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민생 어려운데”…전남·북 의회 의정비 ‘꼼수 인상’ 논란
  • 정성환·전용찬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11.0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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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의견 수렴 절차 안 거치고 공무원 보수 인상률 맞춰 올려
일부 의회 두 자릿수 인상 추진하다 역풍 불자 ‘1.4%’로 후퇴하기도

최근 경기 침체로 주민들이 시름을 앓고 있는 가운데 전남과 전북 지방의회들이 아랑곳 하지 않고 내년 ‘의정비 올리기’에 나서 비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부 시군의회가 해당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 형편에도 의정비를 큰 폭으로 인상하거나 여론의 역풍을 비껴가기 위해 공무원 보수인상률에 맞춰 꼼수 인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도의회 전경 ⓒ시사저널
전남도의회 전경 ⓒ시사저널

‘열악한 재정 아랑곳 않고’ 전남 18곳 일제히 인상

2일 전남·전북지역 의회 등에 따르면 전남도의회와 전남 18곳 기초의회는 내년도 의정비를 일제히 인상했다.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광양시의회(4038만원)와 영광군의회(3769만원)는 동결했고, 고흥·강진군의회는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나머지 기초자치단체들은 모두 공무원 보수 인상률 이상으로 의정비를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의정비는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으로 산출된다. 의정활동비는 지방자치법에서 상한액을 두고 있다. 광역의원은 연 1800만원, 기초의원은 연 1320만원이다. 월정수당은 지방의원 직무활동에 대해 지급하는 일종의 기본급 개념으로 대부분 의회가 올리는 의정비는 월정수당이다. 

전남도의회는 최근 의정비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내년 의정비를 올해(5328만원)보다 10.6%(564만원) 인상된 5892만원으로 결정했다. 올해보다 564만원(16%) 오른 월정수당 4092만원과 지방자치법에 따라 금액이 정해져 있는 의정활동비(1800만원)를 합한 금액이다.  

여수는 의정비를 무려 13%(4070만원), 곡성은 9.5%(3361만원), 화순은 7%(3764만원) 각각 인상했다. 순천은 8%(4063만원) 올릴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 지자체들은 4년 전에 견줘 인상폭 만큼의 재정자립도가 떨어졌다는 점에서 시선이 곱지 않다. 전남도를 제외한 전남 22개 시·군 중 4년 전 보다 재정자립도가 올라간 지자체는 진도가 유일하다. 진도군은 4년 전 14.11%의 재정자립도가 올해 14.5%로 0.39%p 올랐다. 

여수의 경우 4년 전인 2018년(재정자립도 36.64%)에 비해 올해 재정자립도가 7.34% 떨어진 29.3%에 그쳤고 곡성은 4년 전(16.66%)보다 8.36% 하락한 8.3%의 재정자립도에 머물고 있다. 순천의 올해 재정자립도도 17.8%로 4년 전(27.59%)에 비해 9.79% 하락한 상황이다. 화순의 올해 재정자립도도 13.9%에 불과해 4년 전 21.13%에 견줘 7.23% 내려앉았다. 

전북도의회 전경 ⓒ시사저널
전북도의회 전경 ⓒ시사저널

전북 김제·순창·임실 의회 ‘25%’ 인상…“젯밥에만 관심”

전북의 경우 장수군의회를 제외한 전북도의회와 8개 시·군의회는 내년도 월정수당을 올해 공무원 보수인상률인 1.4%만큼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도의원들은 월정수당에 의정활동비를 더해 연간 총 5657만880원(월 471만4240원)을 받는다. 이는 올해 의정비 5602만8000원에 (월 466만9000원) 55만원 오른 액수다. 

전주와 정읍, 남원, 부안도 지방공무원보수 인상률에 맞춰 시군의원의 월정수당을 결정했다. 반면 김제와 순창, 임실군의회는 의정비(월정수당)를 무려 25% 올렸다. 무주군의회와 진안군의회는 각각 10%, 9%만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전남북 상당수 의회들이 공무원 보수인상률에 맞춰 의정비를 인상했으나 이마저도 최대한 눈치 보며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상 폭이 공무원 보수인상률 이하이면 여론조사나 공청회 등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의회에서는 공무원 보수인상률 1.4%보다 큰 폭으로 인상을 추진하다가 역풍을 맞았다. 광주 남구는 당초 심의위에서 월정수당 10% 인상안을 마련했으나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61%에 달해 인상안이 부결됐다. 

한때 20%와 19.5% 인상을 검토했던 남원시의회와 익산시의회는 여론을 의식해 1.4% 인상으로 후퇴했다. 장수군의회 의정비는 현재 10% 인상을 계획으로 여론조사가 진행 중인데, 인상률 확정은 이달 4일 의정비심의위원회 회의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차가운 여론…“의정활동 개선방안부터 제시하라”

일각에서는 전국 최하위 수준의 의정비를 형평성에 맞게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북도의회 의정비는 전남, 강원에 이어 가장 낮다. 그러나 코로나 19 장기화에 고물가·고유가·고금리라는 3고(高)로 민생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주민들의 여론은 곱지 않다

여론은 의정 활동 개선방안부터 먼저 제시하라는 데에 모아지고 있다. 의정 활동이 시원치 않은 상황에서 의정비를 올린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논리다. 김제 시민 이아무개(55)씨는 “어려운 경제 때문에 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도 시의원들이 잿밥에만 관심 있는 이런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시정을 견제하고 시민에게 봉사한다는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북지역 의회는 이번에는 인상하더라도 지역 주민들이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 눈치다. 물가 상승에 따른 의정비 현실화와 의정활동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적기’라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치른 첫 해라, 비판 여론이 일더라도 차기 지방선거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정치적 셈법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전북 시민단체 관계자는 “의원들의 의정비가 일반 주민의 연평균 근로소득과 큰 격차를 보이는 데다 최근 3고(高) 파동으로 갈수록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기 잇속만 챙기고 있는’ 모양새다”고 지적했다. 한 주민은 “인상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당당하지 못하고, 주민을 상대로 ‘꼼수’를 부리는 것 같아 언짢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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