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연임’의 나비효과…韓 주가 부양 일조?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11.07 13: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연임 확정 이후 中 이탈 자금 국내 유입
원화 약세에 장기 투자 외국인 저가 매수도
지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결정 이후 외국인 투자 자금의 중화권 탈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자금 가운데 일부는 국내로 들어오면서 한국 증시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중장기적인 글로벌 산업 재편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한 달간(10월 4일~11월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5425억원 주식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과 기관이 각각 3조176억원, 1조7868억원을 내다 판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가 끝난 지난달 23일 이후 2주 간(10월 24일~11월 4일)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2조5449억원에 달했다. 지난 한 달 순매수 규모의 56% 수준이다. 시진핑 3연임이 확정된 이후 매수세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의 순매수 행렬에 코스피 지수는 10월 한 달 동안 6.41% 올랐다. 올해 들어 월 기준 가장 높은 등락률이다. 코스피 지수가 12.81% 빠진 9월 외국인은 기관(1조6160억원)과 함께 2조원에 가까운 주식을 내다 팔았다. 코스피 지수는 11월 들어서도 2.39%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주로 시가총액 상위에 있는 이른바 대장주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를 향한 순매수 규모는 1조7080억원에 달했다. 10월 26일에는 하루에만 3100억원 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쓸어 담았다. 이에 10월 5만5200원으로 시작한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4일 5만9400원에 장을 마감해 한 달 새 7.6%가 올랐다. 이 과정에서 지난 1일에는 8월 26일 이후 두 달여 만에 6만원대를 회복하기도 했다.

배터리 관련주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주로 꼽히고 있는 상황에서 견고한 성장세가 예상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지난 한 달간 배터리 종목으로 삼성SDI(9327억원), LG에너지솔루션(6862억원), 포스코케미칼(1522억원)을 사들였다. 이 기간 삼성SDI(34.2%), LG에너지솔루션(38.8%), 포스코케미칼(39.6%)의 주가는 크게 뛰었다. 순매수 규모(80억원)은 작지만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보유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주가도 23.6% 올랐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다른 제조사들도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국내 배터리 기업 3개(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유일하다”며 “3개사 외에도 이들에 소재를 납품하는 기업들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슷한 산업구조 가진 대만 증시는 하락, 왜?

외국인의 순매도 확대에는 원화 가치 하락이 한몫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달러 환산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약 39% 떨어졌다. 하락률로 따지면 세계 주요국 중 1위다. 2위 독일은 달러 기준 –38%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와 주식시장 하락으로 장기투자 성격이 강한 외국인은 우리나라 주식 매수를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외국인의 매수세 행렬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등 IT 업황 부진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대만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순매도가 강화되고 있는 반면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강한 외국인 매수세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시진핑 3연임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기조가 근본적으로 수정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도하의 글로벌 경제 및 산업이 다시 한 번 재편되고 신공급망 구축이 추진될 공산이 높다”며 “‘차이나런’이 중장기적으로 국내 산업에 줄 수 있는 수혜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