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두 아들 잔혹 살해하고 태연히 PC방 간 40대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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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 세 모자 살해범, 사전에 범행 계획
사각지대로 이동하고 알리바이 만들어
아내와 두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A씨가 10월26일 오후 경기도 광명경찰서에서 유치장으로 압송되고 있다. A씨는 10월25일 오후 8시를 전후해 광명시 소하동 아파트에서 40대 아내 B씨와 10대 자녀인 중학생 C군과 초등학생 D군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 연합뉴스
아내와 두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A씨가 10월26일 오후 경기도 광명경찰서에서 유치장으로 압송되고 있다. A씨는 10월25일 오후 8시를 전후해 광명시 소하동 아파트에서 40대 아내 B씨와 10대 자녀인 중학생 C군과 초등학생 D군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 연합뉴스

경기 광명 자택에서 아내와 10대 두 아들을 흉기로 잔혹히 살해한 40대가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살해범은 범행 전후 CCTV 사각지대를 노려 이동하는 치밀함을 보였고, 살해 뒤에는 태연히 PC방에 머물며 알리바이를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긴급 체포된 A씨는 범행 당일인 지난 25일 아내와 두 아들을 살해하기 전 CCTV가 있는 1층 출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갔다. CCTV를 통해 외출하는 모습을 남긴 A씨는 직후 아파트 뒤편 쪽문으로 들어와 자택으로 다시 올라갔다. 

경찰은 아파트 사각지대를 파악하고 있던 A씨가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CCTV가 없는 쪽문을 활용해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엘리베이터 내부 CCTV에도 A씨의 모습이 찍히지 않은 것으로 볼 때 범행을 전후해 계단으로 자택인 15층까지 오간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아내 B씨가 잠시 집을 나간 사이 흉기로 두 자녀를 먼저 살해하고, 5분여 뒤 집에 돌아온 B씨 또한 같은 방식으로 살해했다. 

그는 범행 후 다시 쪽문을 이용해 아파트 바깥으로 나갔다.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둔기, 당시 입었던 남방·청바지 등은 모두 아파트 단지 밖 인근 수풀에 버린 뒤 인근의 PC방으로 이동해 2시간가량 머물렀다. PC방 직원들은 A씨가 모자를 쓰고 들어온 후 OTT에 접속해 동영상 등을 시청했다고 전했다. 

이후 A씨는 CCTV가 있는 곳을 통해 오후 11시30분께 귀가, "외출 후 집에 돌아오니 아이가 죽어있다"며 119에 신고했다.

경찰은 A씨가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사각지대로 이동하고, PC방에 머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A씨는 이 사건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지만, 경찰은 주변 정황을 토대로 A씨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집중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았다.

10월26일 오전 어머니와 10대 자녀 등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경기도 광명시의 한 아파트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10월26일 오전 어머니와 10대 자녀 등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경기도 광명시의 한 아파트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된 A씨는 전날 오후 경기 광명경찰서에서 나오면서 계획범죄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이날 경찰조사에서도 "며칠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취재진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제대로 처벌받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가족에게 하고픈 말이 있냐는 질문에는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라고 했다. 

A씨는 지난 25일 오후 8시께 광명시 소하동 아파트에서 40대 아내 B씨, 10대 아들인 중학생 C군과 초등학생 D군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1년여 전 회사를 그만둔 뒤 별다른 직업 없이 지내던 A씨는 최근 들어 아내와 자주 다퉜고, 이혼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범행 당일에도 B씨와 말다툼을 벌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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