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디딤돌 효과, 조규성·이강인에 쏟아지는 ‘러브콜’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1.14 15:05
  • 호수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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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는 게 값’ 조규성, 獨 마인츠 등 유럽 3개 팀 이상 경쟁
이강인은 스페인 떠나 EPL 진입 추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월드컵은 숨은 보석들의 발굴장이 되기도 한다. 특히 아시아·아프리카 등 제3 대륙에서 뛰어난 재능과 잠재력을 지닌 선수가 본격적인 활약을 하면 유명 클럽의 스카우트들이 눈을 반짝인다. 상대적으로 이적료가 높지 않은 원석을 유럽으로 데려가 멋지게 세공하는 것. 그것이 월드컵을 통해 선수와 구단이 윈-윈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식이다.

한국 축구도 월드컵을 디딤돌 삼아 유럽으로 진출해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이들이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후광을 등에 업고 거스 히딩크 감독을 따라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으로 향했던 박지성·이영표다. 12년 만에 16강 진출에 성공한 카타르월드컵도 한국 선수들에게 기회의 장이 됐다. 대회 후 여러 선수가 유럽 진출, 혹은 유럽 내 이적설이 쏟아지고 있다.

2022년 12월6일(한국시간) 카타르월드컵 16강전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조규성이 슛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셀틱의 최대 라이벌 레인저스도 조규성 영입 경쟁에 뛰어들어

카타르월드컵에서 가장 훌륭하게 쇼케이스를 마친 선수는 스트라이커 조규성이다. 스스로가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됐다”고 표현할 정도로 월드컵을 통해 극적인 인생 반전이 이뤄졌다. 2019년 K리그2(2부 리그) FC안양에서 데뷔한 조규성은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1년 만에 국내 최강팀인 전북현대로 이적했다. 지난해 31경기 17골을 기록하며 K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조규성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발굴한 세대교체의 선두주자기도 하다. 2021년 9월 월드컵 최종예선에 맞춰 처음 대표팀에 승선했고, 황의조가 부상으로 빠지자 곧바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벤투 감독은 조규성의 활동량과 제공권, 적극적인 움직임을 높이 사 꾸준히 대표팀에 선발하며 황의조 백업 이상의 위치까지 끌어올렸다. 대표팀에서 얻은 자신감과 소속팀에서의 맹활약이 상호 작용하며 조규성은 벤투호에서 부진이 길어진 황의조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평가 속에 카타르월드컵으로 향했다.

그 예상은 들어맞았다.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 이강인과 함께 후반 중반 교체 투입된 조규성은 적극적인 움직임과 슈팅으로 전방의 답답함을 해소했다. 가나와의 2차전에 선발 출전한 조규성은 무서운 성장세를 전 세계에 확실히 알렸다.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서 멀티골을 넣은 선수로 역사에 남게 됐다. 잘생긴 외모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화제를 일으키며 월드컵 전에 3만 명이 안 되던 SNS 팔로워가 29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월드컵이 끝나기 전부터 조규성을 향한 유럽팀들의 관심이 나타났다. 가장 적극적인 팀은 독일 분데스리가의 마인츠, 스코틀랜드의 최강자 셀틱이다. 두 팀 모두 현재 40억원 전후의 이적료를 제시하고 있다. 복수의 팀들이 영입전에 나서며 이적료도 경쟁이 붙었다. 처음에는 15억원 전후의 금액이 나왔지만, 서로 조규성을 놓치지 않기 위한 베팅 경쟁에 나섰다. 분데스리가 중위권으로 자금력이 아주 강하지 않은 마인츠는 아예 크리스티안 하이델 단장이 나서서 “치솟는 이적료로 조금씩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새해 접어들며 경쟁은 한층 불이 붙었다. 셀틱의 최대 라이벌인 스코틀랜드의 또 다른 명문 클럽 레인저스도 조규성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셀틱과 레인저스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세계 10대 더비인 ‘올드펌 더비’를 치르는 앙숙이다. 셀틱이 점찍은 아시아의 차세대 공격수를 레인저스가 가로채겠다는 의욕을 보인 것이다. 여기에 북미프로축구 MLS의 미네소타 유나이티드는 다른 팀들을 상회하는 이적료에 미국 영주권 보장까지 제시하고 나섰다는 후문이다. 미네소타가 제시한 금액은 500만 달러(약 60억원)가 넘는다.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인 분위기다.

조규성 측은 당장 겨울에 나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현 소속팀 전북과의 자연스러운 소통에도 신경 쓰고 있다. 전북은 조규성에게 오는 6월 여름 이적을 더 권하는 분위기다. 전북의 테크니컬 디렉터(기술이사)로 근무 중인 ‘레전드’ 박지성이 조규성에게 6월 이적, 유럽 빅리그 다이렉트 진출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경험담에서 나온 조언이다.

아시아 선수가 유럽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체력적으로 준비가 잘된 상태로 가는 게 유리하다. 팀 적응도를 높일 수 있는 1개월여의 프리시즌을 거치고, 시즌 플랜이 새롭게 가동되는 여름이 시즌 도중 들어가 기존 주전과 경쟁해야 하는 겨울보다 낫다는 것. 실제로 역대 한국 유럽파 중에서도 여름에 진출한 선수들의 성공률이 훨씬 높았다. 반면 선수 입장에서는 현재 오고 있는 러브콜이 6월에도 다시 올지 확신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있다. 전북은 1월말까지 선수와 최대한 소통하고, 적정한 이적료가 올 경우 선수의 의사를 확인해 결정을 내린다는 분위기다.

마요르카의 이강인이 2022년 10월1일 스페인 라리가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상대 수비를 제치고 있다. ⓒAP 연합

이강인 이적료 230억원…뉴캐슬·애스턴빌라 눈독

이미 유럽에 진출해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월드컵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업그레이드시킨 이강인도 이적을 준비 중이다. 월드컵 전에 벤투 감독이 활용하지 않아 우려를 샀지만 본선에서 특유의 왼발 능력으로 ‘게임체인저’ 역할을 톡톡히 한 이강인은 2019년 20세 이하 월드컵에 이어 다시 한번 자신의 국제 경쟁력을 증명했다. 이미 올 시즌 들어 소속팀인 마요르카의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스페인 라리가에서 손꼽히는 테크니션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강인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경쟁력을 인정받을 새로운 기회를 노리고 있다.

현재 이강인을 주시하는 팀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클럽이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애스턴빌라, 번리 등이 적극적이다. 네덜란드의 페예노르트도 관심이 있지만 이강인은 라리가를 떠난다면 프리미어리그로 가는 것을 명분 있는 도전으로 여기는 모습이다. 마요르카와 2025년 6월까지 계약돼 있지만 바이아웃(이적을 진행할 수 있는 최소 이적료) 1700만 유로(약 230억원)가 붙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캐슬과 애스턴빌라는 자금력을 갖췄기 때문에 확신이 든다면 이적료를 쓰는 데 주저함이 없는 상태다.

이강인의 빅리그 경쟁력은 월드컵뿐만 아니라 라리가에서도 검증이 끝났다. 올 시즌 2골 3도움을 기록 중이고, 결정적인 기회를 8차례 창출했다. 기회 창출 능력은 라리가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 월드컵 이후 팀에 복귀해서도 활약상이 이어지는 중이다. 1월8일 바야돌리드와의 경기에서도 후반 17분 교체 투입되자마자 왼발로 경기 양상을 뒤집었다. 올 시즌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을 만나 압박과 공을 소유하지 않았을 때의 움직임, 수비 가담이 발전하며 완전체로 거듭났다. 월드컵에서도 조규성과 합작한 득점 때 이런 압박 능력이 큰 도움이 됐다.

일단 마요르카는 이강인을 지키겠다며 이적 분위기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팀의 CEO인 알폰소 디아즈는 “이강인은 팀의 핵심이다. 그는 마요르카에서 행복하다.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선수다”고 말했다. 프리미어리그 진출 시에는 취업비자(워크퍼밋) 발급도 변수다. 이강인이 월드컵에는 전 경기 출전했지만 그 이전에 A매치 출전 횟수가 적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FIFA 랭킹 50위권 국가의 선수는 최근 2년간 A매치에 75% 이상 출전한 경우에 워크퍼밋을 발급한다. A매치 출전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엔 이적료가 비싸게 나와야 한다. 이적료가 1000만 유로(약 130억원) 이상일 경우에는 워크퍼밋 발급에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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