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던진 나경원, 침묵하는 尹대통령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1.1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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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사의 표명에도 대통령실 ‘입장 無’ 일관
尹대통령, 사표 보류하며 ‘당권 불출마’ 압박 관측도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고심중인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를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고심중인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를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통령은 특별한 말씀이 없었다.”(대통령실 고위관계자)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10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관련 입장이 없다”며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침묵’의 의미가 당권을 노리는 나 전 의원에게 보내는 ‘경고장’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0일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통해 “대통령님께 심려를 끼쳐드렸으므로 사의를 표명합니다”라며 사의를 전달했다. 나 전 의원은 최근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내놓은 ‘대출 탕감 저출산 대책’을 놓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어왔다. 이에 나 전 의원이 책임을 지겠다며 사표를 던진 것이다.

그러나 관련해 대통령실은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의 사의 표명에도 대통령실은 “사의를 전달받은 적 없다”(10일), “절차가 진행된 게 없다”(11일), “어제와 달라진 것 없다”(12일)는 입장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왜 나 전 의원의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걸까. 여권 일각에선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나 전 의원의 당권 불출마에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직’을 던지려는 나 전 의원을 붙잡아 둔 채, ‘전당대회에 나가면 안 된다’는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한 의원은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이 던진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서랍장’에 넣어둔 셈”이라며 “직장에서 사장이 직원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는 의미가 무엇이겠나. ‘괜한 생각 말고 지금 업무에 집중해달라’는 의미”라고 추측했다.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이 사의 수용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이라며 “나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가 어려워지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여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의 사의를 이달 내내 받아드리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윤 대통령이 오는 14일부터 6박8일간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 일정을 소화하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는 설 연휴가 이어진다. 이 기간 동안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의 사의를 재가하지 않으면, 나 전 의원도 당권 출마 선언을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한편, 나 전 의원은 자신의 당권 출마와 관련해 연일 말을 아끼고 있다. 전날 충북도민회 중앙회 신년교례회 등의 일정을 소화한 나 전 의원은 시사저널과 만나 “(출마와 불출마를) 고민 중”이라며 “때가 되면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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