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우려…“혼자 있지 말아야”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2.10.3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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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임상심리학회 “피해자 향한 혐오 발언, 트라우마 악화시켜”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을 방문한 한 시민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을 방문한 한 시민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에서 국가재난 수준의 인명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한국임상심리학회가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충격적 사건으로 인해 유발된 심리적 외상)의 증상과 그 회복을 위한 원칙들을 강조했다.

한국임상심리학회(학회)는 31일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애도 성명에서 “지난 29일 밤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며, 참사 소식을 접한 국민들 역시 충격과 비탄에 빠져 있으리라 생각된다”며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후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사건 직후 일정 기간 심리·신체적 변화와 고통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갑작스러운 사고 혹은 사건을 경험할 땐 신체 혹은 심리적으로 다양한 반응을 겪을 수 있다고 학회 측은 설명했다. 신체적으로는 불면증, 몸의 떨림, 피로감, 식욕저하, 폭식, 소화불량, 심장박동의 증가, 활력 저하 등의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심리적으로는 불안, 공포, 분노, 절망감, 과민함, 악몽, 죄책감, 비현실감 등을 겪게 될 수 있다.

트라우마 회복 관점에서 지양해야 하는 행동들이 있다는 게 학회의 지적이다. 혼자서만 지내려고 하는 것은 스트레스 반응을 더 가중시킬 수 있으며, 부정적인 생각에 더 몰두하도록 만들기 쉽다. ▲자책하는 마음가짐 ▲술, 담배 등에 의존 ▲사고 관련 기사 및 정보에 대한 지나친 몰두 등 또한 트라우마를 악화시키거나 회복을 더디게 할 위험이 있다.

반대로 사고 관련 장소, 정보 등을 무조건 피하는 태도 또한 트라우마를 강화시킬 위험이 있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학회는 “현재의 고통이 자연스러운 반응임을 이해하려 해보라”고 권고했다.

트라우마 회복에 도움이 되는 행동도 있다. ▲충분한 휴식 ▲규칙적인 생활 유지 ▲복식호흡이나 심호흡을 통한 심신 안정 도모 등이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주의 분산을 위해 다른 활동을 하거나,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 또한 트라우마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주변인 등의 역할도 중요하다. 생존자의 말을 경청하고, 마음의 고통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하며, 죄책감을 갖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여기 더해 학회는 “피해자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이나 혐오 발언은 2차 피해로 이어져 초기 안정화에 악영향을 끼치고 트라우마 회복을 어렵게 한다”면서 “사고 당시 동영상 공유도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적 심리지원을 받는 것 또한 고려할 수 있다. 학회는 “전문적인 심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이번 참사로 고통받는 분들의 마음 회복을 위해 국가 재난 정신건강 지원 체계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9일 오후 10시15분쯤 이태원역 1번 출구 근처 좁은 골목에서 몰린 인파로 인한 압착 사고가 벌어지면서 154명이 사망하고 149명이 부상을 입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후 첫 할로윈을 앞뒀던 만큼, 사고 당일 이태원엔 1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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