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갔다 하면 ‘논란’…되풀이되는 尹대통령 ‘순방 잔혹사’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1.1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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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적은 이란’ 실언 논란에 與 집안싸움까지
4번 출국 때마다 해프닝…‘징크스’ 된 순방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길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순방에선 윤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 발언 관련 여진이 이어지는 중이다. 이란 측의 공개 문제제기로 해당 발언이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는데다, 야권의 파상 공세까지 겹쳤다. 여권은 관련 논란을 수습하느라 연일 곤욕을 치르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지난 8개월여 간의 임기 동안 해외 순방 차 자리를 비울 때마다 크고 작은 해프닝을 겪었다. 순방길에선 각종 실언 논란과 의전 문제에 휩싸였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선 여권이 집안싸움을 일으켜왔다. 때문에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통상 국정운영상 호재로 여겨지는데도, 윤 대통령만큼은 예외라는 평가가 주효하다. 윤 대통령에게 해외 순방이 일종의 ‘징크스’가 됐다는 분석이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7일(현지 시각) 두바이 왕실공항에서 다보스 포럼 참석 등을 위해 스위스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 탑승, 환송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7일(현지 시각) 두바이 왕실공항에서 다보스 포럼 참석 등을 위해 스위스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 탑승, 환송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4번 연속 논란 또 논란…‘징크스’ 된 尹대통령의 해외 순방

도마에 오른 윤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15일(현지 시각)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찾은 자리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은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다. UAE 적은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라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UAE와 이란의 사이가 나빴던 것은 맞지만, 최근 양국 관계는 급속히 개선됐다는 게 외교계의 평가다. 윤 대통령이 굳이 ‘주적’이란 표현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반응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준비된 게 아니라 즉석에서 나온 실언이라는 데 힘이 실린다.

대통령실은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이었다. 확대해석을 경계해달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해당 발언이 나온 지 사흘이 지나도록 후폭풍은 여전하다. 이란이 공식적인 해명을 요구하면서다. 이란 외교부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해 “전적으로 무지하다”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표현으로 강력히 항의했다. 일각에선 이란이 미국의 제재 탓에 한국에 묶여있는 8조원 규모의 원유대금 문제를 꺼내들어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 세 번의 순방 때에도 숱한 논란이 일었다. 첫 시작은 지난해 6월 3박5일간 소화했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일정이었다. 눈 감은 사진이 홈페이지에 게재되는 것을 거르지 못해 외교 결례를 당했다는 비판을 받는가 하면, 전용기에 사적 지인을 대동해 비선 논란에 휩싸였다. 

하이라이트는 지난해 9월 5박7일간의 북미 순방길이었다. 윤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조문을 패스했다는 비판과 빈손 외교 논란에 더해, 욕설 파문까지 일으켰다. 이른바 ‘바이든 대 날리면’ 발언 논란은 여야의 극한 대치 국면을 유발하기도 했다. 해당 논란은 세 번째 순방인 11월 동남아 순방길까지 이어져,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 배제 논란으로 비화했다. 이 사건은 윤 대통령의 시그니처와 같은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중단하는 데까지 영향을 끼쳤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월15일(현지 시각) 현지에 파병중인 아크부대를 방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월15일(현지 시각) 현지에 파병중인 아크부대를 방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 자리 비울 때마다 시끄러워지는 與…패턴이 있다”

윤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사이 여당의 사정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국민의힘을 극심한 내홍으로 몰아넣었던 이준석 전 대표의 징계 국면은 윤 대통령의 순방 때마다 고조됐다. 윤 대통령이 나토 순방에서 귀국한 직후 이 전 대표는 성 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았고, 북미 순방길 귀국 직후엔 비대위의 명운을 결정지을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 일정이 잡혔다. 이를 두고 이 전 대표는 당시 “대통령이 출국하거나 휴가를 가면 그때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작정하고 일을 벌인다. 패턴이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번엔 나경원 전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이 순방길에 오른 사이 나 전 의원을 향한 친윤(친윤석열)계의 공세가 거세졌다. 전날엔 초선 의원이 집단 성명을 내고 나 전 의원을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사실상 나 전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압박하는 모양새로 그려졌다.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이 자리를 비울 때마다 여권의 집안싸움이 불거진 셈이다.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고심중인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를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고심중인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를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야권의 공세는 덩달아 고조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을 겨냥해 “이번 순방에도 어김없이 외교 참사가 발생했다. 기초적인 사리 판단도 못하나”라고 꼬집었다. 동시에 여권의 당권 집안싸움도 부각시키려는 태세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대통령의 노골적 당권개입으로 국민의힘이 자중지란에 빠졌다”고 쏘아붙였다.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대한 맞불 전략으로 정부여당의 ‘자살골’을 기대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윤 대통령의 순방길이 도마에 오를 때마다 지지율은 하락했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 나토 순방 때인 6월 5주차엔 6%포인트, 북미 순방 때인 9월5주차엔 4%포인트, 동남아 순방 때인 11월 3주차엔 1%포인트 떨어졌다. 이번 UAE‧스위스 순방 직전에 발표된 1월 2주차(13일 발표, 10~12일 조사, 1002명 대상,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조사에선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가 2%포인트 하락했다. 윤 대통령의 ‘UAE 적은 이란’ 실언 논란과 국민의힘 당권 경쟁 구도가 향후 여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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