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흑해 곡물수출협정 중단’ 선언에도…유엔 “계속 수출”
  • 장지현 디지털팀 기자 (vemile4657@naver.com)
  • 승인 2022.10.31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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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협정 탈퇴는 아냐…흑해함대 피격 규명해야 복귀”
시에라리온 국적의 화물선이 지난 8월2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싣고 터키 이스탄불 인근 킬요스 앞 흑해를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
시에라리온 국적의 화물선이 지난 8월2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싣고 터키 이스탄불 인근 킬요스 앞 흑해를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

러시아가 흑해 곡물수출협정 참여 중단 의사를 밝힌 가운데 유엔과 튀르키예, 우크라이나는 협정에 따른 곡물 수출선 운영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고 30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는 전날(29일)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 주둔한 흑해함대를 공격했다면서 앞서 체결한 흑해 곡물 수출협정 참여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30일에는 협정에 따라 마련된 흑해 해상에 설치된 인도주의적 통로를 단 한 척의 곡물 수출선도 통과하지 못했다.

유엔은 30일 성명을 내고 오는 31일에는 흑해로 들어오는 선박 4척과 나가는 선박 12척 등 총 16척을 해상 통로로 이동시키기로 우크라이나, 튀르키예와 합의했으며, 곡물 수출 협정을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은 또 협정 이행을 감독하는 4자 공동조정센터(JCC)의 러시아 관계자들에게도 이같은 계획을 알렸다면서 “모든 당사자들이 상선의 안전한 통과를 보장하기 위해 각국 군대 및 기타 관계당국에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러시아는 유엔이 이날 밝힌 흑해 곡물수출협정 이행 계획에 대한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았다.

협정 참여 중단을 선언한 러시아를 설득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현재 상황을 깊이 우려한다”며 협정 중단 위기에 집중하기 위해 알제리에서 예정되어 있던 아랍연맹 정상회의 참석을 하루 연기한다고 밝혔다.

훌루시 아카르 튀르키예 국방장관은 협정을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측 국방장관과 접촉했으며, 양국에 어떠한 도발행위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튀르키예 국방부는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결정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결정은) 완전히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이 결정은 세계 기아 위기를 증폭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도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협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러시아의 결정은 글로벌 식량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곡물·비료의 주된 수출 루트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며 협정 참여 중단에 대한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러시아는 해당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당사국과 접촉할 예정이라며 협상 여지를 열어놨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국영 타스 통신에 “협정 탈퇴가 아니라 참여 중단을 선언한 것”이라며 “곡물 수송 협정 참여자인 유엔, 튀르키예와 접촉할 계획이며 접촉은 며칠 내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루덴코 차관은 “협정 복귀는 흑해함대 피격 사건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이뤄진 뒤에 논의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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