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 후폭풍…채권 막히자 은행 달려간 기업들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10.3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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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대출 9조원 증가…대기업이 전체 증가액의 66%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기업금융 대출상담 등 업무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기업금융 대출상담 등 업무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자금 경색으로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자 기업들이 은행으로 달려가면서 5대 은행의 기업 대출이 한 달 새 9조원 늘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27일 기준 기업 대출 잔액은 703조7512억원으로 나타났다. 9월 말(694조8990억원) 대비 8조8522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대기업 대출이 5조8592억원(대출잔액 9월말 100조4823억원→106조3415억원)이 늘어났다. 전체 증가액(8조8522억원)의 66%에 달했다. 대기업의 대출 증가 규모는 2020년 3월(8조949억원)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올해 들어 5대 기업에서 불어난 기업 대출은 67조8633억원이다. 아직 올해가 두 달 남았지만 이미 지난해 전체 증가폭인 60조2596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그만큼 기업들의 자금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증거다.

은행의 기업 대출이 급증하면서 부실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1일 발표한 ‘기업대출 부실이 우려되는 5가지 징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 현재 대출 잔액 기준으로 기업 10곳 중 7곳 이상(72.7%)이 변동금리 대출을 받았고, 고정금리 대출은 27.3%에 불과했다. 신규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팬데믹 이후 최저 58.8%(2020년 2월)에서 최고 73.0%(2022년 7월)까지 높아졌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기업들이 불어나는 상환부담을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리인상 속도 조절, 세부담 경감뿐만 아니라 유사시 유동성 지원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도 사전에 강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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