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의 ‘윤석열-윤핵관’ 분리 대응 전략은 먹힐까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1.1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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羅, ‘친윤’인 동시에 ‘反윤핵관’ 포지션 설정…“대통령 눈과 귀 가리면 안 돼”
“윤심과 윤핵관은 다르다는 주장 끝까지 유지하기 힘들 듯”
羅 “내 해임은 대통령 본의 아닐 것” 주장에 대통령실 “대통령의 결정” 즉각 반박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찬을 위해 입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찬을 위해 입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연일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철저히 분리해 대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전당대회가 당원 투표 100%로 치러지는 만큼 ‘윤심’에 반하지 않는 동시에, 윤핵관들에 반감을 갖고 있는 당심을 끌어오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러한 분리 대응 전략이 궁극적으로 나 전 의원의 지지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나 전 의원의 분리 대응 전략은 최근 그의 SNS 발언에서 뚜렷하게 엿보인다. 장제원 의원을 비롯한 윤핵관을 ‘제2의 진박 감별사’에 빗대며 날을 세운 나 전 의원은 동시에 자신이야말로 진정한 ‘친윤’이라고 주장했다. 나 전 의원은 16일 아랍에미리트 순방 중인 윤 대통령의 40조원 투자 성과 소식에 “가슴이 벅차오른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같은 날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만찬 직전 취재진 앞에서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반윤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앞서 자신을 ‘반윤 우두머리’라고 일컬은 장제원 의원의 발언을 반박했다.

나아가 17일 나 전 의원은 지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해임 과정에서 자신의 진의가 참모들의 왜곡된 보고로 윤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나 전 의원은 “(저에 대한)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대통령을 에워싸서 눈과 귀를 가리는 여당 지도부는 결국 대통령과 대통령지지 세력을 서로 멀어지게 할 것”이라며 또 한 번 윤핵관을 겨냥했다.

이처럼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을 향해 일방적인 러브콜을 보내며 친윤 모드를 유지하는 동시에, 분명한 반윤핵관 노선을 취하며 당심을 지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즉, 해임 이후 ‘반윤’으로 각인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을 향한 윤핵관의 불출마 압박이 곧 윤 대통령의 의중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김기현·장제원 의원의 ‘김장연대’ 등 윤핵관들의 합종연횡에 대한 당 안팎의 호감도가 높지 않은 분위기도 한껏 활용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친윤 경쟁에서 윤핵관 이길 수 없어” 지적…“윤심 의식하다 출마 접을 것” 관측도 여전

하지만 이러한 나 전 의원의 전략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이날 나 전 의원의 “내 해임은 윤 대통령 본의가 아닐 것” 주장이 나오자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나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실제 해임이 이뤄지기 전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에 사의를 표명하자 윤 대통령이 크게 배신감을 느끼고 진노했다는 용산발 후문도 파다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 나 전 의원의 출마를 막기 위한 무언의 압박을 추가로 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을 향한 일방적인 러브콜을 접고 좀 더 확실히 출마 의지를 드러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심 눈치를 보는 행보를 단호히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박원석 전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17일 C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의 생각은) 나 전 의원은 어찌 됐든 (당 대표 선거에) 나오지 말라는 것이다. 언제 나올지, 어떻게 나올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면서 “내 길을 가겠다고 배포 있게 나가면 상대도 공격을 포기하는데 나 전 의원은 여전히 ‘저 출마하면 안 될까요’하고 좌고우면하며 매달리고 있다. 이런 모습을 너무 길게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윤심이 나 전 의원에게 향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친윤 프레임을 지나치게 부여잡고 있는 것이 오히려 노선만 모호하게 한다는 분석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이 계속 ‘윤심은 윤핵관 주장과 다르다’며 친윤 프레임을 취한다 해서 경쟁자인 김기현 의원과의 친윤 대결에서 이길 수 있겠나. 이미 대다수는 나 전 의원을 친윤 후보라고 인식하지 않는데, 그렇다고 당심 100% 투표에서 친윤 모드를 포기할 수도 없고, 나 전 의원 머리가 많이 복잡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가능성은 낮지만 나 전 의원이 끝내 출마 의지를 접거나 출마 후 중도 포기할 것이란 전망도 여전히 나온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임기 초 대통령의 권력이 너무 센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이 끝까지 ‘나를 반대하는 건 윤 대통령이 아니라 윤핵관’이라는 주장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며 “더구나 용산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나 전 의원이 갖고 있는 결격사유를 은근하게 흘려보내며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주류로만 살아 온 나 전 의원이 끝까지 버텨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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