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없을 성과급 1000%?…정유업계, 원가 공개 추진에 반발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1.1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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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판매가격, 대상·지역별 등 공개 범위 확대 움직임
업계 “영업비밀 공개하라는 것…가격 상향 동조화 우려”
서울 시내에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국제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초강세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정유업계가 올 초 두둑한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도 성과급 잔치 여부는 미지수다. 정부가 정유 도매가 공개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정유업계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판매가격을 공개하면 시장질서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연말 모든 임직원에게 월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지난해 1000%를 지급한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성과급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성과급은 기본급의 1500~2000%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본급의 1500%로 정하고, 대신 자사주를 추가로 준다는 전망도 있다. GS칼텍스 역시 지난해 성과급 1000% 수준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S-OIL)도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가 역대급 성과급 돈잔치를 벌이는 데는 고유가와 정제마진 강세 영향으로 지난해 실적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정유 4사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3분기 누계 조단위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SK이노베이션 4조6822억원, GS칼텍스 4조309억원, 에쓰오일 3조5656억원, 현대오일뱅크 2조7770억원 등이었다. 4분기 실적까지 더해지면 3조~5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가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석유제품 수요 둔화가 예상돼서다. 국내 상황도 여의치 않다. 정부가 정유사의 판매가격 공개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가 공개를 통해 경쟁을 촉진시켜 정유 가격 하락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역대급 성과급 지급으로 인한 여론 악화도 정부의 개정 의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오는 27일 총리실 규제개혁심의위원회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정유사의 휘발유·경유 등 판매가격을 대리점·주유소 등 판매 대상과 지역별로 구분해 공개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하려는 데는 유류세 인하 효과가 반감된 배경 중 하나가 유류세 인하분이 정유사·주유소 마진으로 흡수됐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산업부는 해당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유류세 인하분이 석유정제업자(정유사), 주유소 등 업계 마진으로 일부 흡수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며, 국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총 세 차례 유류세를 인하했지만 일선 주유소에 곧바로 반영되지 않거나 정유사 또는 지역에 따라 가격 인하분 편차가 심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현재 각 정유사의 전국 평균 판매가격으로 돼 있는 공개 범위를 확대해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면 정유사간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기름값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국민들의 편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유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영업비밀 침해 소지가 있고 가격 상승도 유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석유협회, 한국석유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는 최근 국무조정실에 반대 입장 공문을 보냈다. 이들은 “개정안 취지와 달리 경쟁사의 가격 정책 분석이 가능해져 오히려 경쟁을 제한하고 가격 상향 동조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류세 인하분은 이미 정유사 단계에서 모두 가격에 반영됐고 정부 점검에서도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업계의 반발에도 정부의 시행령 개정 의지는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유가 안정과 시장 질서를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정유업계 관계자는 “규제개혁심의위원회에 업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동시에 공개 범위를 최소화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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