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연대’ 끝? 고개 드는 ‘장제원 퇴진론’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1.1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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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과 갈등‧子 ‘전두환 논란’에…친윤 일각서도 “대의 위해 ‘볼륨’ 낮춰야”

“계파활동으로 비춰질 수 있는 모임이나 활동 일절 하지 않겠다.”

지난해 8월31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앞으로도 윤석열 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책무와 상임위 활동에만 전념하겠다”고 덧붙였다. 당 일각에서 제기된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2선 퇴진론’에 대한 장 의원의 결단으로 읽혔다.

그로부터 140일 뒤, 장 의원의 당내 존재감이 다시금 커진 모습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과의 연대를 선언하면서다. 동시에 김 의원의 라이벌로 부상한 나경원 전 의원을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다만 장 의원의 재부상을 바라보는 당내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계파 갈등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이에 비윤석열계뿐 아니라 친윤석열계 일각에서도 ‘장제원 퇴진론’이 분출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2022년 12월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민공감' 2차 공부 모임에서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2022년 12월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민공감' 2차 공부 모임에서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보다 커진 장제원의 존재감

최근 장제원 의원의 존재감은 당권주자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온라인상 키워드 언급량을 비교할 수 있는 구글트렌드를 살펴보면, 지난 7일 동안 ‘장제원’ 평균 언급량은 당권 주자인 ‘안철수’의 2배, ‘유승민’의 2.5배, ‘김기현’의 0.9배이다. 특히 나경원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된 직후인 지난 15일에는 ‘장제원’ 언급량이 ‘김기현’을 3배 넘게 상회했다.

장 의원의 존재감이 커진 계기로는 이른바 ‘나경원 저격’이 꼽힌다. 장 의원은 지난 주말(14~15일) 간 나 전 의원이 ‘윤심’을 배척하고 ‘자기정치’를 시작했다고 직격했다. 지난 14일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나 전 의원이 공직을 자기 정치에 이용한 행태는 대통령을 기만한 것”이라며 “얄팍한 지지율과 일자리가 필요한 정치 낭인들에게 둘러싸여 헛발질을 거듭하고 있다”고 썼다. 15일에도 장 의원은 글을 올려 “‘꼭 내가 당 대표가 되어서 골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은 필요 없다”며 나 전 의원을 재차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장 의원이 나 전 의원을 작심 비판한 뒤 정치권에선 이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당권 주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계파갈등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주장에서다. 안철수 의원은 “특정인을 향한 위험한 백태클이 난무한다”며 “진박감별사와 비슷한 행태가 재현되는 것은 우리가 망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윤심에만 아부해 당을 망친 자들은 반드시 심판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상현 의원은 “더 이상 책임 없는 호가호위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친윤계 내부에서도 장 의원에 대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벤치’에 있는 장 의원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정작 ‘선수’로 뛰는 김기현 의원의 목소리가 가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TK(대구‧경북) 지역구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당내에선 (나경원 전 의원보다) 장 의원의 주장에 동의하는 이들이 압도적 다수”라면서도 “하지만 전당대회의 주인공은 후보들이다. 후보를 돕기 위해 목소리를 낼 수는 있지만, 그 ‘볼륨’이 너무 커지면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전했다.

김기현 의원도 장 의원과 ‘원 팀’으로 분류되는데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장 의원이 ‘비윤 저격수’ 역할을 자처하는 가운데 김 의원은 연대와 포용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 출향인사 초청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란 말은 이미 철 지난 것으로, 그런 용어는 안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당대회가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이라는 결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후보를 다 안고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무면허 운전·경찰관 폭행 등 혐의로 입건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아들인 래퍼 장용준(노엘)이 지난해 9월 30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무면허 운전·경찰관 폭행 등 혐의로 입건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아들인 래퍼 장용준(노엘)이 지난해 9월 30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아들 리스크’까지…비윤계 “물러나야” 비판도

김 의원 측으로서는 장 의원을 둘러싼 ‘가족 리스크’가 부담스러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장 의원의 아들이 ‘음주운전 논란’에 이어 이른바 ‘전두환 가사 논란’에 휘말리면서다. 장 의원의 아들이자 래퍼인 노엘(본명 장용준)은 지난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강강강’이라는 디스곡(타 래퍼를 폄훼하는 곡)을 공개했다. 그런데 ‘전두환 시대였다면 니가 나 건드리면 가지 바로 지하실’이라는 가사가 논란을 불렀다. 그의 아버지가 현 여당 실세로 분류되는 장 의원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장 의원 아들이 ‘아픈 역사를 경시하고 아버지의 권력을 자랑했다’며 논란이 발화했다.

경기도 지역구의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은 "아버지가 현 대통령과 친한 국회의원이 아니었다면 나올 수 없는 가사"라며 "무엇보다 군부정권 시대의 아픔을 아무렇지 않게 언급했다. 독일에서 나치를 언급한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비판했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노엘의 가사를 “너희들이 몰라서 그렇지. 실은 우리 아빠가 이 나라 대통령이야. 전두환 시절이었으면 너희들 다 죽었어. 뭐, 이런 얘기”라고 해석했다.

앞서 노엘은 2019년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내고 운전자를 바꿔치기한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2021년 9월 서울 서초 반포동 도로에서 무면허 상태로 차량을 몰다 다른 차와 접촉 사고를 내 징역 1년을 선고받고 형기를 채운 뒤 지난해 10월 석방됐다. 그러나 석방 3개월 뒤 재차 논란을 일으키면서 아버지 장 의원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장 의원을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자 당 내부에서는 ‘장제원 퇴진론’이 다시금 분출하는 모양새다. 특히 장 의원과 대척점에 선 당내 비윤계에서는 장 의원의 지난해 8월 선언을 상기시키는 모습이다. 전당대회가 ‘화합의 장’이 되기 위해선 장 의원이 계파활동으로 비춰질 수 있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5일 페이스북에 “윤핵관의 핵심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장 의원은 정말 부끄러워하셔야 한다”며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호가호위해온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장핵관‘이니 ’장심‘이니 하는 말들도 공공연하게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모 인사에게 ’눈물의 출마선언‘을 기대한다고 하셨던 장 의원께서 부디 당 전체를 위한 ’눈물의 전면후퇴‘를 해주시길 간곡히 요청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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