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보안군, 수천 명 시위대에 발포…흉기로 확인사살까지
  • 장지현 디지털팀 기자 (vemile4657@naver.com)
  • 승인 2022.11.0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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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폭도들이 민병대 살해”…목격자들 “보안군이 먼저 발포”
10월28일(현지 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AFP연합
10월28일(현지 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AFP연합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이란에서 보안군이 군중을 향해 발포하고 흉기까지 휘둘렀다는 증언이 나왔다.

3일(현지 시각)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이날 수천 명의 시위대는 지난달 시위 중 총격으로 숨진 22세 여성 하디스 나자피의 사망 40일을 기리기 위해 모였다. 시위에 참여하기 전 스마트폰으로 “몇 년 뒤에는 지난날을 돌아보며 세상이 변했음에 기뻐할 수 있길 바란다”는 영상을 찍고 총격에 맞아 사망한 나자피는 이란 반정부시위의 상징이 됐다. 시위대는 이날 나자피가 묻힌 공동묘지를 향해 행진했는데, 이란 보안군이 길을 막아선 채 시위대를 해산하려 시도하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이날 시위에 대해 이란 국영언론인 타스님통신은 “폭도들이 민병대원 1명을 살해하고 경찰 10명을 다치게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반정부 감시단체 ‘1500타스비르’는 보안군이 먼저 시위대에 총을 쐈으며, 이에 분노한 시위대가 보안군 차량에 돌을 던지는 상황이 담겨 있는 영상을 공개했다.

충돌 현장을 목격한 한 주민은 “보안군이 사람들에게 산탄총을 쐈다”며 “한 사람이 산탄총에 맞고 쓰러지자 보안군들이 와서 그를 칼로 찔렀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사람들이 대로에서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자 보안군이 최루탄을 발사했다”며 “창가에서 시위 장면을 찍으려고 했는데 보안군이 총을 쐈고 무서워서 커튼을 닫았다. 보안군이 쏜 총알은 이웃집 창문에 맞았다”고 증언했다.

BBC의 이란어 채널인 BBC 페르시안은 보안군이 거리와 공동묘지 인근 등에서 총을 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또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또 다른 영상들에는 경찰이 시위대에 최루탄을 발사하는 장면, 파출소와 경찰차에 불이 붙는 장면, 시위대가 시아파 이슬람 성직자들이 입는 로브인 갈색 ‘아바’를 찢고 불태우는 장면 등도 포착됐다.

한편 이란에서는 지난 9월 히잡을 바르게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경찰’에게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인권단체 이란 휴먼 라이츠(IHR)에 따르면, 이번 시위와 관련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최소 2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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