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100일]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학업성취도 평가, 일제고사 전락 우려돼”
  • 박준형 인천본부 기자 (jun897@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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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재정 축소는 미래 포기하는 것”…교육교부금 개편도 ‘반대’
“학급당 학생 수 20명 목표, 단계적으로 해결할 것”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정부의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확대에 대해 “과거 정부의 일제형 고사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초·중·고 학생들의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 학업성취도 평가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1일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모든 학교로 전면 확대하고, 시험 대상도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넓히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원하는 학교에 대해 자율적으로 시행한다고 했으나, 폐지됐던 일제고사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도 교육감이 학업성취도 평가 확대에 반대 입장을 밝힌 이유는 학교 서열화와 문제풀이 수업 등 획일화, 사교육 조장 등 우려 때문이다. 평가 결과로 인해 학생들이 박탈감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 기초학력은 보장돼야 하지만, 평가 방식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이미 기초학력 진단-보정시스템, 학생 온라인 자율 진단-학습 웹사이트, 기초학력향상지원사이트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학생 수준을 진단하고 있다.

도 교육감은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맞춤형 자율평가를 실시한다고 하지만, 평가문항의 유형은 표준화·획일화돼 학생 역량의 다양성을 평가하기 어렵다. 따라서 평가 결과를 통해 기초학력 부진으로 진단함에도 무리가 있다”며 “우리 교육청은 정부에서 밝힌 바와 같이 평가 여부와 시기를 각 학교의 자율에 맡길 계획”이라고 했다.

아울러, 도 교육감은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유·초·중등 교육재정 축소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취임 100일을 맞은 소감을 전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취임 100일을 맞은 소감을 전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

우선 최근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에 대한 입장은.

“정부가 희망하는 학교, 학급에 한해 원하는 때에, 원하는 과목에 대해서 자율적으로 시행한다고 했으나, 과거 정부의 일제형 고사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기초학력 보장은 중요한 과제임에 적극 공감한다. 그럼에도 해당 평가가 학생·학교의 서열화, 문제풀이·강의식 수업으로의 회귀, 사교육 시장으로의 번짐 효과 등을 낳을까 우려한다.

이미 학교에서는 다양한 평가를 통해 학생 수준을 진단하고 있다. 인천 기초학력 진단-보정시스템, 학생 온라인 자율 진단-학습 웹사이트, 기초학력향상지원사이트 등을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을 평가하고 있다. 정부에서 맞춤형 자율평가를 실시한다고 하지만, 평가문항의 유형은 표준화·획일화돼 학생 역량의 다양성을 평가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평가 결과를 통해 기초학력 부진으로 진단함에도 무리가 있다.

국가가 책임지는 기초학력 보장방안의 제시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평가 결과로 인한 박탈감과 낙인효과 등을 방지하기 위한 세심한 지원과 이를 위한 전문역량을 갖춰야 한다. 또 평가가 바뀌면 수업이 바뀐다. 따라서 획일화된 평가는 획일화된 수업을 낳는 만큼 이 점도 면밀히 살피기를 바란다. 우리 교육청은 정부에서 밝힌 바와 같이 평가 여부와 시기를 각 학교의 자율에 맡길 계획이다.”

정부가 유·초·중등 교육에 사용되는 교육교부금 일부를 대학에 배분하겠다고 했는데.

“정부는 다른 부처 예산의 증가는 언급하지 않으면서 학생 수 감소로 인한 교육교부금 감액만을 언급한다. 군인 수가 줄어든다고 국방예산을 줄였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 초·중등 교육재정 축소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다. 지금 시점이 미래교육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적기다.

인천시교육청은 오히려 교부금을 더 늘려야 할 상황이다. 유·초·중·고교 설립 등 학교 신설을 위해 5202억원이 필요하다. 인천은 신도시 개발로 인해 학교 수, 학급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교직원 수도 증가해야 한다. 미래학교(그린스마트 스쿨) 공간 조성, 40년 이상 노후건물 54교 78동 개선 등에 5483억원, 급식실 현대화와 건물 내진보강, 석면제거, 노후화장실 개선 및 냉난방교체 등 교육환경 개선 사업을 위해 4860억원의 소요가 예상된다. 학생들의 미래교육을 위한 예산 소요도 중요하다. AI·디지털 기반 교육환경 개선과 관련해 초4부터 고3까지 디지털 기기 보급에만 2943억원이 필요하다. 학생 진로를 위한 학생미래슈퍼비전센터, 제2유아교육진흥원 설립 등에도 5279억원이 든다. 학생복지 확대, 전담인력배치를 위한 인건비 등 향후 5개년간 미래교육수요 2조9277억원 추가 소요가 예상된다.

인천시교육청은 자체수입이 거의 없는 세입구조다. 외부 이전수업 의존도가 92.7%에 달한다. 경기침체 시 안정적인 교육재정확보를 위해 기금을 운용하고 있지만, 미래교육수요를 충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이유로 교육교부금법 개정에 반대한다.”

취임 후 ‘학생성공시대’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어떤 철학이 담겨 있는가.

“인천시교육청은 민선 4기를 맞아 인천교육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학생성공시대를 여는 인천교육’이라는 비전을 세웠다. 흔히 성공이라고 하면 높은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풍요를 떠올린다. 그러나 인천교육 비전에서의 성공은 포기하지 않고 배움을 이어가는 것을 말한다. 학생성공시대는 우리 아이들이 개성과 자질을 존중받으며,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실현하는 바른 인성을 지닌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공정하고 정의롭게 변화시키고자 함이다.

이에 학생성공시대의 철학을 ‘학생중심교육’,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결대로 성장하는 교육’으로 정했다. 교육의 중심에 학생을 놓고, 우리 아이들이 주체적인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생중심교육을 실천해야 한다. 또 느린 학습자든, 빠른 학습자든, 도시에 살든, 도서지역에 살든, 학교에 있든, 학교 밖에 있든, 모든 아이가 성장과정에서 차별받지 않고 소외되지 않는 포용교육을 실천할 것이다. 

아울러 학업성적만으로 평가받지 않고 자신의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도록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을 찾도록 돕는 결대로 성장하는 교육을 위해 다양한 성장 경로를 반영한 개별 맞춤형 교육을 지향할 것이다. 이 세 가지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학생 자신이 하고 싶을 것을 하고 잘하는 것은 더 잘해 인천에서 자란 학생이 세계로 나아가 자신의 성공시대를 써가는 학생성공시대를 열겠다.”

‘결’대로 성장하는 교육을 실현하겠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결은 학생의 꿈과 끼를 말한다. 학생이 지니는 잠재적 역량이다. 결국 결대로 성장하는 교육이란 학업성적이나 경제·사회·문화적 배경 등의 차이로 학생의 잠재 역량 발휘를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교육이다.

이를 성장시키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별 맞춤형 진로·진학·직업교육의 실천이다. 우리 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사이버 진로교육원을 개원해 정부혁신 최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또 대면으로 원하는 직종군의 직업인 1126명의 멘토단과 직접 만나 멘토·멘티 활동을 할 수 있다. 현재까지 누적 방문자 수가 60만명에 이른다. 앞으로 5개 구역에 학생 슈퍼비전센터를 개원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상시 자신의 결을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는 맞춤형 지원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다양한 경로의 학교를 만드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대중문화예술고를 시작으로, 소방안전고, 글로벌셰프고 등 직업계고를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에 맞게 재구조화했다. 앞으로는 예술중 2교, 체육중, 반도체고, 글로벌 스타트업교 등 직업계고 재구조화와 동아시아국제학교 설립 등을 통해 미래사회의 변화에 대비하고 학생들이 결대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마련하고자 한다.”

최근 국가돌봄청 신설을 제안한 배경과 기대효과에 대해 설명해 달라.

“지난달 22일에 열린 제86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국가돌봄청 신설을 제안했다. 국가돌봄청은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에 산재한 돌봄 지원을 일원화할 수 있는 중앙행정기관의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대책이 부족했다. 돌봄의 문제가 여성 개인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측면이 있었는데, 그것이 가려져 있다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드러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돌봄 문제가 여러 부처에 나눠져 있고, 부처 간 칸막이 행정, 돌봄서비스의 질 개선, 증가하는 돌봄 수요를 학교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측면들이 있다. 이제는 국가와 사회가 아이를 함께 키워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문제를 개선하고자 국가돌봄청 신설을 제안했다.

이번 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일단 정책연구부터 시작하는 것에 합의한 상황이며, 앞으로 단계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정책연구를 시작으로 국가돌봄청이 시작된다면 아동 돌봄 종합계획 수립 및 수요자 중심의 일원화된 돌봄 정책이 이뤄지고, 모든 아이에게 평등한 돌봄서비스가 현실화가 될 것이다. 돌봄전담인력의 전문성 양성 및 동일한 처우 제공도 기대한다.”

인천은 과밀학급도 심각한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과밀학급은 학급 당 학생 수 28명 이상인데, 올해 기준 인천 초·중·고교 529곳 중 86곳(16.2%)이 과밀이다. 중학교의 경우 142곳 중 63곳(43.3%)이 과밀이다. 특히 인천은 과밀에 있어 양극화가 나타난다. 원도심은 젊은 학부모들이 원도심을 떠나지 않게 해달라는 요구가 크고, 신도심은 새로운 주민들이 이주해서 학생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에 학교 신설이 필요하다. 원도심 학교를 폐교하거나 이전하는 문제 역시 굉장히 어려운 요인이 많다.

최근 장상윤 교육부 차관을 만나 10월 중앙(공동)투자심사에서 인천 7개교 신설에 대한 긍정적 검토와 400억원 미만 학교 신설 승인권에 대한 교육감 이양을 건의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을 만나서는 송도 예술중 설립을 위한 부지 및 영종도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학교부지 추가확보를 요청한 상황이다.

공약에서 학급당 학생 수 20명을 목표로 했다. 앞으로 단계적으로 해결할 것이다. 다문화 학생 밀집교를 시작으로 원도심, 농산어촌 소규모학교도 일정 기준에 따라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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