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권, 휴일 오후 비공개 고위 당·정·대 회동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 김종일·구민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8 12:05
  • 호수 17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대급 강대강 대치…관건은 ‘與 지지율’ ‘野 내분’
민주당 친명은 ‘단일대오’ 강조…구심점 없는 친문은 일단 ‘관망’

10월23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 주요 관계자들이 모였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비공개 고위 당·정·대 협의회가 열린 것이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한덕수 총리,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국정감사 이후 정기국회에서의 예산안과 주요 법안 처리 등에 대한 상황을 공유했다. 역대급 강대강 대치로 인한 정국 경색 변수가 향후 예산안과 핵심 법안 처리에 미칠 영향 등을 미리 점검한 것이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이날 중요하게 논의된 핵심 의제 중 하나는 ‘지지율’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 공유와 대책 마련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도층 민심을 어떻게 사로잡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시사저널 박은숙

실제 최근 여권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등을 고리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정국을 주도할 기회를 잡았음에도 여론이 우호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이 정국을 주도하면서 자신들을 곤혹스럽게 하던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외교 참사 프레임 등에서 빠져나오는 효과는 거뒀지만, 정작 그 결과물로 원하던 지지율 반등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중도층 여론이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점이 고민이다. ‘이재명·문재인’이라는 야권의 신구 권력을 향한 수사가 본격화되면 보수층 결집은 물론 중도층도 우클릭할 것이라는 게 여권의 오래된 인식이자 전략이었다. 예상했던 것처럼 여론이 흘러가지 않으니 최근 여권에는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민주당의 표정도 밝지 않다. 당장 ‘이재명·문재인’이라는 신구 권력을 정조준하며 수사가 본격화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지지율 추이는 야권에도 고민이다.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그 반사효과를 민주당 역시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당층 비중이 점점 커지는 점도 민주당 입장에선 곤혹스러운 지점이다. ‘야당 탄압’ ‘정치보복’ 등 민주당이 내세우고 있는 대국민 메시지에 집토끼(지지층)와 달리 산토끼(중도·무당층)는 그다지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락하는 尹 대통령·여당 지지율…반사효과 못 보는 민주당

민주당은 사정 당국의 수사와 지지율 외에도 고민거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내분’ 가능성이다. 사정 당국이 이재명 대표에게 칼끝을 겨누며 점점 수사망을 좁혀오는 상황에서 민주당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친문(親문재인)계와 친명(親이재명)계가 정세 판단과 향후 대응을 다르게 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 내에선 이런 분위기가 수면 아래로 잠복하는 모양새다.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가 이 대표는 물론 문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을 두루 겨냥하면서 당내 계파와 무관하게 ‘연합전선’을 펼 이유가 충분해졌기 때문이다. 

역대급 강대강 대치에 따라 출구 없는 대결 구도는 더 굳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월25일 국회에서 639조원의 새해 예산안 설명을 위한 시정연설을 했는데, 제1야당 민주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한 이래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야당 의원들이 전면 거부한 일은 전례가 없다. 역시 검찰이 제1야당 당사를 국정감사 기간에 압수수색하는 일도 1987년 민주화 이후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 협치의 공간은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그야말로 서로를 향한 무한질주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셈인데, 과연 연착륙과 경착륙을 가를 핵심 변수는 무엇일까. 결국은 역시 민심이다. 여의도 정치권과 정치 전문가들 모두 관건은 ‘지지율’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여야 내부의 원심력과 구심력이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지지율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만 보이면 중도는 안 온다”

10월21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10월 3주 차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27%로 전주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주목할 점은 중도층 지지율이다. 중도층 지지율은 18%로 평균보다 9%포인트가 낮다. 전주(24%)보다는 6%포인트 하락했다. 중도층의 지지율 추세는 여권 입장에서 보면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수(53%→52%)와 진보(8%→7%), 모름·응답거절(32%→34%) 모두 전주 대비 큰 변화가 없는데, 중도층에서만 상대적으로 큰 하락세가 관찰됐기 때문이다. 

10월24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중도층의 윤 대통령 지지율은 27.5%로 전체 평균(32.9%)보다 낮았고, 전주보다 2.2%포인트 하락했다(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여권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성적표다. 사실 최근 여권의 분위기는 고무돼 있었다. ‘이준석 리스크’로 표현되던 당내 혼란이 잦아들었고, 사정 드라이브를 걸면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등으로 수세에 몰리던 국면도 전환시켰기 때문이다. 여권의 전열과 질서가 점차 회복되는 시점에 대대적인 사정 정국으로 윤석열 정부의 핵심 기조라고 할 수 있는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고, ‘공정과 상식’을 복원한다는 구상을 추진한 것인데, ‘지지율 암초’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난 셈이다. 

그렇다면 왜 여론은 여권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걸까.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윤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했던 방식과 정반대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 소장은 “중도층이 중시하는 보편적 가치는 ‘법치’와 ‘공정과 상식’이 맞다”면서도 “지금 국민이 말하는 법치와 윤 대통령이 말하는 법치가 서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국민이 말하는 법치는 ‘법 앞의 공정’과 ‘법 앞의 평등’인데 윤 대통령은 ‘대대적인 사정 정국’을 법치처럼 내세운다. 주파수가 다른 것이다. 주파수가 안 맞는데 계속 소리만 키우면 노이즈(잡음)만 커진다. 즉 윤석열식 공정과 법치를 추진하면 할수록 중도층 이반이 더 가속화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경제·안보 복합 위기 속에 중도층이 지금 바라는 우선적인 국정과제는 ‘경제 회복’인데 윤석열 정부가 엉뚱한 의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도 많이 제기됐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중도층은 정치를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좋고 나쁨’의 문제로 본다”며 “민생에 대한 구체적이고 분명한 비전을 제시해야만 민심이 반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도 “경제위기 속에 국민은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해법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목소리는 여권에서도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여권 입장에서는 언론에 사정 정국 이야기만 나오면 지지율 반등이 쉽지 않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만 보이면 중도는 안 온다”면서 “설사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다 기소되더라도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그게 대체 나랑 무슨 상관인가’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먹고사는 문제의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려면 한덕수 총리나 추경호 부총리가 지금보다 훨씬 더 부각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여당의 낮은 지지율이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 향후 정계개편 등 다양한 정국 구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은 사정 정국에 힘을 싣지 못하고 오히려 ‘정치보복’이자 ‘야당 탄압’처럼 보이게 할 빌미를 주고 있다”며 “낮은 지지율의 핵심 원인인 윤 대통령의 ‘비호감도’가 국정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지율에는 모든 게 담겨 있다. 내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도, 민주당의 분당 시나리오도, 윤 대통령이 바라는 친윤(親윤석열) 중심의 정계개편도 결국 지지율이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기의 野 “스모킹건·호남 민심·친문 구심점이 관건”

사정 당국의 전방위적 수사에 민주당은 연일 ‘단일대오’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 내부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재는 분명 원심력보다는 구심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민주당의 단일대오를 저쪽(여권)에서 만들어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대표 한 명만 집중적으로 공격했다면 친문·친명계가 갈라져 자중지란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지만, 문재인 정권과 이 대표 모두를 향한 대대적 수사로 ‘연합전선’을 펼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만들어줬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에서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친명계는 원칙적으로 단일대오를 강조했지만, 비명계에선 총선이라는 시점을 기준으로 ‘빨리 정리를 해야 한다’ ‘총선 전에 정리를 할 수 있으면 하는 것도 방법’ 등의 내부 기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그런데 지금은 민주당 전체의 존립이 위협받고 있다. 지금은 당의 단합이 공멸을 피하는 길이라는 컨센서스(합의)가 생겼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복잡한 속내도 감지된다. 물밑에선 검찰이 이 대표에게 ‘치명타’를 줄 수 있는 확실한 물증이 나오면 언제든 상황이 변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상당하다. 비명계의 한 의원은 “결국 관건은 이 대표까지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나오는지 여부다. ‘유동규-이재명’까지의 연결고리로는 이 대표에게 치명타가 안 된다는 분위기가 강한 반면, ‘김용-이재명’까지 연결되는 고리가 나온다면 당내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은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이 아니지만,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자타 공인 핵심 최측근이니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이 대표도 같이 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민주당 내에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 “문제는 경제”…‘중도층 여론’이 치킨게임 승자 가른다

호남 민심이 향후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민주당 내부가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호남이 ‘이재명 지키기’와 ‘이재명 정리’ 중 어디에 힘을 실을지가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지지자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전히 민주당의 최대주주인 친문계가 어떻게 움직일지도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현재는 친명계와 연합전선을 펴고 있지만, 친문계를 하나로 묶을 구심점이 없어 ‘전략적 연대’를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이 복귀해 친문을 묶는 구심점 역할을 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시선도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위기의 민주당이 더 흔들리느냐 더욱 결속하느냐 여부도 결국 지지율이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최진 소장은 “향후 검찰 수사와 발표에 따라 민주당의 원심력과 구심력 모두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민주당이 내분하느냐 더 뭉치느냐도 결국 중도층에 달려 있다”고 했다. 

☞ 연관기사 
‘경제 전망’ 여론, 6년 만에 최악…지지율 반등 고심 중인 尹 ‘난감’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