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8촌 이내 근친혼 금지 합헌…혼인무효 사유인 건 헌법불합치”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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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촌 이내 근친혼 혼인무효 민법 조항, 2024년 말일까지 개정해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8촌 이내 혈족 간 혼인을 제한한 민법 조항이 헌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8촌 이내 혼인이 무효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민법 조항에 대해선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청구인 A씨가 민법 제809조 1항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관련 선고기일에서 재판관 5대4의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다만 함께 청구된 민법 제815조 2호의 경우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현행 민법 제809조 1항의 경우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민법 제815조 2호는 앞선 제809호 1항의 규정을 위반한 때, 즉 8촌 이내의 근친혼이 인정될 경우 혼인을 무효로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가 두 민법 조항 중 전자에 대해선 합헌, 후자에 대해선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린 것이다.

헌법소원 청구인 A씨는 B씨와 미국에서 혼인 후 수년간 거주하다가 귀국, 2016년 5월4일 우리나라서 혼인 신고를 했다. 그러나 B씨는 약 2개월 후 A씨와 6촌 사이인 점을 내세우며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이혼소송 1심은 A씨와 B씨의 혼인이 무효라고 판결했고, 항소심 또한 A씨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및 항소를 전부 기각했다. 이에 A씨는 헌법재판소 측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 이날 판결에 이르렀다.

먼저 헌법재판소는 민법의 8촌 이내 근친혼 금지 조항(민법 제809조 1항)에 대해선 “혈족 사이의 상호 관계의 법률상의 혼인을 금지하는 것은 근친혼의 발생을 억제하는데 기여하므로 입법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면서 “근친혼으로 인해 가까운 혈족 사이의 상호 관계 및 역할, 지위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하고 가족제도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유남석, 이석태 등 재판관 4명은 “유전학적 연구결과에 의해도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이 일률적으로 그 자녀나 후손에게 유전적으로 유해한지에 대한 과학적인 증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반면 헌법재판소는 8촌 이내 근친혼을 혼인 무효 사유로 보는 법 조항(민법 제815조 2호)에 대해선 “혼인당사자가 서로 8촌 이내의 혈족임을 사후적으로 확인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면서 “일률적으로 무효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당사자나 자녀들에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헌법불합치로 판결했다.

민법 제815조 2호에 내려진 ‘헌법 불합치’ 판결이란 법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나, 즉각 무효화할 경우 벌어질 혼란을 예방코자 한시적으로 존속시키는 판결을 뜻한다. 입법부가 해당 법 조항을 개정하지 않을 경우 2024년 12월31일을 기해 효력을 상실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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