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말뫼의 눈물’ 현대重 군산조선소, 5년 만에 재가동
  • 정성환·전용찬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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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28일 군산조선소 재가동 선포식…선박 건조 첫 공정 알리는 ‘강재 절단식’
총리·전북지사·국회의원 100여명 참석…한 총리 “전북과 군산경제 되살아날 것”
세계 최대 규모 1650톤 골리앗 크레인 갖춰, 연간 10만톤 컨테이너선 블록 생산
한국판 ‘말뫼의 눈물’로 불렸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28일 재가동 선포식을 갖고 본격적인 재가동에 들어갔다. 조선업 불황 등으로 2017년 7월 가동을 중단한 지 5년 3개월 만이다. 2021년 8월 20일 당시 멈춰 서있던 군산조선소 1650톤 대형 크레인 모습 ⓒ시사저널 정성환
한국판 ‘말뫼의 눈물’로 불렸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28일 재가동 선포식을 갖고 본격적인 재가동에 들어갔다. 조선업 불황 등으로 2017년 7월 가동을 중단한 지 5년 3개월 만이다. 2021년 8월 2일 당시 멈춰 서있던 세계 최대규모모의 골리앗 크레인(1650톤) 모습 ⓒ시사저널 정성환

한국판 ‘말뫼의 눈물’로 불렸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28일 재가동 선포식을 갖고 본격적인 재가동에 들어갔다. 조선업 불황 등으로 2017년 7월 가동을 중단한 지 5년 3개월 만이다. 

이날 오전 군산조선소 내 가공공장에서 열린 선포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영석 현대중공업 부회장, 김관영 전북지사,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재가동 선포식의 슬로건은 ‘군산의 불꽃, 다시 피어오르다’였다. 강재(가공된 강철) 절단식 때 작은 불꽃들이 피는데, 이 불꽃처럼 군산조선소가 전북 산업의 중심으로 활짝 피어오르길 희망한 것이다. 

조선소는 선포식의 하이라이트인 ‘강재 절단식’(Steel Cutting)을 했다. 절단식은 ‘선박 건조를 시작한다’는 의미를 가진 조선업계의 오랜 의식이다. 실질적인 재가동은 내년 1월이지만 이를 통해 군산조선소 재가동의 첫 공정이 시작됐음을 대내외에 알린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2월 산업통상자원부, 전북도, 군산시 등과 ‘군산조선소 재가동 상호 협력 협약’을 맺은 이후 시설과 설비 보수, 협력사 모집, 인력 양성 등 군산조선소의 재가동을 준비해왔다. 당초 내년 초 가동 예정이었으나 그보다 빠른 약 8개월 만에 준비를 마치고 재가동에 들어가게 됐다. 

군산조선소는 이미 이달 초 선박용 철판을 절단하는 가공 공정을 시작했으며 패널조립, 소조립, 대조립 등의 공정을 순차적으로 재개한다. 다만, 설계에서부터 선박을 완성해 건조한 초기와 달리 현재는 완성품에 필요한 블록(선박 완성품에 필요한 부품 조각)만 생산한다.

내년 1월부터 군산조선소에서 생산된 선박 블록은 바지선을 통해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로 옮겨져 대형 컨테이너선 건조에 사용된다. 재가동 첫해인 내년에 연간 10만톤 규모의 대형 컨테이너선 블록을 생산할 계획이다. 블록 10만 톤은 일반 대형선박(길이 280m, 폭40m, 높이20m)을 3척에서 5척 정도 건조할 수 있는 양이다.

전북연구원은 이 정도 규모의 블록이 군산조선소에서 생산되면 생산유발효과 1989억 원, 인구유입효과 3600명의 지역경제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통해 단기간 9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28일 오전 전북 군산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열린 재가동 선포식에서 한덕수(왼쪽 다섯 번째) 국무총리, 김관영(왼쪽 네 번째) 전북지사, 한영석(오른쪽 네 번째) 현대중공업 부회장이 파이팅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전 전북 군산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열린 재가동 선포식에서 한덕수(왼쪽 다섯 번째) 국무총리, 김관영(왼쪽 네 번째) 전북지사, 한영석(오른쪽 네 번째) 현대중공업 부회장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총리는 이날 축사에서 “새만금과 연계해 군산이 '친환경 조선산업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군산조선소의 재가동으로 전북과 군산 경제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영 전북지사도 이날 “지난 2월 협약식 후 현대중공업의 시설보수 및 협력사 선정, 도와 군산시의 인력양성․고용지원 등 차질 없는 협약 이행으로 재가동 첫 공정인 가공 공정이 시작됐다”며 “내년 1월 재가동이 완료되고 더 나아가 선박 건조로 조속히 나아갈 수 있도록 정부 및 현대중공업과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0년 전북 군산 제2국가산업단지 181만㎡ 부지에 1조2000억 원을 들여 군산조선소를 준공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골리앗 크레인(1650톤), 독, 안벽 등을 갖추고 매년 10척 안팎의 선박을 건조하는 등 잠시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이때 준공된 독은 축구장 4배 크기로 25만톤급 선박 4척을 한꺼번에 건조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2016년 수주 절벽 등 조선업 장기불황 등으로 2017년 7월 가동이 중단됐다. 일부에선 이를 두고 한국판 ‘말뫼의 눈물’이라고 불렀다. 말뫼의 눈물이란 2002년 9월 25일 스웨덴 말뫼에서 세계적 조선회사 코쿰스가 파산하면서 내놓은 크레인이 한국에 1달러에 팔려나가는 모습을 스웨덴 국영방송이 장송곡과 함께 방송을 내보내며 붙인 기사 제목에서 유래된 것이다.

당시 군산조선소는 연간 1조원 안팎의 선박을 수출해 전북 제조업의 12.3%를 차지하고 군산 수출의 20%가량을 담당한 탓에 그 상흔은 크고 깊었다. 군산조선소는 물론 50개가 넘는 협력업체가 일시에 폐업하면서 5000명에 가까운 가장이 일자리를 잃었고, 그 가족까지 2만 명이 생계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특히 고용을 비롯한 지역경제는 위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정부는 올해까지 군산을 3차례 더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는 고육지책을 내놓기도 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군산조선소 가동중단은 조선산업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의 붕괴로 이어져 수천 명의 근로자가 직장을 잃고 타 지역으로 떠나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고, 산업·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5년간 험난하고 냉혹한 길을 지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가동 선포식은 새로운 희망을 안고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여정의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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