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공격하면 제재할 것”…갈등에 기름 부은 정진석 발언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1.1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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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축제의 전당대회’ 얘기하지만, 연일 원색적 비난·조롱 난무
장제원 이어 박수영·배현진 등 친윤계 줄줄이 나경원 비판에 참전
정진석 “‘친윤’ ‘반윤’ 사용 금지·尹 공격 금지” 경고에 당 안팎 반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23년 1월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무처당직자 신년조회에서 케이크를 자르기 전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건넬 칼을 갈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당직자 신년조회에서 케이크를 자르기 전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건넬 칼을 갈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출마 초읽기에 들어간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한 친윤계(친윤석열계) 의원들의 공세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나 전 의원을 ‘반윤(반윤석열계)’ ‘제2의 유승민’으로 규정하며 불출마를 압박하고 있다.

친윤계 핵심 장제원 의원은 ‘패륜’ ‘통속적인 정치 신파극’ ‘헛발질’ 등의 원색적 표현을 사용하며 주말 내내 나 전 의원을 강하게 비난했다. 박수영·배현진 등 다른 친윤계 의원들도 SNS에 영화 <나홀로 집에>를 패러디한 ‘羅(나)홀로 집에!’ 자막을 단 사진을 게시하는 등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이에 나 전 의원은 친윤계를 2016년 총선을 패배로 이끈 ‘제2의 진박 감별사’로 칭하며 맞섰다.

당내 갈등이 격화하자 이러한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SNS에 ‘국민의힘 전당대회 관리 책임자로서 몇 가지 요청을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진화를 시도했다. 이 글에서 정 위원장은 “‘친윤’ ‘반윤’이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밝혔고, 특히“이번 전당대회를 대통령을 공격하고 당에 흠집 내려는 기회로 삼으려 하면 즉각 제재할 것”이라며 이른바 ‘윤 대통령 공격 금지령’을 내렸다.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이들에 대해선 당 선거관리위원회 차원에서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단 얘기다.

갈등을 잠재우고자 했던 정 위원장의 글은 되레 당내 반발을 키우고 갈등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낳았다. 당장 유승민 전 의원은 정 위원장의 경고를 ‘협박’으로 규정하며 “권력에 취해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맹비판했다. 이어 “지금이 일제시대인가 군사독재 시절인가. 여기가 북한인가”라며 “민심을 버리고 ‘윤심’에만 아부해서 당을 망친 자들은 반드시 심판 받을 것”이라고 친윤계에 경고했다.

김웅 의원은 정 위원장이 과거 했던 ‘친윤’ 발언들을 나열하며 “앞으로 이런 말하면 윤리위 확정인 건가”라고 반박했다. 진중권 작가 역시 정 위원장의 기사를 공유하며 “이참에 인민의힘으로 바꾸라”며 “육갑들을 떨어라. 수준이 너무 낮아서 못 봐주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친윤계 핵심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나경원 전 의원 ⓒ연합뉴스·시사저널 박정훈
친윤계 핵심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나경원 전 의원 ⓒ연합뉴스·시사저널 박정훈

나 전 의원을 겨냥한 친윤계의 공세가 거세지는 만큼 이러한 친윤계의 움직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5선 중진 서병수 의원은 SNS에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겠다는 비전은 없고 줄 세우기 뿐”이라고 비판했고, 김형오 전 국회의장 역시 “몇몇 인사들의 나 전 의원에 대한 지속적 공격은 지나친 감을 준다”며 “뺄셈의 정치”라고 지적했다.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도 친윤계를 겨냥해 “특정인을 향한 백태클이 난무한다. 이대로 가면 당에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와 분열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를 성공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말 외에도 친윤·비윤 당권주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이번 전당대회는 화합과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진석 위원장은 ‘대통령 공격 금지령’을 이야기한 해당 글 말미에 “3.8 전당대회는 우리 당의 단결과 전진을 다짐하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친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 역시 같은 날 “우리 전당대회가 잔칫집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화합과 축제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이들의 의지가 무색하게, 불과 50여 일 앞둔 집권여당의 전당대회는 연일 조롱과 비난의 향연 속에 더욱 분열로 치닫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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