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속도조절’ 기대감 커져…파월, 응답할까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11.0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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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긴축 속도 완화 가시화 여부 놓고 촉각
고물가 흐름 속 경기침체 우려에 전망 엇갈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9월 21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9월 21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11월 정례회의를 시작했다. 관심은 FOMC 이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에 쏠려 있다. 12월 FOMC 향방은 물론 향후 금리 인상 기조를 알 수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속도조절론’과 ‘5연속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이 혼재해있다는 평가다. 파월의 입에 전 세계가 숨죽이고 있다.

연준은 11월 1~2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 기준 금리를 3.75~4.0%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86.5%에 달한다.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13.5%에 그치고 있다. 4연속 자이언트스텝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이는 지난 9월 FOMC 점도표에 따른 인상 기조에 부합한다.

관건은 12월이다. 지난 FOMC 점도표는 11월 자이언트스텝, 12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가리키고 있다. 이럴 경우 기준금리는 4.25~4.5% 수준에 도달한다. 연준이 점도표대로 빅스텝을 이어갈 경우 고강도 긴축의 속도조절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FOMC 회의 관전 포인트는 자이언트스텝 인상이 아닌 12월 금리인상 속도 조절 가시화 여부”라며 “이미 12월 FOMC 회의에서 금리인상 폭이 둔화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화의 강세 기조가 약화되고 있어 달러 약세 분위기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 안팎에서는 과도한 금리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라며 “영원히 0.75%포인트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역시 급격한 금리인상의 위험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내년 예상되는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초부터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10년물 금리를 역전했고, 3개월물까지 장기 국채인 10년물 금리를 추월했다. 이 같은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은 경기침체의 전조로 받아들여진다.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질수록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더 높아지는 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경기후퇴 관련 지표들이 발표될수록 연준이 금리인상에 속도조절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의 달러화 ⓒ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의 달러화 ⓒ연합뉴스

“9월 밝힌 시나리오대로 빅스텝 가능성 더 높아”

반론도 만만치 않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모두 8%를 웃도는 등 고물가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 “우리(연준)는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힌 파월 의장의 발언과는 거리가 먼 지표다.

가계·기업·지방정부의 재정 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점도 속도조절에 나서지 않을 명분 중 하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가계 소득 하위 50% 가구가 보유한 초과 저축액은 지난 6월 총 3500억 달러(약 489조원), 가구당 5500달러(약 728만원)에 이른다. 팬데믹 기간 보조금 등 부양 정책에 따른 결과다. 지난 2년간 초저금리로 낮은 차입 비용으로 현금을 조달했던 기업과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도 나쁘지 않다. 이에 금리 인상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긴축 속도조절’과 ‘5연속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은 시장에서도 엇갈리는 모습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2일 정오 기준 12월 FOMC에서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은 49.7%, 빅스텝은 44.5%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경제학과)는 “연준과 같은 중앙은행은 시장에 미칠 영향 때문에 깜짝 발표를 하는 곳이 아니다”라면서 “소비자 물가지수 등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통계가 나오지 않는 한 연준이 9월에 제시한 시나리오대로 11월 자이언트스텝, 12월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향후 금리 흐름의 가닥이 잡혀야 시장의 기대나 불안이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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