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기동대 900명 투입해 만일의 사태 대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운명의 날'을 맞았다. 이 대표의 검찰 소환 조사가 현실화하면서 지지세력인 일명 '개딸'(개혁의 딸)들과 진보·보수 성향 시민단체 등 대규모 인원이 현장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경찰은 성남지청 앞으로 경력을 대거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10일 오전 10시30분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성남지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 대표의 출석이 임박해 오면서 성남지청 앞은 긴장감이 감도는 모습이다.
파란색 풍선을 손에 든 이 대표 지지자들은 '우리가 이재명이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민생은 뒷전이고 칼잡이 앞세워 정치 탄압' 등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이재명을 연호하고 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대장동 수괴 이재명을 구속하라' '방탄복 판매. 죄 짓고 불안하신 분 방탄조끼 입으세요. 의원님들이 지켜주십니다' 등 이 대표와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이 대표 지지자 및 진보·보수 측 시민단체 등 2000명 넘는 인원이 성남지청 앞 도로를 사이에 두고 야당 대표의 검찰 출석을 현장에서 지켜볼 전망이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집회 신고 규모는 이 대표를 지지하는 민주시민촛불연대 1000명, 이재명 지지자연대가 500명 규모다. 이 대표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보수성향 시민단체 800명도 맞불 집회를 예고했다. 지지자 측은 성남지청 정문 앞 인도와 1개 차로를, 반대 단체는 건너편 인도와 2개 차로를 중심으로 모인다.
경찰은 이날 오전 7시부터 기동대 12개 중대, 900명을 순차적으로 배치해 양측 충돌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경찰은 집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檢, 이 대표 부정청탁 지시·관여 집중 추궁 전망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네이버, 두산건설, 차병원 등 기업들로부터 17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해당 의혹과 관련 2018년 당시 바른미래당 등으로부터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고발당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있으면서 기업 민원 해결 등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성남FC에 후원금을 내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9월30일 성남FC에 후원금 55억원을 내고 두산그룹이 소유한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 3000여 평을 상업 용지로 용도 변경하는 데 특혜를 받은 혐의로 전 두산건설 대표 A씨 등을 기소한 뒤 나머지 기업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왔다. 최근 네이버와 차병원도 각각 30억원대 후원금을 내고 그 대가로 제2사옥 및 의료시설 용적률 상향 등의 편의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성남시로부터 후원금 압박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를 불러 기업들의 후원 배경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와 이를 직접 지시 또는 관여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검찰 수사에 대해 '당당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초유의 야당 대표 검찰 소환 조사가 현실화되면서 이 대표 출석 현장에는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다수 민주당 의원이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를 '정치 탄압' '야당 대표 죽이기'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무리 한 후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 대표가 현직 야당 대표로서 도주 우려가 없고 해당 의혹에 대한 증거인멸 우려도 없는 점, 검찰에 출석해 조사에 협조한 점 등을 감안하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