05
  • 호수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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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 이후 10년 만에 사극 출연한 배우 김혜수

김혜수는 김혜수다. 오랜만에 지상파 안방극장에 돌아온 그는 저력과 내공을 과시하며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김혜수가 다 살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김혜수가 출연 중인 tvN 토일드라마 《슈룹》(극본 박바라, 연출 김형식)은 조선시대 왕실의 치열했던 교육열 이야기다. 조선시대 사고뭉치 왕자들을 잘 키우기 위해 왕실 교육 전쟁에 뛰어드는 중전(김혜수 분)의 파란만장 궁중 분투기를 그리고 있다. 조선시대판 《스카이 캐슬》인 셈이다. 김혜수는 극 중 사고뭉치 다섯 왕자를 자식으로 둔 조선의 국모 화령 역을 맡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 시끄러운 일을 만드는 왕자들을 챙기느라 기품도 버린 화령은 궁에서 가장 발이 빠른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연출을 맡은 김형식 감독은 기획 의도에 대해 왕실 교육 이야기를 통해 현재 우리 사회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가님이 왕실 교육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보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상상력에서 시작됐다. 같이 찾아보니 재밌는 것이 많더라”면서 “왕세자 자리를 놓고 궁중 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야기, 국모이자 왕자들의 엄마이기도 한 중전마마가 자식들을 지키고, 자기 사람들을 지켜내는 과정을 통해 사극이긴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tvN 제공

《슈룹》의 의미에 대해서는 “대부분 영어 단어로 생각하시는데, ‘우산’을 가리키는 순수 우리말이다. 우산이 그렇듯 자식들에게 닥쳐오는 비바람을 막아주는 엄마의 사랑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내 사람들을 지켜준다. 그런 의미에서 ‘슈룹’은 사랑의 의미라는 생각이 든다”고 그는 설명했다.

김혜수 외에도, 태평성대를 이룩한 성군 이호 역은 최원영이 맡았고, 옥자연은 간택 후궁의 수장 황귀인으로 변신했다. 무엇보다도 김해숙과 김혜수의 만남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해숙은 서자였던 이호를 임금으로 만든 능력의 소유자 대비마마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김형식 감독은 김해숙X김혜수 조합에 대해 “이 어려운 걸 해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는 “화령이란 인물은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소화할 수 있는 역할이라 누가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제작진 모두가 김혜수씨를 꼽았고, 선택해 주셔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대비 역할은 기획 단계부터 김해숙 선배님이 하셔야 한다는 걸 작가와 얘기했었다. 이번 작품도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을 보여주셔서 현장에서 많이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장희빈》 이후 20년 만에, 또 영화 《관상》 이후 10년 만에 사극에 도전하는 김혜수를 만났다.

tvN 드라마 《슈룹》의 한 장면ⓒtvN 제공

오랜만에 사극에 출연한다. 출연한 계기는 뭔가.

“아주 어릴 때 데뷔했는데 제 첫 연속극이 사극이었다. 그리고 중간 지점쯤에 《장희빈》을 했었고, 영화로는 《관상》을 했다. 이번에 만난 《슈룹》은 모든 게 신선했다. 조선시대지만 가상의 인물들로 구성했고, 퓨전사극이 아니라 정통에 가깝지만 공기까지 새로울 정도로 신선했다. 캐릭터들도 현대적이었다. 화령을 비롯해 많은 캐릭터들이 생동력 있더라.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너무 재미있어서 저 역시 기대를 하면서 촬영했다. 안 할 이유는 없었고, 여러분들이 안 보실 이유가 없다.”

캐릭터에 대한 설명도 해달라.

“화령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뭐든 해내는 아주 바쁜 인물이다(김 PD는 “화령은 역동적이고 위트도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스펙트럼 넓은 사람”이라고 부연했다). 화령은 그동안 사극 속 중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무겁지만 유쾌하고, 급하지만 신중하다. 다양한 매력이 있다. 사실 배우가 한 역할을 통해 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건 도전 욕망이 끓어오르는 일이다.

저는 이 작품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 엄마는 힘이 세다는 것을 느꼈다. 엄마가 사랑하는 사람,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느냐는 비단 화령의 일만이 아니다. 특히 작업하면서 면밀히 신경 쓴 건, 사람을 대하는 태도였다. 아이들을 대할 때, 남편이자 한 나라의 국왕을 대할 때, 위협하는 존재이자 시모인 대비를 대할 때, 내명부 동료이자 늘 도전받는 빈들을 대할 때, 어찌 보면 아랫사람이자 분신 같은 내명부 상궁들을 대할 때. 그 모든 태도들이 화령을 보여주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많이 바쁜 인물이다.”

중전(김혜수) 자신은 비에 젖으면서도 어린 왕자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드라마 포스터도 화제가 됐다.

“이번 포스터 한 장으로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생각했다. 보통 포스터는 기능적으로 촬영하기 마련인데, 《슈룹》의 포스터는 제목의 의미, 작품이 나가야 할 길 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미학적으로도 좋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신의 어깨가 젖어도 아이를 위해 우산을 기울이는 엄마이자, 큰 궁 안에 있는 한 여자, 그리고 아이가 엄마를 바라보는데 우산 속에서 아이와 엄마가 따로 또 같이 성장한다는 게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최근 작업한 포스터 중에 정말 절묘한 콘셉트였다고 생각한다.”

영화 《도둑들》에서 일명 ‘씹던 껌’과 ‘팹시’로 호흡을 맞췄던 김해숙과 재회했다.

“선배님을 만난다고 했을 때 열광했다. 선배님은 매우 특별하고 어마어마한 배우다. 잠도 주무시지 않을 만큼 열정적으로 준비하신다. 온몸의 세포들이 살아나는 것 같은 자극을 주는 분이다.”

 

이와 관련해 김해숙은 “감독님이 중전 역할을 혜수씨가 맡는다고 슬쩍 귀띔해 줬을 때 좋아서 박수를 쳤다. 연기도 좋지만 인품도 훌륭한 배우다”면서 “서로 에너지가 없으면 좋은 장면이 나올 수가 없는데, 혜수씨와 촬영이 끝나면 항상 온몸에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연기를 하면서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구나’ 하고 오랜만에 생각했다”고 화답했다.

화령의 2남 ‘건방진 애물단지’ 성남대군을 맡은 문상민은 김혜수와의 호흡에 대해 “첫 촬영 때 너무 떨렸는데, 촬영 전에 연락 주셔서 촬영에 대해 많은 공부가 됐고 덕분에 긴장도 풀렸다. 촬영장에서도 편안하고 좋은 분위기 만들어주셔서 왕자들이 행복하게 연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옥자연은 “처음에 《슈룹》 대본을 봤을 때 너무 재미있었다. 일단은 화령 위주로 봤는데, 화령 덕분에 새로운 사극이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화령을 김혜수 선배님이 하신다고 했을 때 당연히 망설이지 않았다. 한번은 만나 뵙고 싶은 선배님이라 안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그널》로 많은 사람에게 인생 드라마를 남겼다. 이번 《슈룹》은 어떤가.

“제가 그런 걸 맞히는 감이 없지만, 《슈룹》은 매우 특별하고 인상적인 드라마로 남을 수 있는 근거가 충분히 있다(웃음). 《슈룹》은 우리 애기들(세자와 대군들)이 매일매일 성장하는 게 느껴지는 드라마다. 모든 스태프와 배우가 한 땀 한 땀 공들여서 촬영하고 있다. 1시간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으실 것이다.”

마지막으로 《슈룹》을 표현할 수 있는 해시태그는 뭐라고 생각하나.

“‘#당신의 슈룹이 돼드릴게요.’ 우리 드라마는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으로 지켜내는 이야기다. 언제나 그렇지만, 요즘은 특히 누군가의 사랑이 필요하지 않나. 나의 사랑을 지키는 것만큼 누군가에게 사랑을 내어주어야 하는 때다. 저희 드라마는 왕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청소년들이 보기에도 누구에게나 자신을 대입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온다. 이를 통해 부모의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반대로 엄마들은 내 아이를 사랑하고 지키는 방법이 무엇인지 한번쯤 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종국엔 저희 드라마는 ‘내가 해낼 수 있는 사랑’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킨다는 것이기 때문에 《슈룹》은 여러분의 우산이 돼드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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