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자 ‘침묵의 의미’ 눈치 챈 경찰…前남친에 맞던 女 구조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3.01.0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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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 등 주변 소음으로 긴급상황 인지해 출동
특수폭행 혐의로 가해 남성 B씨 현행범 체포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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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상황실 경찰관 등의 기지로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하던 여성 피해자가 구조됐다. 112 신고자의 침묵과 신고 취소 요청에도 끝까지 신고자의 안전을 확인하고자 노력한 결과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인 5일 오전 8시7분쯤 인천경찰청 112 상황실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당시 근무 중이던김아무개 경위가 전화를 받았으나 신고자인 20대 여성 A씨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김 경위는 “경찰관의 도움이 필요하시면 숫자버튼을 두 번 눌러달라”고 안내했다. 그럼에도 A씨는 어떤 말이나 행동도 하지 않았다. 김 경위는 전화를 끊지 않은 채 침묵 사이로 들리는 A씨 주변 소음에 집중했다. 욕설 등 작게나마 남녀가 싸우고 있는 듯한 소음이 청취됐다. 김 경위는 A씨의 상황을 긴급 상황으로 판단, 위치추적시스템인 LBS(Location Based Service)를 가동하는 한편 관할서에 ‘코드1’ 지령을 발동했다.

관할서 경찰관들은 신고자 위치로 추정되는 오피스텔로 출동하면서 보다 정확한 위치 파악을 위해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잘못 눌렀다. 신고를 취소하고 싶다”면서 울먹였다. 경찰관들은 강압에 의한 신고 취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안전 여부를 대면 확인해야 한다’고 끝까지 설득했다. 경찰관들이 신고자의 오피스텔에 당도한 건 ‘코드1’ 지령 발령 후 약 3분만이었다.

A씨 주거지 현관문을 연 건 20대 남성 B씨였다.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태연한 모습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시간 A씨는 방안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B씨의 시선 사각에서 경찰관들을 향해 입모양으로만 “살려주세요”라고 호소했다. 밖으로 데리고 나온 A씨의 몸에선 B씨의 주먹 및 흉기에 입은 상처가 발견됐다. 경찰은 B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현재 경찰은 A씨의 전 연인이던 B씨가 피해자 주거지로 찾아와 다투던 도중 범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심리상담 등 다양한 피해자 지원방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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