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나경원, 앙숙에서 동맹으로?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1.1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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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전당대회에서 충돌했던 이준석-나경원
2023년 전당대회 앞두고 ‘反윤핵관’ 진영 구축할까

이준석(이): “트럼프 이미지 덧씌우려 하는데, 이준석이 한 혐오 발언 한 가지만 말해달라.”

나경원(나): “진중권 전 교수의 중앙일보 칼럼을 인용했다.”

이: “비겁하게 한 학자를 인용하지 말라.”

나: “20대 남자들의 역차별 문제를 혐오로 부추기고 있다.”

이: “제가 나 후보보다 여성 지지율이 높다는 말씀드린다.”

2021년 6월1일, MBN이 주최한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이준석 후보와 나경원 후보는 토론 초반부터 설전을 벌였다. 이후 두 후보는 ▲정책 ▲공천 ▲대선 전략 등을 두고 건건이 충돌했다. 전당대회 결과는 이 후보의 승리. 이후 두 사람은 별 다른 교류도, 화해도 없이 원외의 ‘앙숙’으로 남았다.

그렇게 약 1년 반 뒤, 나경원 전 의원의 ‘당권 재도전설’이 불거졌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난 전당대회의 경쟁자였던 이준석 전 대표가 나 전 의원의 ‘지원군’이 된 모습이다. 나 전 의원의 출마에 제동을 건 당내 친윤석열계 의원들을 이 전 대표가 저격하면서다. 과연 이 전 대표와 나 전 의원의 ‘임시 동맹’은 가능한 시나리오일까.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왼쪽)와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왼쪽)와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 ⓒ연합뉴스

‘적의 적’은 아군?

‘이준석의 정치’와 ‘나경원의 정치’의 교집합은 찾기 어렵다. 지향하는 당의 모습, 지지하는 유권자의 성향, 측근 그룹 모두 다르다. 되레 이 전 대표가 ‘물갈이 대상’으로 삼았던 타깃에 나 전 의원이 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전 대표가 여전히 당의 대표였다면, 나 전 의원과의 연대는 사실상 불가능한 그림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변수를 낳은 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다. 이 전 대표를 몰아낸 당내 친윤계가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를 차기 지도부를 밀고 있는 상황에서, 친윤계의 새 적(敵)으로 나 전 의원이 부상한 것이다. 당권을 노리는 나 전 의원과, 친윤계의 득세가 달갑지 않은 이 전 대표가 ‘공동의 적’을 두게 된 셈이다.

물론 이 전 대표가 나 전 의원을 직접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난 분명한 건 이 전 대표의 ‘화력’이 나 전 의원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전당대회 당시 나 전 의원의 낙마를 낳았던 이 전 대표의 총부리가, 이제는 나 전 의원의 낙마를 원하는 친윤계를 향하기 시작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누군가를 막아 보려고 만든 결선투표, 그런데 이제 또 다른 누군가를 막기 위해서는 결선투표를 안 해야 될 텐데”라고 밝혔다. 당이 전당대회에서 친윤계 당대표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결선투표제를 도입했는데, 오히려 나 전 의원의 당선을 막기 위해 결선투표를 피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비꼰 셈이다.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이들도 나 전 의원의 출마를 응원하는 모양새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9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서 ‘나 부위원장이 대통령실에 직격탄을 맞았는데, 당대표 선거에 나오겠나’라는 진행자 질문에 “지금이 별의 순간”이라며 당대표 출마를 권유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지지율이 깡패”라며 “민주공화정에서는 국민과 당원이 부르면 거기에 응답하는 것이 정치인의 사명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 룰을 당원 100% (투표)로 바꿨는데, 지금 (나 부위원장이) 여론조사에서 당원들로부터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다”며 “나 부위원장을 출마 못하도록 많은 의원들이 조리돌림 하려고 하고 있는 걸 보면 나 부위원장이 더 용기를 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동맹 불가능” vs “힘 합치면 시너지 커”

이 전 대표를 비롯한 당내 비윤계가 나 전 대표의 ‘확실한 우군’은 아니다. 만약 유승민 전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면 비윤계의 구심점은 유 전 의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 전 의원이 불출마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비윤계는 ‘친윤 지도부’라는 최악을 피하기 위해 ‘나경원 지도부’라는 차악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여권 일각에선 ‘이준석+유승민’의 조합보다 ‘이준석+나경원’의 조합이 더 위협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 전 의원보다 인지도가 높고 일부 친윤 지지자들의 지지까지 얻고 있는 나 전 의원이 ‘선거 전략가’ 이 전 대표와 손을 잡는다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란 시각에서다.

TK(대구·경북) 지역구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사실 이준석과 유승민의 동맹은 ‘1+1=0.5’인 동맹이다. 당원들의 반발을 부르기 딱 좋은 조합”이라며 “반면 나경원과 이준석의 조합은 ‘1+1=3’이 될 수도 있다. 나경원의 인지도와 이준석의 전략이 더해진다면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와 나 전 의원이 전략적인 동맹에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전당대회라는 ‘변수’가 나타나기 전까지 두 사람의 간의 노선 차는 선명했다. 감정의 앙금 역시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나 전 의원은 이 전 대표의 ‘가처분 공방’ 당시 친윤계에 편에 선 바 있다. 나 전 의원은 지난해 8월1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전 대표를 겨냥해 “해야 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될 말이 있다”며 “이 대표가 이러한 윤리위원회 징계를 받고 빨리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물러나는 것이 맞겠다. 정치인이 나갈 때 하고 물러날 때가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2021~2022년의 이준석-나경원과 2023년 1월의 이준석-나경원의 상황과 입지는 차이가 크다.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한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는 생물’이라 과거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최근 나 전 의원의 태도도 지난해와는 사뭇 달라졌다. 나 전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함부로 제 판단과 고민을 추측하고 곡해하는 이들에게 한 말씀 드린다”며 “나는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신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압박해 온 대통령 측근 및 친윤계 인사들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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