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비속 살해’…자녀 죽인 비정한 부모, 가중처벌 가능성은?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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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범죄 특례법으로 가중 처벌 가능”
아내와 두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A씨가 26일 오후 경기도 광명경찰서에서 유치장으로 압송되고 있다. A씨는 전날 오후 8시를 전후해 광명시 소하동 아파트에서 40대 아내 B씨와 10대 자녀인 중학생 C군과 초등학생 D군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아내와 두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A씨가 26일 오후 경기도 광명경찰서에서 유치장으로 압송되고 있다. A씨는 전날 오후 8시경 광명시 소하동 아파트에서 40대 아내 B씨와 10대 자녀인 중학생 C군과 초등학생 D군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광명시의 아파트에서 세 모자가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은 피해자들의 남편이자 아빠인 40대가 벌인 소행으로 드러났다. 폭력에 저항할 힘이 부족한 어린이들이 부모에 의해 폭행당하거나 숨지는 '비속 살인'이 끊이지 않지만, 이를 막기 위한 처벌 강화 논의는 답보상태다.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살해도 존속살해와 같이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이 25일 아내와 두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40대 가장 A씨를 긴급체포했다. "외출하고 돌아오니 아이들이 죽어있었다"며 범죄를 당한 것처럼 꾸민 후 범행을 부인하던 A씨는 자신이 부인과 두 아들을 흉기로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A씨가 이들을 살해한 뒤 아파트 단지 인근에 버린 흉기와 옷가지를 발견했고 추궁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 

부모가 어린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 살해'가 끊이지 않으면서, 비속살해도 존속살해와 같이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형법은 살인죄에 대한 가중요건으로서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존속살해죄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가족 공동체에 해당하는 비속살해나 배우자, 동거인 살해에 대한 가중처벌규정은 존재하지 않아 처벌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문제제기가 계속돼왔다. 

생활고 등을 이유로 자녀를 먼저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가족 사망 사건들도 '동반자살'로 포장하지 말고 부모에 의한 '비속 살해'로 봐야하며,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여름 한달 넘게 실종됐다가 전남 완도 앞바다에 빠진 승용차에서 가족과 함께 숨친 채 발견된 조유나 양(10) 사건 때에도 두고도 '부모에 의한 살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비속 살해는 별도 가중처벌 규정 없이 일반 살인사건으로 다뤄지기 때문에 이런 사건과 같은 일이 해마다 얼마나 발생하는지 정확한 통계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관련 통계부터 파악돼야 실태를 알 수 있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녀를 살해한 후 부모 스스로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은 늘어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16년도에 36건, 2017년도에는 38건, 최근 2020년에는 43건으로 매년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법무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자녀를 살해한 부모를 가중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보고했지만 이후 추가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미성년자인 직계비속에 대한 살해죄를 신설하고 이를 존속살해와 동일하게 일반 살인죄보다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10월26일 오전 어머니와 10대 자녀 등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경기도 광명시의 한 아파트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10월26일 오전 어머니와 10대 자녀 등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경기도 광명시의 한 아파트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이 같은 범죄에는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적용하는 것이 더 실효성이 있다는 제언도 있다. 해당 법은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살해한 때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동학대 특례법 적용을 통해 충분히 가중처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라면서 "아동을 살인한 모든 범죄에 대해 아동학대 살인죄를 적용해 처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비속살해에 대한 가중 처벌 법안은 신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는 헌법 11조로 인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 "학대로 인한 아동 살인은 불법성이 크고, 비난 가능성이 높아 형이 가중되더라도 반대 여론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 상황에서 손을 내밀 지원 시설이 있다는 인식이 부족한 것 또한 비극적인 사건이 끊이지 않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부모가 직접 아이를 키울 여건이 되지 않을 경우 관련 시설에 임시로 위탁하는 등 국가의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시스템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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