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드러낸 이재명 “檢, 정권 시녀에서 권력 자체로…조작에 맞설 것”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1.1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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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19분 성남지청 출석, 혐의 전면 부인
“없는 죄 조작한 사법 쿠데타…설득 의미 없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1월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야당 대표 신분으로 초유의 검찰 소환 조사를 받게 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에 출석하며 격정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성남FC 의혹'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자신을 정조준한 수사 칼날을 '정치 검찰의 사법 쿠데타'로 규정했다. 

이 대표는 10일 오전 10시19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청사로 들어가기 전 포토라인에 서서 야당 인사를 겨냥한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분노를 드러냈다.  

이 대표는 "소환 조사는 정치검찰이 파 놓은 함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특권을 바란 바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고,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소환 조사를 명백한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오늘의 검찰 소환이 유례없는 탄압인 이유는 헌정사상 최초의 야당 책임자 소환이어서가 아니다"며 "이미 수년간 수사해서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 없는 사건을 만드는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 쿠데타이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검찰은 그동안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다가 이제 권력, 정권 그 자체가 됐다"며 "검찰 공화국의 이 횡포를 이겨내고 얼어붙은 정치의 겨울을 뚫어내겠다. 당당하게 정치검찰에 맞서 이기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현장 그 자리에 서 있다"며 "무리한 정권의 역주행을 이겨내고, 역사는 전진한다는 명백한 진리를 증명한 역사의 변곡점으로 기록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1월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1월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한 혐의를 부인하며 "이재명이 성남시장으로서 성남시에 기업들을 유치해 세수를 확보하고 일자리를 만든 일이, 성남 시민구단 직원들이 광고를 유치해 성남시민의 세금을 아낀 일이 과연 비난받을 일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성남시 소유이고 성남시 세금으로 운영되는 성남FC를 어떻게 미르재단처럼 사유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며 검찰이 의심하는 '제3자 뇌물죄' 등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이런 이상한 논리는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수사, 표적 수사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면서 "검찰은 이미 답을 다 정해놓고 있다. '답정(답이 정해진) 기소'"라며 "검찰에 진실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성남지청 정문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이 대표 지지자 600여 명(경찰 추산)과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보수 성향 시민단체 500여 명(경찰 추산)이 몰려 맞불 집회를 벌였다. 이 대표는 성남지청 정문 앞 도로에서 하차한 뒤 지지자와 취재진 등이 뒤엉키면서 이 대표가 100여m를 이동하는 데에만 15분 넘게 소요됐다.

검찰은 야당 대표를 여러차례 소환해 조사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이날 밤 늦게까지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벌인 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전망이다. 

이 대표가 받고 있는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그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네이버, 두산건설, 차병원 등 기업들로부터 17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해당 의혹과 관련 2018년 당시 바른미래당 등으로부터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고발당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있으면서 기업 민원 해결 등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성남FC에 후원금을 내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9월30일 성남FC에 후원금 55억원을 내고 두산그룹이 소유한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 3000여 평을 상업 용지로 용도 변경하는 데 특혜를 받은 혐의로 전 두산건설 대표 A씨 등을 기소한 뒤 나머지 기업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왔다. 

최근 네이버와 차병원도 각각 30억원대 후원금을 내고 그 대가로 제2사옥 및 의료시설 용적률 상향 등의 편의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성남시로부터 후원금 압박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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